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가장 뛰어난 무관이었다.

비록 그 자신은 스스로를 낮추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건 단지 겸손을 보이는 행동이었을뿐 그가 가장 뛰어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에게는 자신의 나라와 고향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것은 곧 그의 삶의 원동력이자 의지였다.

그러나 자신 스스로 그런 삶의 모순과 이기적인 면을 마주하게 되는 날이 오게되었고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

만약 그때 그를 따라갔으면...

과거

"어디 가십니까? 수령나리?"

"잠시 순찰을..."

"또 순찰가시는 겁니까? 허허 참, 이렇게 부지런하신 분은 여태껏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다녀오겠네."

"다녀오십시오."

그는 이른 아침 날이 밝아 올 무렵이면 순찰을 나갔다.

이렇게 직접 순찰을 도는 수령은 이제껏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순찰을 나갔다.

사실 그에게는 한가지 비밀이 있었다.

그는 순찰을 다니다가 어느 외진 길목으로 걸어갔다.

그 길은 숲으로 가는 길이었다.

숲 속에는 여러가지 요물들이 마을을 노리고 있었고 그는 간혹가다 그 요물들을 퇴치하곤 했다.

그래서일까 마을은 전보다 더 평화로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단순히 요물때문에 숲으로 가는 것만은 아니었다.

숲속 더 깊이, 나무가 울창하여 빛이 거의 들어올락 말락하는 곳으로 점점 발걸음을 옮겼다.

'이쯤이었는데?'

그때 어디서 거대한 울림이 들리더니 거대한 무언가가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이제 왔네?"

그는 위를 쳐다보았다. 위에는 밝은 미소를 얼굴에 머금은 사내가 거대한 괴물 위에 올라타있었다.

"프리드..."

"오늘은 꽤 일찍 왔네, 사다함?"

"그냥 이 시간대가 되면 눈이 떠지더군. 딱히 할 일도 없고해서 일찍 와봤네."

"한 고을의 수령이 이렇게 자주 자리를 비어도 되는거야?"

"글쎄... 어떤 거대한 괴물을 데리고 다니는 누군가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쪽에 신경쓸 리가 없지."

"드래곤이야, 드래곤이라고 한다고."

"그래, 드래곤..."

그가 이 거대한 괴물과 저 항상 싱글벙글한 사내를 만난게 벌써 한달 전이다.

여느 때처럼 그는 요물들을 퇴치하러 숲속을 돌아다니던 중이었다.

그에게는 나라에서 받은 명에 따라 이 고을을 수호할 의무가 있었고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중이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수령은 쓸대없이 부지런떠네."

"냅둬, 저러다 며칠하고 그만두겠지."

그러나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마을은 평화롭고 살기좋은 곳으로 바뀌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를 칭송하였다.

"이번 원님은 진짜 좋으신 분 같아요."

"원님이 들어오고 나서부터 우리 마을이 살기 좋아졌다니까."

사람들은 행복해하였고 그는 그것으로 만족하였다.

그것이 그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는 자신의 모든것을 바칠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일을 하고 요물들을 퇴치하던 날이었다.

'요즘따라 요물들이 더 많아진 것 같군.'

숲 속에는 수많은 요물들이 마을을 노리고 있었고 그는 번번이 요물들을 퇴치하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간혹가다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의 시체에 그를 모욕하는 글귀가 발견되곤 했는데 어쩔때는 그게 동물이 아니라 사람 시체일 때도 있었다.

그 시체의 주인공은 돌이의 아버지 사냥꾼 마씨였다.

작년에 마씨는 사냥을 하러 가던 중 실종되었는데 며칠의 수사끝에 그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다함은 이것을 보아라.'

이것은 자신들의 마을 약탈을 방해하면 희생자가 생길거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를 더욱 분노케 하였고 역으로 요물들의 최대 수난의 날이 되었다.

그는 군졸들을 이끌고 숲에 있는 모든 요물들의 씨를 말려버렸다.

그리고 마씨의 장례를 치뤄주고 자신의 순찰 시간과 범위를 더욱 늘렸고 이로 인해 요물들의 행동범위는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약 몇달간은 숲에 평화가 찾아왔지만 요 며칠 사이에 자주 동물시체가 숲속에서 발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마을은 피해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계속 순찰을 돌았고 경계를 더욱 강화하였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에게 숲 속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엄금을 내렸고 숲으로 통하는 길목에 순졸들을 세웠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숲을 돌아다니고 있었던 중이었는데 왠지 이번에도 동물이 아닌 사람의 시체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주의를 줬는데도 숲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저 멀리서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허나 좀 이상한 건 이 기척은 왠지 다른 느낌이 나는 사람의 것이었다.

확실한 건 마을 사람의 기척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누구지?

혹시 떠돌이 나그네나 길 잃은 누군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재빠르게 그 곳을 향해 달려갔다.

역시 그의 예상이 맞았다. 거기엔 한 사내가 서있었다.

그 사내는 특이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마치 타국에서 온 사람 같았다.

그는 여러 요물들에게 둘려싸여 있는 중이었는데 옆에서 봐도 긴박한 상황으로 보였다.

그가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려는 순간 그 사내가 갑자기 긴 막대를 들더니 땅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그 사내 위에서 한줄기 빛이 내려오더니 요물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그는 빛이 내려온 곳을 올려다보았다. 위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 2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