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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오스틴 “Vonderhamz” 디브리스라고합니다. 스킨 팀의 사운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죠. 제가 맡은 일은 캐릭터에게 룬테라에 어울리는 사운드 및 음성을 만들고 명확한 사운드를 제공해 플레이어 여러분이 100%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시각에 중점을 두는 분들이 많아서 사운드 다자인이 생소하거나, 일종의 흑마법처럼 느껴지는 분들도 있겠네요.

컨셉을 어떻게 완성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멋들어진 새 스킨인 용 소환사 자이라의 사운드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원재료 만들기

스킨을 개발한 땐 언제나 가장 먼저 컨셉을 잡죠. 저희 개발자들은 해당 챔피언의 핵심 테마를 잘 포착하고 그중 일부분을 가능한 한 최대로 증폭시켜, 해당 챔피언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팀원들이 다 같이 “내가 직접 이 챔피언을 플레이한다면, 어떻게 해야 더 멋들어진 챔피언이 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던져보는 거죠. 그다음 컨셉 아티스트가 이 아이디어를 시각화해 모델링, 텍스처링, 애니메이션, 시각 효과를 담당하는 아티스트에게 추가적인 방향을 제시하죠. 이 모든 아티스트들의 목표는 이차원적인 컨셉을 최대한 살려 삼차원적 공간 안에 재구성하는 것이죠.

이러한 작업은 매우 시각적인 요소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모든 스킨은 컨셉에서 시작합니다.

이 단계에서 사운드 디자이너의 역할은 컨셉 아트를 음향화해 다른 팀 및 개발자의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이죠. 만만한 작업이 아닐뿐더러 큰 신뢰를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제대로 작업하면 애니메이터와 시각 효과 아티스트의 작품을 더욱 생생하고 인상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잘못하면 재미없고 보잘것없는 작품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라이엇의 오디오 팀은 절대 라이브러리에 있는 사운드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모든 챔피언은 그들의 개성을 배가시키면서 게임플레이도 향상시키는 그들 고유의 사운드를 지니고 있어야 하니까요.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일단 “기본 요소”를 만듭니다. 기본 요소를 만들기 위해 원재료를 녹음하죠.
(무엇이든 녹음할 수 있지만 보통 챔피언의 개성이나 테마에 맞는 사운드를 녹음하죠.) 이후, 여러 가지 사운드 처리 플러그인을 사용해 원재료 사운드를 처리합니다. 그 결과 스킬 사운드를 디자인할 때 레이어로 사용할 수 있는 짤막한 클립들이 만들어지죠.

특정 챔피언만의 고유 사운드를 만들 땐 독특한 사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탐 켄치의 혀 채찍 소리는 젖은 양가죽을 욕조에, 그리고 수조에 잠긴 여러 개의 풍선에 휘둘러서 부딪혔을 때 나는 소리로 만들었습니다. 하이 눈 진의 기본 공격 소리에는 아주 기름진 베이컨을 굽는 소리가 들어가 있고 궁극기 소리에는 반향실에서 녹음한 휘파람 소리가 들어가 있죠. 에코의 여러 음향 효과에는 크기가 다른 유리 조각을 여러 종류의 바닥에서 쓸 때 나는 소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어떻게 소리를 만드는지 대충 감이 오시죠?

이 작업에 정해진 규칙은 없으며, 개성 있는 사운드를 얻는 것을 주된 목표로 작업이 진행됩니다.


컨셉에 생명 불어넣기

자이라의 용 컨셉을 보고 저는 세 가지 목표를 정했습니다. 첫 번째는 두 종류의 식물을 더욱더 확실히 차별화해 게임플레이를 명확하게 하는 것, 두 번째는 사운드를 더 명확하고 짧게 만들어 전체적으로 소리가 덜 나는 챔피언으로 만드는 것, 세 번째는 자이라의 용이 (플레이어 바로 앞에 있는 것보다는) 실제로 소환사의 협곡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일단 원재료를 녹음해야 했죠.

자이라의 용 사운드 제작을 위한 가장 첫 단계로 아래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소리 들어보기:

위 사운드는 저와 우리 팀의 기술 담당자 한 분이 마이크를 앞에 놓고 짧고 날카로운 소리나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가며 녹음한 것입니다. ‘이게 뭐야’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아무 쓸모 없는 소리 같겠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제가 목표로 한 것은 컨셉을 잘 살린 무언가를 포착하는 것이었습니다. 짧고 날카로운 소리는 자이라 식물의 공격성을 연상하게 했죠. 녹음한 것 중 일부는 톤이 일정하고 깔끔해 약간 더 강조해서 비명 소리로 만들고 싶은 요소도 있었습니다. 그르렁거리는 소리도 마음에 들었죠. 용의 기다린 목 깊은 곳에서 진동하는 판 같았다고나 할까요? 음을 더 낮게 조정하면 목이 더 긴 것처럼 들릴지 궁금했습니다.

이 녹음된 소리에는 용의 해부학적 구조에서 나올 수 있을 만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죠. 한 마디로 개성이 있는 소리였죠.

위의 소리를 가공해 아래와 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 합해서 아래 사운드의 약 100배에 달하는 짤막한 클립으로 된 기본 요소를 만들었죠.)


소리 들어보기:

위에 나오는 소리는 가끔 나오는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람이 낸 소리입니다. 실로 여러 종류의 용의 육성을 만들어 냈습니다. 빠르고, 느리고, 톤이 일정하고, 시끄럽고, 짧고 날카롭고,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를 만들어냈죠. 이러한 여러 가지 변형된 소리로 인해 자이라의 사운드를 만들 때 여러 가지 선택권이 생겼습니다.


