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도 작가의 눈물의 마시는 새에 등장하는

데오늬 달비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요즈음 새 세계관 설정을 보고 있는데

이 캐릭터에 대한 문득 재밌는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영도 식 언어유희적 캐릭터로서

4차원으로 보기에도 그렇고 조금 고차원적인 생각을 가진 캐릭터였죠.

참...

눈마새 후반부 만담을 담당하던 캐릭터였기도 하고,

인간이 아닌 나가와 콤비로 개그를 담당 했었습니다.

밑에 그 캐릭터에 대한 일화이니

한 번 느긋하게 즐겨보심이 어떨까 합니다.









  "왜 그렇게 뛰어다니고 있는 거죠?"
  "삭정이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대수호자님. 저희들은 요리를 해야만 먹을 수 있습니다. 대수호자님."
  "아아, 그렇지요. 그런데 삭정이를 모으기 위해 그렇게 뛰어다녀야 합니까?"
  "태풍 때문에 나무들이 젖어 있습니다. 대수호자님."

  데오늬는 그 정도면 훌륭한 설명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키베인(토린의 설명 : 대수호자이며, 나가 입니다.)은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 생각한 후에야 키베인은 '나무들이 젖어있다. 젖어있지 않은 나무를 찾으려면 많이 돌아다녀야 한다. 많이 돌아다니면서도 식사 준비가 늦지 않으려면 달려야 한다.'라는 일련의 논리를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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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요. 물론 당신에겐 무기도 없고 짐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모두가 지쳐있는 지금도 당신은 조금도 지쳐보이지 않는군요. 당신은 마치 몸에서 소드락(토린의 설명 : 일종의 나가식 스팀팩)이 샘솟는 나가 같습니다."

  데오늬 곁에서 걷고 있던 바르사는 키베인의 말에 어깨를 폈다. 씩씩하게 걸으려 애쓰는 교위의 모습을 보며 키베인은 싱긋 웃었다. 데오늬는 눈이 동그래져서 말했다.

  "소드락이 샘솟는 나가도 있습니까? 대수호자님?"
  "예? 아, 그건 그냥 비유였습니다."
  "그렇습니까? 저는 대수호자라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수호자님은 분명히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몸에서 소드락이 샘솟는 나가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키베인은 도대체 그것이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 논법인지 질문하지 않았다. 질문했다가는 더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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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데오늬는 군단의 앞쪽에서 달리다가 숨이 턱에 닿아 쫓아온 키베인에게 "습지입니다! 대수호자님!"이라는 대답을 하여 대수호자를 상당한 지적 모험에 밀어넣고 있던 도중이었다.

  "습지에서의 구보 속도가 궁금해진 겁니까?"
  "누가 말에서 떨어졌습니다. 대수호자님."
  "습지니까 누가 말에서 떨어져… 예?"

데오늬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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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비식 문답의 하이라이트 부분

  "달비 부위. 지금 대장군은 허물벗기(토린의 설명 : 나가는 사람이지만 종족으로서는 뱀 특성을 띄기 때문에 생리 현상 처럼 일정 기간 허물벗기를 합니다.인간 여자의 마법의 날을 떠오르시면 될 듯 하네요.)를 하려 하고 있습니다."
  "살갗이 벗겨지는 겁니까, 대수호자님?"
  "그렇습니다. 당신이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요."
  "제가 요리를 잘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대수호자님?"

  완전히 멍해진 대수호자는 힘겹게 데오늬에게 질문했고, 가까스로 데오늬가 매우 독창적인 상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데오늬의 머리 속에서 대수호자의 요청은 대략 다음과 같은 변화를 일으켰다. '나가가 허물을 벗는다. - 도와달라고 했으니 누군가가 그 허물을 벗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 그 나가는 아마도 박피전문가 등으로 불리는 사람일 것이다. - 대나무 군단에는 그 박피전문가가 없는 것이다. - 그런데, 대신 인간 포로가 있다. - 인간은 요리를 해서 먹으니 동물의 껍질을 다루는 것에 익숙할 것이다. - 따라서 인간은 박피전문가의 대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요리를 잘 하는 데오늬 달비여, 도와주오.'

키베인은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쥐고 싶은 것을 참으며 말했다.

