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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하신 점이나 <롤링☆걸즈>를 보고 설정상 궁금한게 있으시면은 바로 이전 칼럼을 보시면 어느정도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링크


 

 

0. 앞말

 

 늘 <롤링☆걸즈>는 저에게 있어선 미완성입니다. 인물, 사건, 배경, 표현 방식 마치 견습쉐프의 양 어깨를 잡고 시뻘개진 얼굴로 창조적인 욕설을 준비하는 고든 램지처럼 모든 것이 미완성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고, 찾아 읽고, 가깝고도 먼 하이퍼링크의 줄을 잡아당기며 정호승 시인의 시를 능욕하는 수능 출제자의 열 손가락처럼 제가 알고 있는 제한된 배경지식과 제거되어버린 비판적 안목이 더해져 이 칼럼은 그저 <롤링☆걸즈>에 대한 찬가로 변해 있었습니다.

 

 어쩌면 한 번도 깨워보지 못해 파랗게 변했던 심장이 박동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그 진동, 소리에 놀라고 그 느낌에 취해버려 적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만들어낸 참 ‘롤링걸즈’같은 글입니다.

 


1. 돌과 Stone에 대한 이야기

 

여기서는 두 가지 돌에 대한 설명으로 <롤링☆걸즈>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전 칼럼 글로 설정에 대해 적었지만 워낙 분량이 길고 스크롤 압박인지라 여기서 간단하게 세계관에 대해 정리하자면, ‘도쿄 대결전’이라는 구 국가(일본)의 영향력이 고위권과 부유층의 알 수 없는 실종으로 사라지면서 구 지자체들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인접한 동네끼리 연합하여 구성하고 ‘자경단’이란 집단이 국가 내부의 일(환경 미화, 방범)과 외부의 갈등(마을 간 병합에 따른 새로운 이름)을 피해를 최소한으로 만들기 위해 단장들끼리 해결해야한다는 ‘트윈타워 선언’이 선포된 일본이 배경입니다.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자경단’은 크게 단장 역할을 하면서 초월적인 신체능력을 가진 ‘모사’와 그 외 ‘모부(Mob)’로 구성되어있는데요. 이를 구분하는 요소가 바로 작중에서 꾸준히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하는 ‘돌’입니다.

 

첫 번째로 이야기할 돌이죠.


 

 


 안에 보석가루를 넣은 듯이 반짝반짝 거리고 모양도 앙증맞은 하트모양인지라 소녀감성을 톡톡 터뜨리는 이 돌은 모사들이 가진 고유 전투 효과와 인간을 초월한 파워로 인해 ‘모부(Mob)’에게는 물론 모사에게도 있어서 필수 불가결의 도구로 작품 초반부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저 반짝이는 ‘돌’만 있으면 ‘모부(Mob)’가 ‘모사’처럼 화려하게 전투를 펼치고 주변의 선망을 받으며 자기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죠. 마치 닥터.유 과자를 포장하듯 포장에 포장이 더해지면 어느 순간 사람들은 포장을 포장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것을 진짜로 믿어버립니다.

 



 그리고 마치 9화에서 유키나가 읽던 책인 <어짜피, 나 이외의 놈이 역사를 만든다>처럼 ‘모부(Mob)'는 병 속에 갇힌 벼룩처럼 그저 수동적으로 ’모사‘가 하는 일에 비해 시시한 일들 속에서 만족하며 지내고, ’모사‘ 역시 수동적으로 자신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돌‘이 자신에게 힘을 주는 것으로 생각해 의존적으로 변해가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모사’들이 돌을 얻게 된 계기는 모두 자신이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돌이 이끌려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왔습니다.

 



 무기에 집착하면서, 돌을 잃은 후에는 복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시교 쿠니코’가 돌을 얻게 된 계기는 ‘가상에만 존재하는 히어로에 실망하고 자신이 히어로이자 정의의 편이 되어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한 수련 도중에 얻은 것이고

 



평화 청부업자면서 , 돌을 잃은 후에는 꾸준히 ‘돌이 있었다면...’을 반복하는 ‘우토쿠 마사미’가 돌을 얻게 된 계기는 물에 빠진 척을 하던 자신을 구하기 위해 수영도 못하면서 물에 빠졌던 모리토모 노조미를 다시는 상처 입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돌을 불러 내려왔죠.

 

그 이외에도 도쿄 편의 ‘썬더-로드’는 ‘창작물(꿈)의 기쁨 에 가득차 있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마이치-미에 편의 히메코는 ‘아빠만큼 멋진 샤치호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 토모키는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돌을 불러왔죠.

