서울예술대 본관 앞에 세워진 '동랑 유치진 선생 상'. 
대표적 친일 예술인으로 분류되는 그의 흉상 뒤로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글 싣는 순서]
①교육부는 '무시'… 입학전형료로 '수당 파티' 벌인 총장님 
②서류 위조·조작 '난무'…줄줄 새는 서울예대 특성화 사업비
③총장 사모님의 '수상한' 인도네시아 출장
④친일 설립자에 참배까지… 3대 걸친 ‘족벌’ 사학
<계속>

서울예대 본관 앞 설립자 유치진 전 총장의 흉상 위로 대한민국 국기, 태극기가 펄럭인다. 친일파였던 그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다. 


유치진 전 총장이 친일파 예술인으로 확인됐음에도 서울예대는 56년째 개교기념일이면 그를 추앙하는 묘소 참배를 학교 공식행사로 이어오고 있다.

유치진 전 총장에 이어 유덕형 현 총장, 그리고 그의 아들(학교 보직자)까지 3대로 이어지는 '세습 권력'은 유 전 총장의 친일을 예술 행위로 미화하는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 학교 눈치보며 등 떠밀려 동원되는 '친일 참배'

매년 4월 12일이면 서울예대 교직원들은 경기도 파주의 한 추모공원을 찾는다. 개교기념일을 맞아 학교 설립자인 유 전 총장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참배 인원은 전 교직원 177명의 절반인 87명에 달했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개교기념일에 설립자의 묘소를 참배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상당히 이례적임에도 학교는 교직원들을 상대로 묵시적인 강요를 하고 있었다.

서울예대 교직원 A씨는 "가기 싫어도 억지로 눈치보면서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며 "여기서는 설립자에 대해 친일이라고 했다가는 역적으로 찍힌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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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립자 친일 흔적 지우기에 급급한 서울예대

친일 설립자를 참배한다는 비판에도 서울예대측은 오히려 유 전 총장의 친일 행적을 지우고 미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예대는 매년 유 전 총장의 호인 '동랑'을 딴 청소년예술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동랑 연극상' 부활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2017년 보직자 회의록'을 보면 5월 25일자 기록에 박지훈 경영부총장 발의로 '동랑 연극상' 제도 부활에 대한 논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이 논의에서는 '창학정신을 되새기고 설립자 유지를 받들기 위해 동랑 유치진 연극상 부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올해 4월 시상을 목표로 관계자 회의를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예대는 학내 연구기관인 '예술한국학연구소'를 만들어 유 전 총장의 업적을 학술적으로 포장하는 데 이용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 2015년 유 전 총장을 위해 '동랑 유치진 선생의 삶과 업적'이란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했다. 

당시 발표 내용을 보면 '동랑이 한국 연극의 아버지인 이유', '동랑 유치진의 예술세계' 등 유 전 총장에 대한 미화로 채워졌다.

◇ '문어발'식 족벌 사학… 주요보직 꿰 찬 '로열패밀리' 

이처럼 '친일' 설립자를 참배하는 '친 총장파'들이 판을 치는 이유는 학교안에 총장을 필두로 한 '족벌 체제'가 공고하게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유 총장의 가계도만 봐도 학교에 대한 '세습 권력'의 지배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