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로이드 VY1 V4의 오리지널 곡인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면(明日世界が滅ぶなら)>입니다.

 이 곡은 2015년 6월 29일에 투고되었어요. 작곡가는 프로페린(プロペリン)이에요. 대표곡으로는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면>과, <잃다(失う)>가 있어요.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면>은 프로페린의 첫 전당을 달성한 곡이자, 유일한 전당을 달성한 곡이에요. 참고로, 이 작곡가는 가사를 아련하고, 아름답게 쓰시는 분이죠.

 도심의 웅성거림이 시끄럽게 들려오고, 카세트테이프가 정겹게 돌아가는 의미심장한 소리가 조용하게 몰려오는 물결처럼 치고 들어옵니다. 어디 한 군데 망가진 듯한 악기의 날카로운 멜로디의 시작과 함께 매미의 아련한 외침은 밀물처럼 감정을 채워나가죠. 곡은 듣기도 전에 사람의 감정을 휘어잡아요.

 어쿠스틱 기타의 정겨운 울림이 여름철의 장마처럼 감정을 자극하고, 전체적으로 잔잔한 멜로디는 찬찬히 부는 바람에 휩쓸리는 물줄기처럼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방심하는 순간 후렴구에서 거센 파도처럼 확 덮쳐 오고 말아요. 그렇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 곡이에요. 정신을 차리고 나면, 모든 건 썰물처럼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도심의 웅성거림만이 그 흔적을 아련하게 남기며 여운을 남겨버리니까요.

 이런 감정의 여운은 구체적으로 디테일된 가사에 있는 것 같아요. 분명 멜로디도, 그걸 부르는 보컬의 복받치는 떨림도 곡의 깊은 여운을 남기는데 관여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림을 그리듯 디테일하게 꾸며진 가사는 머릿속에 하나의 세트장을 만들어내고, 곡을 끝내자 소품을 하나만 덩그러니 머릿속에 남겨 놓고 떠나간 느낌을 줬어요.

 4세대 보컬로이드의 위력을 보였다고 생각되는 깨끗한 목소리에요. 고음처리도 굉장히 좋았죠! 하지만, <잃다>처럼 감정을 담아낸 듯이 보컬로이드의 목소리를 악센트를 주면서 약간 떨리게 해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드네요.

 매미가 울고, 참새가 지저귀며, 사람이 웅성거리는 도심을 맑은 하늘이 보이는 방 안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선명한 그림의 선을 그리는 곡, VY1 V4의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면. 잘 듣고 가주세요.
 헉! 가만히 다시 들으니, 나 혼자 상상한 것 뿐이잖아!




 제가 뭐가 가장 좋은지 못 골라서 우타이테 버전을 세 개 올립니다. 여러분은 어느 버전이 제일 좋은가요?


기호 1, 라이라이

 라이라이(らいらい)가 부른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면>입니다.

 2015년 8월 5일에 투고되었어요. 맑은 목소리가 정말 좋아요! 특히 감정에 젖어버린 듯이 불안정하게 떨려오는 목소리가 정말 좋아요. 

 하지만, 감정을 담아 부르며 단어 하나하나에 악센트를 주는 만큼, 곡 중간에 발음을 흘리면서 부르는 부분이 그냥 세는 것처럼 들리게 되는 단점이 있기도 해요.
 



기호 2, 메아리




 메아리(めありー)가 부른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면>입니다.

 2015년 7월 5일에 투고되었어요. 보컬이 멜로디에 묻혀지지 않도록 치중된 음량이 잘 느껴지는 버전입니다. 그렇기에 메아리의 장점인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라는 느낌이 잘 묻어나고 있죠. 거기에 아쉬움만이 느껴지는 후렴구의 끝맺음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해주며 깊은 여운을 담아내기도 해요.

 그러나 편안하게 부르는 만큼 후렴구에 느껴지는 박진감이 다른 두 개의 버전에 비해 가볍게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는 곡입니다.
 




 기호 3, 쿠로쿠모.


 쿠로쿠모(くろくも)가 부른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면>입니다.

 2015년 7월 9일에 투고되었어요. 무겁게 짓눌린 듯이 약간 변형된 멜로디가 매력적으로 들려오는 곡입니다. 거기에 쿠로쿠모의 목소리가 담백하게 묻어나는 것도 매력포인트 중 하나죠. 중간 중간에 기계음을 넣도록 믹싱된 목소리도 곡을 이색적으로 들려오게 하죠.

 하지만, 후렴구 부분에서 보컬의 목소리가 멜로디에 깔린 듯이 묻혀서 들려온다는 단점이 있어요. 마치, 멜로디라는 두꺼운 커튼에 보컬이 삼켜져 버리면서 어쩔 수 없이 커튼을 피해 커튼 밑으로 흘러 들어오는 느낌이에요. 



 전 개인적으로 쿠로쿠모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아무래도 멜로디가 가장 들을 맛이 난달까요? 후렴구만 제외하면, 목소리와 멜로디의 밸런스도 좋은 편이고요. 하지만, 다른 두 개도 뚜렷한 매력이 있어서, 쿠로쿠모 버전을 고르기에는 많이 아쉽더군요. 그러니 당연하게도 선택 장애에 걸리고 말았네요. 하아........ 지금 이 노래만 네시간 째 듣는 중이에요. 그래서 한꺼번에 올려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