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안녕하세요? ^^..


저는 그동안 언니의 블로그를 보며.. 킬킬 웃어대며


‘나와는 다른 딴 세상 이야기들이구나~ 랄라’


가끔 모니터에 발 올리고 맥주도 홀짝이며 --;;


요로케 버르장머리없이 눈팅만 했었던 처자입니다. ㅜㅜ


 


사실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게 현실이었구나..’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소개팅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패닉상태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구요!!


 


저는 현재 경기도의 신도시에 거주하며


입시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결혼이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하지만 남자라면 이제 수캉아지만봐도 진저리를 치게 된) 서른살 여자입니다..


 


네.. 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연애를 하면서



별다른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지 않구요..


그 이유는 한 사람과 오래만나는 편인데다


두번의 긴 연애(3년짜리, 4년짜리)의 끝도



자연스레 감정이 식어가서 이별하게 된 거라


딱히 숭한 꼴을 경험한 적은 없었답니다.


근데 한번에 몰아왔나봐요.. 망할.. ㅠㅠ



 


정말 2010~11년은 안좋은 일들이 확 몰려왔지요...


결혼을 생각했던 애인과의 이별..


아버지부도로 인한 환경의 변화...


서른이라는 나이의 압박감... 절친의 사고사....


우울증도 찾아오고... 대인기피증도 좀 생기고...


그러면서 피폐해진 건 마음뿐이 아니었어요.


몸도 점점 아프고.. 더는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헬스를 하면서 건강을 차츰 회복했고


동시에 예의없던 저의 몸매에도



라인이라는 게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운동으로 상처를 치유해가며 자신감을 회복해 가며 지내고 있던 중.
 


저를 좋게 보셨던 한 학생의 엄마께서


본인의 시동생을 한번 만나보라며 주선을 해주셨어요.


 


아는 사람도 아니고 가족을 소개해주신다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저를 좋게 봐주셔 감사한 생각이 먼저 들더라구요.


전 긴 연애만했던 아이라 소개팅 경험이 참말 일천했걸랑요. ㅜㅜ


 


소개받을 그 분은...


일류대 의대 출신에 현재 그 대학 병원에서 내과의를 하고 있는


키 180에 박신양 닮은 훈남이라 하더군요..


 


만나기도 전에 위축되는 왕부담 ㅠㅠ


게다가 훈남이라뇨..;;


그리고 뭔가 부담감과 같이 밀려오는 이 불길한 예감..



‘그런 남자가.. 왜 솔로일까??’


 

 


그렇게 제 번호는 그분에게 넘어갔고...


바로 그날 연락이 왔습니다.


 


나 : 여보세요.


너 : 네 안녕하세요. 영희씨 되시죠?


저는 철수라고 하는데요, 형수님 소개로 전화드렸습니다. 통화 가능하신지..?


나 : 아..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그런데..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수업중이라 퇴근 후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


너 : 아..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몇시에 끝나시죠?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나 : 아.. 열시에 끝나니까 열시반쯤 전화주세요.. 제가 드려도 되는데..^^;


너 :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드려야죠. 그럼 다시 연락드릴게요. 수고하세요.


나 : 아.. 네.. 들어가세요..


 


목소리도 정말 매너있고 차분하고 배려하는 듯한 첫 통화.


좋았지만.. 뭔가 좀 노련하다?? 라는 살짝 싸한..


그런 느낌이 좀 들었던 것도 같아요..


 


운전을 하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그에게 다시 전화가 왔어요.
 


정확히 10시 30분.


 


나 : 아.. 여보세요.


너 : 네 영희씨.. 수업마치셨죠? 통화괜찮으세요?


나 : 아.. 네.. 운전중이긴 하지만 핸즈프리라 괜찮아요~.


너 : 아. 그러시구나.. 입시학원이라 그러더니 꽤 늦게 끝나시네요. 많이 피곤하시겠어요..


나 : 익숙해서 괜찮아요. 야행성이라. 하하하..


너 : 하하.. 네.. 목소리가 참 이쁘시네요.


형수님께 들으니 상당히 미인이시라 들었는데 왠지 정말 아름다우실 거 같아요.


어쩌구저쩌구.. 칭찬만 좌악...  (나 언제봤다고?)


나 : 아.. 아니에요. ^^;; 메롱이 어머니께서 절 너무 띄워주셨나봐요..


부담스러워요.. ㅠㅠ 기대하지 마세요.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고 잘 통하는 듯 했지만..


실상 대화의 내용이 온전히 외모에 관한 얘기였어요..


자기는 누굴 닮았고, 다리가 길고 어쩌고, 저더러도 누굴 닮았느니, 외모외모외모..


 


 


그런데 이 남자. 당장 내일 만나자는 겁니다.