  "놀라운 상상이지만, 아, 정말 놀랍군요.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 박피전문가라는 것이 없습니다. 허물은 자기가 알아서 벗습니다."
  "그러면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됩니까, 대수호자님?"
  "갈로텍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데오늬는 멍한 표정으로 키베인을 바라보았다. 차츰, 그녀의 얼굴에 뚜렷한 결심이 떠올랐다. 데오늬는 갈로텍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했다.

  "안녕! 잘 생긴 오빠. 저랑 놀아볼래요?"
  "…달비 부위. 그게 아닙니다."
  "아닙니까, 대수호자님?"
  "그거 아마 유혹인 것 같은데, 그게 아닙니다. 그가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여인이 되어주십시오."
  "아, 네! 알겠습니다. 대수호자님."

  데오늬는 밝은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갈로텍에게 말했다.

  "이제야 밝히지만, 사실은 내가 네 어머니란다." 눈마새 통틀어 최고의 명대사

  갈로텍이 혹 그런 반생물학적인 고백을 믿어주지 않을까 공상해 보던 키베인은, 자신이 데오늬에게 꽤 물들었음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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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오늬 달비가 그의 침대 옆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본능적인 수치심에 당황한 갈로텍은 조금 후에야 데오늬가 입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청력에 주의를 기울였다.

  "나쁜 말 하시는군요, 대장군님?"
  [당신 여기서, 제기랄!](토린의 설명 : 나가는 다른 종족과는 다르게 동족끼리 '니름'이라는 의사소통을 사용합니다. 프로토스의 칼라 혹은 정신적 교감을 떠오르시면 될 듯 하네요. 다른 종족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들리진 않으며, 책에서는 []으로 ""와 같은 육성언어와 다르게 표현합니다.) "당신 여기서 뭐하는 거요?"
  "소리를 듣지 못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대장군님."

  갈로텍은 필사적으로 생각해보았지만 도저히 데오늬 달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는 질문했고,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데오늬가 니를 줄 모르고 갈로텍은 소리를 들을 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허락 없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것을 해명하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략)

  "그 칼 쓸 줄은 압니까?"
  "약속은 중요한 것입니다. 대장군님."

  멍한 표정으로 데오늬를 바라보던 갈로텍은 질문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서 데오늬가 '사이커는 쓸 줄 모른다. - 하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대수호자에게 대장군을 지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 약속은 중요한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라는 사실은 데오늬 자신만이 아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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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뭡니까?"
  "아스화리탈(토린의 설명 : 눈마새에 나오는 용)은 무겁습니다. 대수호자님."

  키베인은 놀라거나 당황하는 대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데오늬의 말을 되짚어갔고 두 병사는 숙련가의 솜씨가 펼쳐지는 광경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 결과로 그들은 아스화리탈이 무겁다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알게 되었다.

  데오늬의 말이 '이것은 화관이다. - 꽃으로 만드는 머리장식이다. -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당신들을 약올리려고 일부러 꺾은 것은 아니다. - 내가 그렇게 무신경한 사람으로 보이나? - 꽃은 원래 꺾여있던 것들이다. - 이렇게 많은 꽃이 한꺼번에 꺾인 것은 무거운 것이 짓밟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 코끼리보다도 훨씬 큰 것. - 나는 그것이 아스화리탈이라고 생각한다. - 아스화리탈은 크고 무겁다.'는 의미임을 알게 된 두 병사는 긴장하여 서로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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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수호자님!"
  "예, 달비 부위?"
  "다리가 아픈 것이 낫습니다. 대수호자님!"

  데오늬가 명랑하게 외쳤다. 키베인은 조금도 화내지 않으며 대답했다.

  "내 생각도 그래요. 9할 이상 동의합니다. 그리고 다리가 왜 아파야 하는 건지 알게 되면 나머지 1할의 동의도 기쁨 속에서 당신에게 바치겠습니다. 다리가 왜 아파야 하지요?"
  "저 탑을 올라가야 하니까요! 대수호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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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오늬는 자신의 몸이 갑자기 위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린 데오늬는 키보렌의 대수호자가 자신을 안아올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한테 물어봐야 해요! 대수호자님!"

  키베인은 데오늬가 도대체 어떤 중간 과정을 생략했는지 묻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일단 살고 나서 자당께 여쭤봅시다!"

  생략의 추측 : 키베인이 데오늬를 안아올렸다 - 이러한 행위는 혼인관계의 남녀를 연상케 한다. - 전통적으로 남녀관계-혹은 성혼-의 결정권은 부모에게 있다 - 어머니에게 물어봐야 된다.

 (by Cherroy, Chelso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