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사랑했던 그녀가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잊고 지내자며 마음을 다 잡고 살아왔는데.

그간에 있었던 미련 때문이었을까?

쉽사리 축하의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

처음 메신저를 통해 그녀의 최근 소식을 접했다.

밥은 잘 먹고 사는지, 몸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지.

너무 뻔한 물음에 뻔한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건만.

왜 불길한 예감은 꼭 잘들어 맞는지 모르겠다.

'나 내년에 결혼해 ㅎㅎ'

나 내년에 결혼해..내년에 결혼해..결혼해..

머리에 망치로 가격을 당한듯 멍하니 있었다.

분명 메신저 상태는 수신 상태인데,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왜..그때 축하한다고, 결혼식날 가겠다고,

그렇게 대답하지 못했을까 생각을 해보니.

그건 아마도 내가 너를 많이 사랑했었나 보다.

세상 어느 이유를 갖다 대어도

그만한 이유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랬다.

남자로 태어나서 여자와 사랑을 했는데,

그 여자와 이별을 겪고서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니, 정확히 말을 하면 제자리로 가는 척 했다.

사실 이별이라는건 짧은 섬광처럼 한순간에 잊혀지지 않는

그런 기억들이 모여 있는 유리조각 같다.

분명 그날의 기억은 아름다운데 심장을 찌르는.

정말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나보다.

그 흔한 축의금 농담도 할 수가 없었고.

바보같이 그저 스마트폰 메신저 창만 들여다 보았고.

머리속은 시간이 갈수록 더 새하얘졌다.

분명 지금 흐르는 이 눈물의 의미도.

시간이 지나면 빛바랜 편지지처럼 아련해지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새로운 장을 꺼내, 새로운 펜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앞으로 계속 써내려 가야 한다는 것을.

끝에 빈 공간이 없이 이미 빼곡히 적혀진 공책에

마치 억지로 이야기를 채워넣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난 3년간 나같은 놈 사랑해줘서 정말 고마웠고.

생각보다 좋은 놈이 아니라서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렇지만 한때는 이 세상에서 너를 누구보다 사랑했었다.

결혼 축하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빈다. 축의금 꼭 낼께'

새벽공기가 차다.

간만에 쉬는 날이니 좀 더 산책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