금요일 밤에 통화한거고, 토요일날 저녁에 보자고..


뭐 조금 이르다는 생각에 튕겼습니다.


네. 고작 일요일로 미뤄본거지요. --;;


 


그랬더니 이 남자..


중요한 약속 아니면 내일 좀 봤으면 좋겠다고 고집을 피우더라구요..


그래서 그럼 내일 봐서 오전 중에 연락드리겠다고


그렇게 훼이크를 날린 후,


전 또 헬스장으로 달려가 열심히 급 운동을 했어요..;



 


그리고 뻗어자는데 전화벨이 울려 잠을 깼어요..


‘뭐야..? 이 시간에.?’


시계를 보니 일곱시;;


40대 아저씨같은 목소리로 갈라지는데 전화를 받았어요. ㅠㅠ


 


밤작업에 익숙한 미술전공에다, 지금은 입시학원슨상아님까?


아침 일곱시는 제가 밤을 새지 않는 한


깨어 있을 일이 없는 시간이란 말입니다. ㅠㅠ


 


아직 안일어났냐며 미안하다고 하네요.. (미안하다며 왜 안끊니;)


자기는 출근하고 있다며 집이 강남이라 막혀서 일찍 나와야한다며


어쩌구저쩌구... 저는 비몽사몽...


오전 중에 전화준대서 기다리려 하다가 전화드렸다고..


너무 늦잠 주무시는거 아니냐고도 하대요?


오늘 괜찮냐고 묻길래 괜찮을 것 같다고 그랬더니


어디로 모시러 가면 되냐고 그래서...


집 근처 역을 알려드렸어요.


정확히 여섯시까지 그쪽으로 오시겠다 하더만요.


 


제가 5분정도 일찍 도착했어요.


인도에 서서 차오는 쪽을 쳐다보고 있는데


왠 광이 번쩍번쩍나는 벤츠가 제 앞에 섭디다.


‘아.. 이 차인가?’ 하고 고개를 기웃거리며 어색하게 서 있는데


운전석에서 그분이 내리더군요..



어머.. 정말 박신양을 닮았더라구요..


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외모가 괜찮은 분이셨어요.


하지만 많이 차가워 보여서 살짝 쫄..


 


저는 어색하게 “아.. 안녕하세요..?”하고 차문을 열고 타려는데


“아 잠시만요!” 이러더니 성큼 조수문을 열어주는 거에요..


아.. 남자가 이런 거 해준 적이 없어서 감동을 받아 버렸어요. ㅠㅠ


 


처음 남친은 학생이라 늘 제 차로 모셔다드렸구요.


두번째 남친은 다정함이 없었죠..


 


그런데 이 흘러넘치는 왕매너와 다정다감함..


아.. 너무 좋더라구요.. ㅠㅠ


 


그 사람도 운전석에 탔어요..


어색했던 저와 달리 그분은 참 말씀을 잘하시더라구요.


 


 


너 : 처음 뵙겠습니다.. 영희씨..


듣던 대로 진짜 미인이시네요..


와 형수님께 좋은 거 하나 사드려야겠네요. 하하하하..


나 : 아아...;; 네 감사해요.. 철수씨도 참 잘생기셨어요.


박신양 정말 닮으셨는데요?.. 하하..;;


너 : 감사합니다. 휴~ 제가 레스토랑을 예약해놨어요.


차가 막힐텐데 좀 서둘러가야 할거 같아요.


아.. 벨트 매셔야죠. 제가 해드릴게요..


 


 


하.. 여기서 부터였던거 같아요..


이상한 느낌과 불편함..


 


괜찮다고 제가 매려고 하는데 그분이 해주더라구요..


그 순간.. 제가 예민했을 수도 있는데..


그 분 눈은 제 가슴을 슥 훑고 팔이 제 가슴을 스쳤던거 같아요..


그날 저는 좀 붙는 상의에 재킷을 오픈해서 입고 있었거든요..


기분이 찌릿. 빠직.. -_-++


 


그래도..


‘내가 예민한 거겠지..’ 하며...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던 거 같아요..


왜냐면 그는 매너남이었으니까요. ;;;


 


그렇게 금욜저녁에 이동을 하려니 차가 상당히 밀리더라구요..


아 진짜 어색했는데 그 놈이 재즈음악을 낮게 깔고 얘기를 시작했어요..


 


너 : 영희씨.. 근데 몸매가 상당히 좋으시네요. 운동하시는 거 맞죠?


나 : --;;;;;;; 아.. 네.. 운동 좋아해요...^^;;...


저는 여기서 엄청 당황했습니다..


핸들잡고 있으면서 아예 대놓고 아래위로 샅샅이 훑더라구요..


 


너 : 와... 정말..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해지마!!!!)


뒷태가 상당히 이쁘신데요? 어우..


