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제는 그 이름도 유명한 블랙홀입니다.

하단에 짤막한 시뮬레이션 동영상이 포함되어있고 가독성 측면에서도 PC접속을 권장합니다.

 

 



## 지난 글에 대한 질문들 몇 가지(댓글 발췌)



1. 일반인을 위한거 맞나요?

→ ..ㄴ..네.. 노력하겠습니다.(ㅠㅠ)




2. 우주의 수명과 종말형태는?

→ 굉장히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현재까지는 우주전체를 수축시키는 물질들에 의한 중력보다

정체를 알수 없는 우주를 팽창 시키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 의 영향이 훨씬 커서 계속 팽창한다는 것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우주의 수명이나 종말 형태를 결정짓는 것은 우주공간내에 존재하는 '밀도' 와 직접적 연관이 있습니다.

물질(일반 물질+암흑물질)들은 중력에 기인하여 우주전체를 수축시키는 요인이고,

아직까지 존재를 특정할 수 없는 암흑에너지는 우주전체를 팽창시키는 요인입니다.


광학적으로 관측이 되지않지만 중력에 의해 존재가 예측되는 암흑물질(Dark matter)의 후보로는 여러가지가 존재하며 관련 가설들도 존재하나, 암흑에너지 자체에 대한 이론은 거의 없습니다.

존재하면서 중력의 영향에서 자유로워 오히려 우주팽창의 요인이되는.. 그것도 밀도비로는 전 우주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보조차 없으며 암흑에너지를 완전히 배제한 우주론모델도 존재할 정도로 아직까지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암흑에너지가 예측되기 전까지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최후의 질문' 에서 나오는 것처럼 대다수의 학자들은 팽창을 거듭하다가 종국에는 '대 수축(Big crunch)' 으로 다시 빠르게 수축하고 빅뱅을 반복하는 형태를 예상했었지요. 그래서 지금의 관측결과(계속해서 가속팽창)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그럴것이 암흑에너지가 대체 무엇인지 종잡을수 조차 없으니 ...




3. 과거 빅뱅의 빛을 직접 관측할 수 있는가?

→ 본문에도 언급하였듯이 30만살(!)짜리 빛만 관측이 가능하며 그보다 이전의 빛들은 플라즈마 상태의 물질들에 붙잡혀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합니다.

최근의 재미있는 연구로는 전자기력의 파동형태인 전자기파(=빛)처럼, 중력의 파동형태인 중력파(Gravitational Wave)를 이용하여 30만년보다 어린 우주를 관측하는 이론도 있습니다.


이러한 중력파는 30만년보다 어린 플라즈마 상태의 우주의 간섭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굉장히 획기적인 아이디어 임이 분명합니다.

마치 수증기가 자욱한 욕실의 모습이 보기 어려워 거기서 나는 첨벙거리는 소리를 통해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중력파 자체가 직접적인 검출이 아직까지 되지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갈길이 멀지요.





4. 우주팽창이 우리주변(태양계)에 미치는 영향은?

→ 우주팽창은 우주전체 스케일의 운동입니다. 태양을 포함한 각 항성들, 은하들은 모두 고유의 운동을 하고 있는데

때에 따라서는 분명히 우주는 팽창하므로 어느 한 지점을 기준으로 주변의 모든 별들이 멀어지는 현상(적색편이)이 보여야 하는데

가까워지는 운동(청색편이)을 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이는 우주팽창의 운동보다 고유운동이 더 빨라 둘의 운동을 합산한 결과가 최종적으로 가까워지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우주팽창에 관한 허블의 법칙에서 '상대속도 V = 현재의 허블상수 × 상대거리' 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개개의 별 사이사이나 은하 사이사이가 서로 가까워지는 운동을 하는 녀석들이 있을지라도 스케일을 크게 보자면(상대거리가 증가) 그 별이 속한 은하전체, 혹은 그 은하가 속한 은하단 전체는 허블의 효과(우주팽창)가 더 커지므로 결과적으로 모두 멀어지는 방향이 됩니다.


