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지금 행복해요.]

 베사리아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때때로 두려워요. 내 등 뒤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이 두려워요. 당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게 두려워요. 행복한 만큼, 한편으로는 두려워 견딜 수가 없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날 안아줘요, 잭스. 이 행복한 꿈이 깨지 않도록. 그 두려움마저 잊을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당신 말고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어줘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입술에선 달콤한 향기가 났다. 감겨오는 팔은 희고 고왔고, 유혹하는 눈동자는 매혹적으로 빛났다. 그녀는 사랑을 나누는 내내 그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거기엔 그를 향한 무한한 사랑과 신뢰가 담겨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말의 불안감 역시 섞여 있었다. 마치 그 손을 놓으면 그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베사리아는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날, 버리지 말아 줘요…….]

 그것은 흐느낌이었을까, 아니면 잠꼬대였을까. 잠든 그녀를 뒤로 하고 나오는 잭스를 그녀의 목소리가 멈춰 세웠다. 그는 몸을 돌려 오더니 잠든 베사리아의 이마에 가만히 입을 맞췄다. 그리고선 이번에야말로 뒤돌아보지 않고 공방을 나왔다. 베사리아가 일어나자마자 그를 찾을 걸, 잭스는 알았다. 그걸 알면서도 잭스는 베사리아의 곁을 떠났다.

 잭스는 더 이상 모든 것을 받아 줄 정도로 강인한 사내가 아니었다.


***


 “…으음.”

 잭스는 불현듯 눈을 떴다. 아직 아침은 멀은 듯 방 안은 달빛이 조금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침대 옆에서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마법공학 자명종이 새벽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과연, 공방에서 올라오자마자 지금까지 잤다 이건가. 아무래도 부인들과의 유희가 좀 과한 모양이었다. 그는 갈증을 느끼며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희미한 피아노 소리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것은 달빛과도 같은 연주였다.

 잭스는 자신의 표현력이 약하단 걸 알면서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잔물결 하나 없는 호수 위에 둥근 달이 떠 있는 풍경이 그의 뇌리를 스쳐갔다. 바람도, 풀벌레 소리도 아무 것도 없었다. 마치 이 세상에 달빛과 그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 발길은 이미 그 연주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그 연주가 흘러나오는 장소를 알았다. 그리고 그걸 누가 연주하고 있는지도, 역시 알았다.

 달칵
 그곳에 소나가 있었다.

 소나는 그가 오는 걸 이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달빛이 그녀 위에 베일처럼 내려앉고 있었다. 그는 방문 쪽에 약간 너저분하게 놓인 여행용 트렁크를 지나, 방을 가로질러 그녀에게 걸어갔다. 그의 걸음걸이는 연주에 잡음이 섞이면 안 된다는 것처럼 극히 조용했다. 그는 뒤에서 소나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흰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소나.”
 -잭스 님.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입술을 내밀었다. 그는 유혹을 거절하지 않았다. 입맞춤을 하면서도 소나는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연주는 흐트러짐 없이 아름답게 계속되고 있었다. 그가 이 연주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언제 왔소?”
 -조금 전에요. 데마시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왔어요.
 “이런, 여독이 심하겠군. 하루 정도는 쉬다 오지 그랬소.”
 -잭스 님 곁이 바로 제가 쉴 곳이에요.

소나는 딱 잘라 말하며 잭스를 위해 피아노 의자 옆을 조금 내어줬다. 그는 그녀의 옆에 앉아 그 가는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에 팔에 안겨 연주가 조금 불편해졌지만, 그런 것은 장애도 아니란 것처럼 그녀의 손가락은 건반 위에서 춤을 췄다. 그 모습을 보며 잭스가 툭 내뱉었다.

 “정말 아름답군.”
 -제가요, 아니면 연주가요?
 “둘 다. 순간 하늘에서 내려 온 천사인 줄 알았소.”
 -아부가 심하시네요.
 “아부가 아니오. 내 표현력이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게 원망스러울 지경이야.”
 -후후…….

 소나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녀의 행복에 겨운 목소리가 잭스에게 흘러들어왔다.
 -이 곡은 드뷔시의 ‘달빛’이라는 곡이에요. 사랑하는 연인을 생각하다 창문 밖에 떠오른 달을 보고 즉흥적으로 썼다고 해요. 그리고 연인을 생각할 때마다 늘 이 곡을 연주했대요.