아까보는데 허리라인이 어우..


(고개 아예 돌리고 가슴 뚫어져라 보면서..;;)


나 : .....................


너 : 아... 제가 너무 실례했죠? 미안해요... 칭찬이에요.


나 : 네.... 그래도 초면에...;; 좀 민망하네요..


 


레스토랑까지 가면서 대화가 끊기는 상황에서도


이 사람은 계속 저를 훑더라구요..


창밖으로 팔짱끼고 고개 돌리고 있어도 느낌이 있잖아요..


빈말이라도 이쁘다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야 정상인데...


전혀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결국 도착까지 계속 몸매얘기만 했던 거 같아요... ㅜㅜ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지나고 어느 레스토랑에 도착했어요.


한눈에 봐도 분위기좋고 저희처럼 소개팅 하는 남녀들이 많아보였어요.


역시 레스토랑에서도 의자를 빼주는 매너를 잊지 않으셨지만,


수차례 훎음 당한 몸으로 더 이상의 감흥은 없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기억하기 싫은데 어렵게 쓸게요.. ㅠㅠ


 


그렇게 머 음식을 시키고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그 사람 눈이 제 가슴을 정말 힐끗거리는 것도 아니고


열라 뚫어지게 쳐다보더라구요..


 


아 정말.... 눈을 어따둬야할 지도 모르겠고..


뽕 좀 넣었는데 눈치챘나 신경도 쓰이고


하이간 무지 이상한 느낌을 계속 받았어요


 


음식을 먹는 중간에도 그의 눈은 내 가슴에 고정.


"힙이 이쁘다." "허리선이 이쁘다." 등등...


아 정말.. 또 저 그렇게 큰 가슴도 아니거든요..


ㅠㅠ 뽕빨이란 말이다. 고만봐라!! 이놈아!..


아 진짜진짜 민망하고 정말 짜증나더라구요.. ㅜㅜ


 


정말 눈을 둘 곳이 없어서 한참을 코박고 음식 깨작거리는데


느낌이 진짜 완전 이상한 거에요..


그래서 고개를 올려다봤는데 갑자기 그 놈이





"으허어억!!!!!”




이런 소리 내면서 의자를 내팽겨치듯이 일어나


화장실로 뛰쳐가는거에요..


전 너무나 놀라서 어!! 무슨일이지? 그러고 있는데,


서빙하던 웨이터 달려와서 무슨일이시냐 괜찮으시냐고 묻고..


 


저도 놀래서 이 사람이 어디 갑자기 체했나 싶었어요


음식이 목에 걸렸나..


걱정되는 마음에 제가 화장실쪽으로 갔지요..


웨이터는 느린 걸음으로 올똥말똥 제 쪽을 쳐다보고 있었구요.


 



 


alt




여자화장실과 마주보고 있는 남자화장실 문 앞으로 간 순간.


 ...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숭악한소리)


신음소리와 함께 그 탁탁..거리는...


-_-;;;;;;;;;;;;;;;;;;;;;;;;;;



더 허걱했던 건..


제 이름을 막 부르는거에요..





탁탁!! 헉헉!!! 아!!! 영희야...


아!! ㅅㅂ 영희야!!! 영희야!!!



 


 


전 그 순간 자리로 가서 옷이랑 가방 챙겨서 뛰어나왔어요.


그 후에 일은 정말 암것도 몰라요..


강남에서 경기도까지 택시비도 4만원인가 나왔다는... ㅠㅠ


 


아 정말.............. ㅜㅜ


아. 그래도 어떻게!!!!!


그 상황에... 그럴 수가 있나요.. ㅠㅠ


남자는 그럴 수도 있는건가요?



 


아..


 


그 학부모님(변태닥터의 형수)이랑은


아직 연락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말씀드리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그래도 그쪽은 가족이고.. ㅠㅠ


솔직히 저한테 직접 변태짓을 한 건 아니니까요..


합법적인.. 짓;;; 이긴.. 하니까요.. ㅠㅠ


 
레스토랑 탈출 즉시,


카톡차단. 연락처차단.


모든 걸 다 차단해서 연락이 왔는지 안왔는지도 몰라요.



기억도 차단해버리고 싶어요.


 


아.. 정말 무섭고 기분드러서 잠도 안와... 잉잉잉.


 


인생은 피드백이라는데 제가 덜 착하게 살았던 걸까요...


저는 무슨 죄를 지은 걸까요? ㅠㅠ


 


다소 수위가 조금 높아서 사연이 소개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언니에게 털어놓고 나니 속은 조금 위로가 되네요..


 
 


토닥토닥 해주세요. 언니..



세상살기 힘겨워요...ㅜㅜ

패닉상태에서 언제쯤 벗어나게 될런지...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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