 


<롤링☆걸즈>의 백미인 쿄토 편(7~8화)부터 ‘돌’은 ‘초월적인 힘’을 가진 도구가 아닌 그저 콘서트 한 번만 하면 우수수 떨어지는 ‘기피의 돌’로 불리면서 작품을 천천히 따라오던 시청자들은 의문점을 가지기 시작하고 마지막에 돌의 진짜 정체가 밝혀졌을 때는 ‘돌’이 멕거핀처럼 보여지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어요.

 

‘돌’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나 자아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마치 갈고 닦은 돌처럼 반짝이고 아름다운 모습의 돌로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에요. 열정을 품은 자기 자신이 아직은 투박하고 촌스러운 돌이지만 그 속에 있는 마음은 하늘에서 내려온 돌 마냥 반짝이고 아름다운 만큼 말이죠.

 

획일화의 상징인 교복처럼 전문 수석가가 아닌 이상 구분하기 어려운 이 ‘돌덩어리들’은 어떻게 이 몰개성하고 다사다난한 세계 속에서 굴러가며 저기 빛나는 하트 모양의 보석처럼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두 번째로 이야기할 ‘돌’인 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할 수 있어요.



 

 작품 속 전설의 록 밴드 <모미아게 햄머즈>의 명곡 중 하나이자 현재 주인공 4인방 나이또래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듣고 즐기던 노래를 어깨너머 듣게 되어서 세대를 이어 흥얼거려지고 불러지는 노래가 되었죠. 꾸준히 가사 없는 배경음으로나, 주인공 4인방이 허밍으로 흥얼거리는 것으로 나오다가 8화의 마지막이자 <롤링☆걸즈>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연출과 음악, 그리고 가사로 보는 사람을 푹 빠지게 만들죠.

 




이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아요.

 

1절

산을 넘어서 / 계곡을 넘어서 / 강을 따라가 / 돌은 굴러가

부족한 머리로 생각해 / 부족한 뭔가를 찾는 우리 /

어때, 재밌어졌지?

 

흥을 돋궈보자 / 때론 길을 잃어서 / 눈앞이 캄캄하지만 / 푸른 봄을 구르는

이름 없는 STONES / 걷어차지고 / 튕겨댕기고 / 흘러가는 세월에 / 동그라지지 말라고

노래하면서 우리는 / 이 세계를 웃으며 구르자 / 내일로 GO.

2절

진흙투성이가 돼 / 파묻히더라도 / 이름 없는 STONES

고른 길은 / 다르지만 / 이끼가 끼기엔 / 아직 빠르잖아 / 안 어울리잖아

푸른 봄을 구르는 / 이름 없는 STONES / 걷어차지고 / 튕겨댕기고 / 흘러가는 세월에

동그라지지 말라고 / 노래하면서 우리는 / 이 세계를 웃으며 구르자 / 내일로 GO.



 작품의 오프닝부터 삽입곡까지 모든 곳에 사용된 펑크 록 그룹 ‘블루 하츠’의 곡 마냥 그저 솔직하게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모부(Mob)'의 입장에서 ’모사‘가 해야할 역할을 대신하며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 4인방의 모습도 겹쳐지죠.

 

 그저 투박하지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을 수록 말이 짧아지듯이, 청춘에 대한 희망도 절망도 없이 너와 나 같은 ‘돌덩어리들’은 앞으로 있을 시련 속에서도 웃으며 구르자는 가사는 하트 모양으로 반짝이던 ‘돌’보다 더 아름다운, 꿈을 향해 포기 않고 굴러가는 ‘돌’에 대한 고백일거에요.

 


 모미야마가 12화 초반부에 했던 <시작의 노래>의 후렴구 처럼


“멈추지 않으면, 도착할 수 있다! 지금은 그냥 달려라!”보다 조금 더 소녀다운 마음의 찬사가 담긴 였습니다.

 

위에서 한 번 언급이 되었지만 이런 진솔한 청춘의 노래를 직설적인 공감대가 담긴 가사 속에 담았던 그룹이 있었죠.

 

펑크 록 그룹 ‘블루 하츠’가 바로 그렇습니다.

 

 

2. 돌과 Rock에 대한 이야기



 

불타는 싸나이의 순정을 노래한 그룹

 

 영원히 젊음을 노래하는 그룹으로 기억을 하게 될 <블루 하츠>의 노래들은 주인공 4인방이 부르는 버전으로 편곡돼 OP<사람에게 상냥하게>, ED<달의 폭격기>, 삽입곡<덜렁이>, <끝나지 않는 노래> 등등 어떤 화는 제목부터가 <블루 하츠>의 곡명일 때도 있었습니다. 이 그룹은 어떤 그룹일까요.