 “낭만적이군.”
 -그래서 이 곡을 연주하고 있으면…어쩐지 잭스 님이 와줄 것만 같았어요. 아까 잭스 님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을 때 제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아세요? 지금도 고동이 멈추지 않아요. 한 번 만져보세요.

 잭스는 허리에 둘렀던 손을 떼고 그녀의 한쪽 가슴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비단 같은 살결 위로 작은 북 같은 고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소나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간다면, 그녀는 분명 응해줄 터였다. 순간 잭스는 욕정이 불끈 치솟았다. 하지만 꾹 억눌러 참았다. 소나는 대륙 순회공연 때문에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왔지 않는가. 그녀를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에서 다시 허리로 내려갔다. 

 -치이…….
 “오늘은 너무 힘들지 않소.”     

 소나는 부루퉁한 얼굴로 입을 삐죽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연주가 멈추지는 않았다.

 연주는 계속되었다. 아무래도 소나가 이 분위기를 좀 더 음미하려는 듯 연주를 변주해서 계속 연주하는 모양이었다. 잭스는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연주를 감상했다. 그의 머릿속에 부인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레오나, 피오라, 베사리아, 그리고 소나까지. 모두 자신에겐 분에 넘칠 정도로 멋진 여성들이었다. 그런 그녀들이 자신만 바라봐주고 있었다. 그것이 고맙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그녀들은 그를 선택하기까지 정말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그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해줄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사랑이, 무거웠다.

 “…오늘 피오라가 다녀갔소. 성검제 준비로 바쁜 모양이더군.”
 -네, 이번 성검제는 로렌트 가문에서 주최하는 걸로 되어 있거든요. 바쁘실 거예요.

 소나의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잭스의 귓가를 간질였다. 하긴 소나도 부벨르 가문이라는 내로라하는 가문의 영애였다.

 “집안일은 여전히 레오나에게 맡겨 두고 있소. 정말 이 저택이 난장판이 되지 않는 건 전적으로 그녀 덕분이지. 후후, 세상에 솔라리의 태양 전사에게 허드렛일이나 시키고 있다니…솔라리의 장로들이 알면 날 가만두지 않을 거요.”
 -걱정 마세요. 그때는 누구보다도 레오나 씨가 앞장서서 잭스 님을 지킬 테니까요. 베사리아 님은요?
 “베사리아야 뭐, 여느 때와 똑같지.”
 -여전히 베사리아 님께는 가차가 없으시네요…….

 소나가 난처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 웃음소리에 잭스는 아까의 어두운 기억을 애써 흘려보냈다. 베사리아의 나약한 일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그는 소나를 상냥하게 끌어안았다. 마치 그 불편함을 감추려고 하듯이, 약간의 과장을 담아.

 “그리고 사랑스런 첫 번째 부인은, 한 달 만에 이렇게 내 품으로 돌아왔지.”
 -어머나.

 놀라는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지만 소나는 그의 품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안겨왔다. 호숫가에 파문이 잦아드는 것처럼 조용히 연주를 마무리 지은 소나는 그의 품에 안겼다. 둘은 그렇게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달빛이 그들 위에 베일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소나.”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로윙 축제 기간에는 어디 가는 곳 없소?”
 -없어요. 아니 있어도 비울 거예요. 예전에 다같이 약속했잖아요. 축제 기간에는 꼭 우리들만의 파티를 열도록 하자고. 다들 말은 안 하지만 잭스 님 몰래 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 거예요.
 “그걸 어떻게 아시오?”
 -그야 제가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이번 파티는 기대해주세요, 잭스 님.

 소나는 그렇게 말하며 잭스의 턱에 가만히 입을 맞췄다. 그의 가슴에 기댄 소나의 얼굴엔 진실로 행복하다는 미소가 걸려 있어서, 그래서 그는 애써 평정을 가장했다. 이런 심정을 소나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행복한 꿈에서 깨지 않도록, 날 안아줘요.]

 그 한 마디가, 죄악감이라는 이름의 검은 진흙이 되어 그의 속에서 솟구쳤다. 그는 소나를 꽉 껴안았다.

 -꺅, 잭스 님……!

 행복하면 할수록 두려웠다. 베사리아의 말대로, 이 행복이 언제 끝날지 두려웠다. 자신이 이런 행복을 받아도 되는지 두려웠다. 그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의 떨림을 느낀 소나는 대강의 사정을 알아차린 듯, 차분하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베사리아를 위로하는 게 잭스의 역할이라면, 잭스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소나뿐이었다.

