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걸리기 어렵다는 여름감기에 걸려있습니다. 여러모로 정신이 육체를 건드렸나봐요. 차에서 보는 책이 안겨주는 울렁증처럼 책 읽기엔 머리가 아파 애니를  보았습니다.

라쿠고 1~2기를요.

은유가 넘쳐나고 이야기와 이야기를 넘나드는 매우 짜임새가 단단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간혹 옛날 애니메이션이 좋았고 지금은 영 좋지않은 것만 수두룩하게 나온다는 말에 반절은 동의하지만, 이 작품을 내밀면서 '이런 것도 있어요!' 하고 말하고 싶네요.

힙합을 못하는 힙스터 마인드가 있어서 그런지 작품을 약간 다르게 볼
때가 있습니다.  주된 이야기만큼 주변의 속된 물품들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사물이 맥락 속에서 가지는 의미가 뭔지 파고 나름의 생각을 갖추는 걸 좋아하는데, 그 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맺어줘서 저는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쓰면서도 쓰는 저와는 또다른 저가 쓰는 과정을 유심히 보면서 '달기만 하지 크기만 부풀려놓은 솜사탕같네, 금방 물릴걸.'이라고 핀잔을 주면 멍청하게 웃으면서 '한 번 정돈 솜사탕을 먹고 싶은 날이 있겠지.'라고 계면쩍게 보내버립니다.

글 하니 생각났는데, 그때 방을 정리하면서 동생의 연애편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상대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 속에는 두 사람이 굴려온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혼자서 어루만지며 보내는 듯한 이쁜 글들이 가득해서 충격적이었습니다. 요즘도 연애편지를 손으로 쓰는구나, 그리고 사랑을 하면 이런 글을 쓰게 되는구나..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죠.

그리고 저는 심심풀이로 써뒀던 로맨스 소설을 지웠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적은 티가 나서요. 화끈거렸습니다.

망가에도 그런거 있잖아요. 안 한 놈이 하는 걸 그리니 망가가 재미없다. 그러니 내가 해주마 우당ㄷ장탕탕ㄷㄴ당 이런거 같이요. 언젠가 연애를 하게 되면 그때 다시 적어야겠어요.

우스운 나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