 

 짧게 록의 역사를 돌아보면 점점 고난이도의 기타와 드럼 실력을 요구하던 주류 록 음악에 불쾌함을 느끼고 그런 주류에 반하는 거리의 음악들, 간단한 코드들로 칠 수 있고 “누구나 칠 수 있다”는 펑크 문화의 영항을 받아 펑크 록이라는 장르가 탄생하게 돼요. 그 이후에는 퇴폐적이고 자극적인 가사나 괴악한 퍼포먼스, 주류에 반하는 비주류라는 마인드에서 주류 장르로 올라오면서 생긴 괴리 등으로 인해 몰락하기까지 다양한 일이 있었지만,

 

 언제나 “누구나 할 수 있다.”, “네 스스로 해라” 라는 슬로건의 마음가짐은 현대 다른 장르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는 저 멀리 바다건너 일본에도 전해졌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그 나라에 있던 문화와 밴드가 가지던 특색이 바다건너 유학 온 장르와 만나 <블루 하츠>를 만들어요. 과격하고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이 가득 차 있던 섹스 피스톨즈의 가사들에 비해 <블루 하츠>의 가사들은 다음과 같았어요.


 

 언제나 똑바로 걸을 수 있을까 / 호수에 풍덩 빠질지도 모른다고 / 누군가에게 상담해봐도 / 우리들이 가야할 길은 변함없어.                           

 -달의 폭격기-  

 

 인간은 모두 약하지만 꿈은 반드시 이뤄내 / 눈동자 깊숙이 새겼어 꺾이지 않는 마음 / 금이라도 눈에서 흘러넘칠 듯한 눈물의 이유를 말할 수 없어요.                                             

             -나의 오른손-  

 

 

 ‘괜찮아, 너의 꿈을 믿고 나아가봐.’와 같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달콤한 위로 대신에 철저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우리와 노래를 듣고 있는 너희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진솔하고 투박한 가사들이었어요. 그 점이 오히려 문학성을 인정받게 되었지만요.

 

 이런 고독과 불만스러운 사회 속에서 불만에 가득 잠긴 외침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기타가 없어도 걸음걸이, 움직임 하나가 노래 가사가 될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블루하츠는 희망이란 노래를 솔직 담백한 가사로 전해주었어요.

 

 <롤링걸즈>가 <블루 하츠>에 대한 헌정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곡을 커버해온 점은 비록 지금은 투박하고 못생긴 ‘돌’이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반짝이고 아름다운 하트 모양의 ‘돌’처럼 우린 젊기에 아름답고, 젊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고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에서 표현된 ‘너와 나 모두 구르는 돌덩어리’처럼 ‘할 수 있어, 믿어.’ 같이 허황된 희망보다 공감되고 쉽게 유추가 가능한 가사 속에서 ‘새파랗게 차가워졌던 가슴’을 ‘반짝이고 아름다이’ 빛낼 수 있는 가슴 뛰는 희망이 담겨져 있는 것이 닮아 있어서 그런 걸까요?

 

 <롤링 걸즈>는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와 닮아 있던 <블루 하츠>의 곡과 가사를 빌려서 더욱 효과적이고, 아름다운 줄타기를 하며 그렇게 이야기를 해나갔어요.

 


3. 뒷말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기민, <청춘 예찬>-


 

정말 청춘에 대한 찬가뿐이죠. 새파랗게 식고, 우울해질(Blue) 이유는 없잖아요.


 

어느 인터넷의 유저가 ‘블루 하츠’의 곡에 대해 이야기한 것 중에서 거친 보컬의 노래에 고음으로 화음을 넣어주는 베이시스트의 조화가 그렇게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어도 그 완벽하지 않은 어설픔 덕분에 더 화음이 어울려져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 있었어요.

 

그렇게, <롤링☆걸즈>는 저에게 있어선 처음 만든 과자처럼 이래저래 어설펐지만 그렇기에 더 오래 기억을 하고 애착을 가지게 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 어설픈 칼럼은 어설픈 작품을 위한 한 ‘돌덩어리’의 굴러가는 모습이자 조금 하트 모양을 닮은 ‘돌’의 빛에 반해버린 마치 첫사랑에 빠진 숫기 없는 남자의 연애편지 같으며, ‘블루 하츠’처럼 진솔하고 간명한 글이었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아마, 이건 칼럼일 것입니다.

 

12월 9일. 안개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