 “소나, 나는 두렵소. 이 행복이 두렵소. 난, 나는…그대들의 미래를 빼앗아버렸어. 내가 일으켜 세웠어야 했는데, 나까지 그대들과 같이 주저앉고 말았소. 난 죄인이오.”
 -잭스 님.

 소나가 그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렀지만,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모두 다 내게로 오면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내던지고 말았소. 피오라는 나와의 결혼 탓에 가주로서의 자리에 계속 위협을 받고 있다더군.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그럴 리가 없소. 그녀가 가주가 될 때 시기하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니까 말이지. 내가 힘이 되어주기는커녕 그 괴로움의 원인을 제공해줘서 괴롭소.”
 -…….
 “레오나도, 그녀도 마찬가지요. 태양의 전사라는 자리는 솔라리의 대표 그 이상의 존재요. 그런 그녀가 솔라리의 이름까지 벗어던지며 내게 와줬소. 그런데 난 줄 것이 아무 것도 없소. 이 저택도, 그대들의 사랑도…전부 받은 것뿐이오.”

 소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선 침묵을 지켰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게 그녀에게 큰 상처가 되는 말이라는 것을. 그래도 그는 내뱉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선 견딜 수가 없었다.

 “베사리아는 여전히 불안 증세를 보이고, 내 저주에 집착하고 있소. 겉으론 멀쩡해보여도 생활 패턴이 점점 망가지고 있소. 상임의원을 그만두고 나서 더욱 더. 그리고 그대도 마찬가지요, 소나. 난 결국 그대에게 목소리를 찾아주지 못했을 뿐더러, 그대가 에트왈을 없앨 때도 방조하고 있었소. 생각해보면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소.”

 쓰라린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에스트렐의 일족들이 학회와 리그를 습격했고, 당시 경기에 참여 중이던 잭스와 소나는 죽을 고비를 넘겨 겨우 살아남았다. 그때 에트왈은 말했다. 더 이상 삶에 위협을 받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현을 끊어버리라고. 소나는 망설이다 결국 현을 끊고 말았다. 

 그 뒤로 에트왈은 두 번 다시 사람 모습으로 나타나지도 않았고, 악기 역시 급속도로 노화되어 연주는커녕 만지지도 못할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에트왈의 말대로 그 뒤로 에스트렐 일족은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한 때의 소낙비였던 것처럼, 그렇게 그들은 사라졌다. 그래, 소나는 그렇게 일상을 지켰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의 안에서 뭔가 툭 하고 끊어졌다. 그렇게 감정을 듣는 그녀의 능력은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잭스에게 청혼한 것은, 그로부터 1년 뒤의 일이었다.

 “미안하오, 소나…….”

 잭스는 흐느끼듯 말했다. 그것은 신음 소리 같은 한탄이었다. 자신의 신념 앞에 주저앉은 자의 말로였다.

 짜악!

 눈앞에 불꽃이 튀는 것 같더니 그의 고개가 의지와는 관계없이 옆으로 휙 돌았다. 소나가 그의 뺨을 갈긴 것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있었다.

 -징징거리는 건 다 끝나셨나요?
 “소나…….”
 -줄 게 없다고요? 잭스 님이 우리의 미래를 빼앗아버렸다고요? 설마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마음에 담아두셨던 거였어요?

 소나는 잭스를 힘껏 밀어냈다. 그 가녀린 몸에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건지 잭스는 맥없이 일어나야 했다. 그녀도 따라서 거칠게 일어났다. 피아노 의자가 뒤로 넘어가 쾅 소리를 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잭스에게 다가갔다.

 -전 제 스스로 사랑하는 분을 선택했어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에요. 모두 스스로의 선택으로 당신을 선택한 거란 말이에요! 잭스 님은 제게 삶의 희망을 주셨어요. 협곡에서 당신이 절 구해줄 때, 그리고 당신과 생전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눠볼 때 저는 구원받았어요. 그 순간 저는 당신을 사랑했단 말이에요!
 “그건 누구라도 할 수…….”
 -할 수 없었어요! 잭스 님이니까 가능했던 일이에요! 자신의 가치를 자꾸 낮추지 마세요! 저도, 그리고 다른 분들도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선택했어요! 당신에게 구원받은 우리의 추억을 잘못된 거라고 폄하하지 마세요! 그 선택에 책임감을 느끼신다면 두 번 다시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잭스 님. 제발…….