다시 본 질문으로 돌아온다면, 즉 우리 태양계주변에서의 각종 움직임들은 우주전체에 비하면 굉장히 작은 스케일이기 때문에 우주팽창과는 거의 무관한 수준이 되지요. 우리가 로켓을 발사할 때 우주팽창에 의한 모션은 고려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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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관심이 있는 꼬마아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공부를 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런 질문이다.

' 블랙홀!!! ' , ' 블랙홀은 정말 다 빨아들여요?? ' , ' 블랙홀은 왜 까매요?? '


우주에는 지상의 실험실에서는 재현할 수 없는 굉~장한 현상들이 많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흥미로운 천체가 바로 이 블랙홀이 아닐까 싶다.

(유명하기도 한 만큼 이름하나도 제대로 정립되기까지 수난의 역사를 겪기도......)


'일반인을 위한' 을 표명하고 있는 만큼(!) 유명한 블랙홀을 빼먹을 수는 없을텐데 이 블랙홀 얘기를 하려고 하면 정말 끝이 없을 정도로 깊이에 따라 굉장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일반인을 위하기 때문에!!(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에!!) 적당히 간추려서 풀어보려한다.

 

 


처음 블랙홀-a 파트에서는 간단한 배경이론과 현상학적 내용들,

다음 블랙홀-b 에서는 자세한 생성과정을 비롯한 앞에서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포함될 예정.

 

 

 

 

 

#image1. 블랙홀(상상도)






아는사람은 알겠지만, 떠도는 블랙홀 이미지의 대부분은 그래픽 아티스트에 의한 상상도이다.

(아무리봐도 참 실감나게 그린다..)


실제로는 관측을 아무리 해봐도 그림1 처럼 밝게 빛나는 디스크 주변으로 빛이 뿜어져나오는 환상적인 모습을 직접 얻기는 힘들다.


우리가 '관측을 한다' 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빛(전자기파)을 통해서 하는 만큼,

대상으로부터 빛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블랙홀(Black Hole)은 그 이름처럼 지나가던 빛 조차도 휘어져 들어갈 만큼 중력이 강력한 천체인데

그 존재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을까?



그 전에, 블랙홀에 대한 간단한 물리적 접근을 해보자.

 

 

 

 

 

#image2.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한 중력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비롯되는 중력의 법칙과

이후 아인슈타인이 내놓은 중력에 대한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의 근본 자체에 대한 결정적 차이가 존재한다.



뉴턴의 관점 : (뉴턴曰 :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질량을 가진 물체는 주변의 질량을 가진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을 만들어낸다.

아인슈타인의 관점 : 질량을 가진 물체는 공간을 휘게 만든다. 이 휘어진 공간에 의한 효과가 바로 중력이다.


이 휘어짐은 흔히 천위에 공을 올려놓으면 움푹 들어가기 때문에 주변에 구슬을 굴리면 공을 향해 굴러가는 것으로 비유된다.



뉴턴까지의 중력에서는 질량이 존재하는 것들만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당연히 질량이 0인 빛은 중력과 무관하게 직진성을 가진다. 또한 중력의 발생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론을 통하여 질량을 가진 물체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휘어짐(Curvature)이 중력의 근본적인 원인이라 설명하였으며, 이는 개기일식에서 실제로 태양 뒤의 빛이 휘어지는 현상을 관측한 에딩턴에 의해 증명되었다.

 

 


공간자체가 휘어졌기 때문에 휘어진 공간을 진행하는 빛도 그 운동은 휘어지게 되는 것이다.

 

 

 

 

 

#image3. 에딩턴의 관측과정을 나타낸 그림

그림에서 별빛이 휘어지는 각도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계산이 되며

실제 측정값과 정확히 일치하였기 때문에 일반상대성 이론이 증명되었다.






