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임정훈씨(가명·39)는 바쁜 일정을 쪼개 참석한 큰 아이 유치원 운동회에서 고관절이 탈골되는 사고를 당했다. '아빠달리기대회'에서 임씨를 뒤따라오던 다른 아빠가 세게 밀치면서 벌어진 사고였다.

병원으로 이송돼 5시간의 수술을 받은 임씨는 3개월이 지난 이제야 겨우 병상에서 일어나 목발에 의존한 채 걸을 수 있게 됐다. 병원비로 지불한 금액만 1000만원. 운동을 좋아하던 임씨는 회사 생활도 중단한 채 병상에 누워 하루하루 우울해져갔다.

이런 남편을 지켜보던 김정연씨(가명·37)도 속이 탔다. 사고 당시 너무 놀라 누가 남편을 밀었는지 보지도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누가 밀었는지 모르니 피해 보상은커녕 사과조차 못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우선 남편을 밀친 사람이 누군지 찾기 위해 유치원으로 향했다. 김씨는 "유치원에서 '아버님을 밀친 분도 우리 가족이시지 않냐'면서 말해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운동회 내내 유치원 측에서 사진을 찍었기에 그 자료를 달라고 부탁했으나 받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유치원 측으로부터 협조를 받지 못한 김씨는 서울 수서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러나 김씨의 억울함은 경찰서에서 더 커졌다. 김씨는 "접수 며칠 뒤 전화를 해 온 사건 담당 형사가 ‘뭘 찾으라는거냐, 나는 못 찾으니 유치원에 가서 증인과 증거를 찾아와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말 몰라서 그러는데 증인과 증거를 직접 찾아야 하느냐'고 묻자 형사는 '그럼요 제가 어찌 찾아요'라고 말했다"며 "스스로 찾기 힘드니 경찰을 찾아온 거라고 설명했지만 형사는 '안 찾아오면 사건 종결시키겠다'고까지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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