 오직 그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소나는 마구 고함을 치다 결국 흐느꼈다. 잭스는 얼른 그녀의 어깨를 안았다. 소나는 약하게 저항했지만, 이내 그의 품이 기대 그의 가슴을 마구 때렸다.

 -미워, 미워요 정말! 왜 그런 말씀을 자꾸 하시는 거예요?
 “미안하오. 내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다.”

 잭스는 사과하며 그녀를 달랬다. 그래, 소나의 말대로였다.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결국 부인들의 선택을 무시한다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잭스는 거듭 사과를 반복하며 소나를 달랬다. 마음속에 있던 말을 풀어놓으니 기분이 훨씬 나아져 있었다. 문제는 그 반대급부로 소나가 토라졌다는 것이었다.

 -어리광 부리셔도 좋아요.

 소나가 속삭이듯 말했다.

 -체면 차리지 말고, 강해보일 필요도 없고, 기대고 싶을 때 기대셔도 돼요. 꼴사납게 뒹굴면 제가 일으켜드릴게요. 그러니 어리광 부리셔도 돼요. 강해질 필요 없어요. 잭스 님은 지금도 충분히 멋지신,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분이세요.

 소나는 남들이 들으면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로 끝나지 않을 소리를 마구 해댔다. 하긴 남들에게 들릴 리 없으니 상관은 없지만, 그래서인지 그녀는 묘하게 부끄러운 말도 씩씩하게 잘만 했다. 조신할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저돌적인 면을 보이는 소나였다.

 “실은 좀 전에 뺨을 맞은 부분이 좀 아프다오.”
 -어머, 죄송해요. 하지만 그건 잭스 님이 맞을 짓을 하셨어요.
 “…어째 베사리아를 닮아가는 것 같아 좀 걱정이군.”
 -후후.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그의 뺨을 어루만지더니, 가만히 그곳에 입을 맞췄다.

 -어떠세요? 이제 아프지 않죠?

 아픔 따위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였다. 하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잭스는 슬쩍 짓궂은 장난을 쳤다. 왜, 어리광을 부려보라고 했지 않았는가.

 “음, 아직도 아프군. 따뜻한 물로 목욕하면서 누군가 씻겨 주면 훨씬 기분이 나아질 것 같은데.”
 -흐으으응.

 잭스의 능청스러운 발언에 소나가 가만히 그를 째려봤지만, 이제 선심 쓴다는 듯 그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좋아요. 한 말도 있고, 오늘 제가 특별히 서비스 해드릴게요. 하지만 값은 톡톡히 받아낼 테니 그리 아세요.
 “잠깐, 값이라니? 아니, 잠깐 기다리게 소나. 내가 잘못했다고, 이봐…….”
 -이미 늦으셨네요!

 소나는 그 정체불명의 괴력으로 그를 잡아끌었다. 그리고 잭스는 짓궂은 장난에 대한 대가를 꽤나 혹독히(?)치뤄야 했다. 그 후로 욕실에서 한 번, 침실에서 두 번 도합 세 번이나 되는 격렬한 운동(?)을 해야 했으니까. 오늘의 행적을 뒤돌아본다면 이대로는 정말 말라비틀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것도 행복의 형태라면 형태였다.

 그렇게 재잘거리는 소나와 잭스는 천천히 욕실로 향했다. 여유롭고, 느긋하게. 마치 달밤에 데이트를 하는 연인처럼. 

 달빛이 비치는 밤을 노래하면서 말이다. 




















후기
할로윈 특집 끝났습니다. 드뷔시의 달빛은 실제 있는 곡이나 나머지는 지어냈습니다. 글로 그 곡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는데 에잉ㅇ실패

소나가 만약 에트왈의 말을 듣고 에트왈을 끊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가정 하에 써봤습니다.

부인 순서는 앞에서부터 소나 베사리아 레오나 피오라 입니다.

사실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배드엔딩에 가깝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잭스는 나아가길 멈췄고, 소나는 더 이상 자신의 비밀을 찾을 수 없고, 베사리아는 잭스 의존증이 더 심해졌고, 레오나는 작중에서 잘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반쯤 솔라리에서 나와있고, 피오라는 잭스와 이어졌지만 그걸로 가문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하긴 하죠. 해피로 볼지 배드로 볼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다음엔 본편으로 찾아뵐게요.

오버워치도 할로윈특집을 쓸수도..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