그 전에도 블랙홀의 존재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제시가 되었지만 일반상대성 이론이 발표된 이후 비로소 본격적으로 제시되었다.

이 휘어지는 정도인 curvature는 질량이 클 수록, 정확히 말하면 중력이 클 수록 더 많이 휘어진다.


중력은 질량(M)에 비례하며 반경(R)에 반비례하는데, 질량의 경우 무한정 커질수 없지만 반경이 거의 0에 가까워진다면 그 물체의 중력은 대단히 커지게 된다.



이론적으로 반경 R=0 인 물체는 무한대의 중력을 가지는 블랙홀이 되며, 이때 주변을 지나는 빛은 휘어지는 것을 넘어서서 빨려들어가게 된다.


 

 



혹은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다.

중력을 가진 천체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속도가 탈출속도(Escape Velocity)이다.

 

우리 지구의 경우 이 속도는 대략 11.2km/s 정도로 총알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이며

당연히 이 탈출속도 또한 중력이 클 수록 커진다.

(중력이 훨씬 큰 태양의 탈출속도는 618km/s 이다)


탈출속도보다 느린 물체는 하늘로 던진 돌멩이가 다시 땅으로 떨어지는 것 처럼 언젠가는 다시 천체로 구속되어 되돌아온다.

반대로 탈출속도보다 빠른 물체는 그대로 천체를 탈출해 버리는 것이다.



블랙홀은 이 탈출속도가 빛 속도인 300,000 km/s 인 천체이다!



지구 표면이 아니라 저~ 멀리 달 근처에서는 지구영향은 거의 사라지고 달의 중력에 의해 탈출속도가 다시 정해지는 등,

어떠한 천체가 중력에 의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한정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블랙홀도 중력의 영향권이 있으며 이것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보다 안쪽의 빛들은 영영 밖으로 나오지 못하지만,

근처 지나가던 빛이 사건의 지평선 바깥이라면 슬쩍 휘어졌다가 다시 갈길을 갈 수 있다!

 

 

 

 

#image4. 블랙홀 주변을 지나는 빛

사건의 지평선은 탈출속도 = 빛속도가 되는 경계선이며 이보다 바깥쪽은 탈출속도가 빛속도 보다 작아 빛이 탈출할 수 있다.

블랙홀 중심에는 이론적으로 밀도와 중력이 무한대인 특이점(Singularity)이 존재한다고 예측된다.








아니 밀도와 중력이 무한대인 특이점?!

무한대는 수학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나?!

거기다 사건의 지평선에 서서 손전등을 키면 그 빛은 곧바로 빨려들어갈 판인데

이렇게 흥미로운 천체가 실제로 존재할수 있을까?



당시 흥분에 빠졌던 학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은 빛을 통해 관측을 해야하는데 블랙홀은 이론적으로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천체라는 점이다.




이때, 1964년 백조자리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신호가 관측이 된다.

 

 

 

 

 

#image5. 백조자리 X-1(X-1은 백조자리에서 처음으로 관측된 X선 신호라는 뜻. 여기서 다른 X선이 또 관측되면 X-2가 되는 셈)

(상단) 아티스트의 상상도

(하단) 실제 관측된 이미지. 파랑->노랑 일수록 X선 세기가 커짐을 의미한다






역시 상상도에 비하면 실제 관측사진은 약간의 한숨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결과 자체는 굉장히 흥미롭다.

그것도 그럴것이 현재까지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인류가 목격한 가장 강력한 X선 신호였던 것이다.

(이 기록은 현재까지도 유지중)



왜 블랙홀과 X선 신호가 밀접한 관련이 있느냐는 강착원반(Accretion Disc)에 있다.


질량이 다른 쌍성(실제로 대부분의 별은 쌍성으로 존재한다. 별들도 다 저렇게 짝이 있는데.....)에서

무거운 별은 더 빨리 진화하므로 무거운 어느 한쪽 별 A가 블랙홀이 되었다고 하자.