무드 잡기

이 단계가 되면 저희 팀원들은 제가 온종일 뭘 하는지 궁금해합니다. 왜 파충류 동물 사진이 있는 탭을 15개나 띄워놓는지, 또 목은 왜 쉬었는지 궁금해하죠. 하지만 그 의문은 곧 해소됩니다. 제가 해 온 작업을 팀원과 공유하기 위해 저는 ‘무드 보드’라는 걸 만들죠. 무드 보드에는 제가 만든 기본 요소 중 가장 쓸만한 것들을 모아놓습니다. 단순히 오디오 클립을 모아놓은 것일 수도 있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무드 보드가 훨씬 더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새로 나온 신 짜오의 드래곤스러운 일러스트가 저에게 영감을 주었죠. 이 일러스트는 모험에 나선 용감한 영웅 신 짜오가 악독한 용 소환사 자이라의 둥지를 찾아가 자이라를 해치우는 영웅담을 들려주는 듯했죠. 이 이야기가 무드 보드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라 생각했고, 컨셉 아트가 담고 있는 느낌을 증폭시킬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수적 열세에 놓인 신 짜오. 헤르메스의 발걸음이라도 챙겨 왔길...


소리 들어보기:


빗소리나 동굴 안에 물 흐르는 소리는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기본 요소 사운드의 배경 역할을 하죠. 여러 오디오 클립이 계속 이어지는 무드 보드는 시각을 중시하는 아티스트에겐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스토리를 만드는 방법은 제가 의도했던 사운드의 감정과 개성을 전달하는 데에는 아주 효과적이죠. 그로 인해 팀원들이 느낀 바를 바탕으로 저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고, 저는 제가 만든 사운드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게 되죠. 이후에는 기본 요소들을 조정하거나, 필요한 경우엔 새 기본 요소를 만드는 과정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용 디자인하기

팀에서 기본적인 방향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면, 게임 내 애셋 제작 작업에 들어갈 수 있죠. 개성을 담아내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 여러분이 스킬 사용과 적중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게임플레이에 방점을 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원거리 공격을 하는 식물 용이 공격하는 사운드를 만들 땐 세 가지 사운드를 만들어야 했죠. 첫 번째는 스킬을 시전해 용이 공격을 준비할 때의 사운드, 두 번째는 용이 입에서 발사체를 뿜어낼 때의 사운드, 마지막은 공격이 대상에게 적중했을 때의 사운드죠. 각 사운드에 미묘한 차이를 줘서 약간씩 다른 느낌이 들면서도 게임플레이에 적절한 사운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자이라 식물 컨셉 아트

가장 먼저 스킬의 각 단계가 지속되는 시간부터 파악했죠. 시전 및 발사 시간 둘 다 지속 시간이 약 0.25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에 맞는 사운드를 써야 했죠. 공격이 적중했을 때의 지속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가독성과 텍스처가 게임플레이에 더 중요했기 때문이죠.

다음으로는 각 스킬 단계에 맞는 길이와 특성을 지닌 기본 요소를 선별했습니다. 원거리에서 발사체를 내뱉는 용과 근거리에서 적을 때리는 용을 차별화하기 위해서, 원거리 공격 용에게는 비교적 톤이 일정하고 퍼덕거리는 소리가 나는 기본 요소를 사용해 목의 길이를 강조했고, 근거리 공격 용에게는 짧고 날카롭고 으르렁거리는 듯한 기본 요소를 사용해 더 공격적으로 들리도록 했죠. 적절한 기본 요소를 선별해 편집한 다음 각 식물의 특성에 맞는 다른 요소를 더했죠. 이 작업에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의 육성, 그리고 생명체의 육성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낙타의 육성 등을 사용했습니다.

편집이 끝난 후에는 개별 레이어 및 레이어 그룹에 음향 효과를 더해 살리고 싶은 부분은 더욱 강조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삭제했습니다. 기본 요소의 개성을 더 살리면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세계에 잘 어울리는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이 작업의 목표죠. 충분한 음향 효과, 자동화, 마스터링 작업을 거치고 나면 실제로 게임 내에서 사용해보면서 테스트할 수 있는 사운드가 완성됩니다.



Pro Tools로 완성한 자이라 Q스킬 식물 음향 효과 최종 버전


마치며

우리가 게임플레이와 테마를 둘 다 잘 살린 멋진 스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아티스트와 사운드 디자이너 간 긴밀한 협력입니다. 아티스트의 시각 디자인은 우리의 작업 방향을 제시해주고, 또한 우리가 만들어낸 사운드가 스킨의 예술적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죠.

라이엇의 오디오 팀은 스킨과 챔피언의 느낌을 잘 살려내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고 있지만, 제1 우선순위는 게임플레이이기 때문에 난관에 맞닥뜨릴 때도 있죠. 멋들어지면서도 테마에 잘 맞는 사운드가 있더라도, 그 사운드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 적합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설사 우리가 자이라 용의 울음소리로 길고 우렁찬 포효가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그 소리는 플레이어 여러분이 자이라가 내리라고 기대한 소리는 아니었을 것이고, 그래서 그 소리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좋은 사운드는 감정과 게임플레이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 있으니까요. 비록 그 사운드가 마이크 앞에서 몇 시간이고 서서 때로는 비명을 지르고, 때로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때로는 그르렁거리면서 만들어 낸 소리라고 하더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