 

 

#image6. 쌍성(A, B)에서 질량이 큰 별 A가 먼저 진화하여 블랙홀이 되었다




이렇게 생긴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의 영향으로 주변의 물질들을 서서히 빨아들이기 시작할 텐데

가장 1순위는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다른 한 별 B가 될 것이다.


마치 하수구에 물이 빨려들어갈 때 회오리가 생기는 것 처럼,

사건의 지평선을 향해 빙글빙글 디스크 모양으로 돌면서 B의 물질들이 빨려들어가게 되는데(이것을 강착원반이라 한다)

별탄생에서도 잠깐 언급하였듯이 이때의 물질들은 두가지 방법으로 굉장한 에너지를 얻게 된다.

 


 

1. 블랙홀의 중력위치에너지

(감소한 위치에너지 = 증가한 운동에너지로 생각하면 된다.

심지어 중력도 어마어마한 블랙홀이기에 물질들은 빛속도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얻는다)


2. 서로 다른 디스크의 물질들 끼리 마찰(상호작용)에 의한 에너지



따라서 강착원반 근방 물질들은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얻는, 온도가 수백만K 까지 가열되며

이렇게 뜨거워진 에너지를 전자기파의 형태,

특히나 X선이나 그보다 온도가 높으면 감마선으로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방출되는 X선(혹은 감마선)은 jet 혹은 burst 라고 부르며 강착원반에 대하여 수직방향,

맨 위의 그림1 처럼 원반 양 끝으로 방출되며 블랙홀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결정적 증거이다.


 

 

 

 

 

#image7. 처녀자리 은하 M87의 X선 jet

(상단) 찬드라 X선 망원경이 관측한 X선 jet. 가장 왼쪽아래 어딘가에 블랙홀과 함께 강착원반이 존재할 것이며 오른쪽 상단 방향으로 제트(보라색)가 퍼져나가고 있다.

(하단) 허블우주망원경의 광학이미지(중심부분)와 찬드라의 X선이미지(주변의 붉은 제트)를 합쳐 놓은 것.

은하 주변으로 X선 제트가 은하전체보다 더 큰 스케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7 의 뿜어져 나오는 jet 모양과는 달리 그림5 하단과 같은 모양은 이러한 제트를 정면에서 마주보고 관측하면 얻어진다.




블랙홀의 강착원반에서 기인하는 X선이나 감마선 제트로 블랙홀을 찾은 것은 좋았는데,

찾다보니 커다란 은하들은 중심부에 모조리 블랙홀을, 그것도 거대한 질량의 블랙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실제로 작은 은하(왜소은하 : Dwarf Galaxy)가 아닌, 우리은하를 포함한 거의 모든 은하들에서는 은하중심부에서 각종 제트(전파, 자외선, X선, 감마선 등등)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관측으로 확인이 된 만큼

은하중심부에는 아마도 하나이상의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은하중심부에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블랙홀(Super Massive Black Hole : SMBH)은 보통 항성들이 진화해서 발생하는 항성블랙홀(Stellar Black Hole)보다 질량이 수백만~수천만배는 크다.



보통 블랙홀 질량의 수천만배에 이르는 거대한 블랙홀이라니!

이름부터 Super Massive.. 겁나 무거운 블랙홀 이라는 티가 팍팍 난다.

이녀석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한 얘기는 다음 파트에서 보통의 블랙홀인 항성블랙홀이 발생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난 후에 언급하도록 하겠다.




아래는 쌍성계에서 한쪽이 블랙홀로 먼저 진화한 경우 다른 별이 빨려들어가는 것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강착원반을 잘 목격할 수 있으니 글이나 정지된 사진으로보아 와닿지 않았던 사람에게 좋은 영상이 될것 같다.

 

 

 

 

원본 : wikipedia

BGM : The Rock Diamond - I'll Protect You

 

 

 

(왠지 화면보호기느낌이...)

 

 

다음 내용은 블랙홀-b 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