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숙소가 있는 층의 복도를 가로질러서 계단을 타고 그녀는 뛰어내려갔다.

'웃기지마. 그냥 기억이잖아. 그거 하나 떠올리고 되찾는게 이렇게나 어려운거야?'

 '그것'때문일까? 사실상 운동신경이 부족한 엘리스가 지금까지 낼 수 없었던 속도로 건물내부를 왔다갔다하고있다. 그렇게 그녀의 질주는 로비까지 이어졌지만 대문앞에 다다라서도 바쁜 움직임은 멈추지않았다.

 청문회이후부터 맛볼 비극의 나날을 보내기 싫어서 그림자 군도를 벗어난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손을 내밀어주는 누군가가 있었고 그들로 인해 '기억'을 되찾기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여정이 무의미하게 마무리될 상황에 처했다. 방법없이는 계획도, 목적도, 여정도 계속할 수...

"끄윽!"
"악!"
 엘리스의 어깨와 피해자(...)의 복부가 격렬하게 부딪혔다. 충격바등ㄴ 부위가 어디든간에 두사람은 문앞에서 크게 넘어졌다. 무거운 머리를 드느니 팔과 다리로 몸을 일으키는게 낫다싶어서 움직였는데, 젊은 남자가 자신의 앞에 쓰러져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아, 아닙... 윽... 조심좀 하세요."
 고통에 솔직해 힘겹게 쓴소리를 내뱉은 남자는 힘겹게 몸을 추스른 뒤 엘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해자에게 너무 친절한 행동인것 같은데...?

'이런것까지 의심하고싶지 않아.'

 그러나 더이상의 복잡한 상상은 싫었기에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서 일어섰다.

"급한 일이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해주십시오. 숙녀분을 다치게한 제 잘못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닙니다, 뭘 잘못했..."
 남자는 가볍게 웃으며 지나갔다.

"실례했습니다."
 그 이후 엘리스는 묘하게도 자신의 마음이 공허해짐을 느꼈다. 이 직전까지만해도 복받쳐오르는 감정에 이끌려 무작정 달려가기만 했는데, 지금은 그럴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아 몰라. 저 남자때문에 넘어지기만하고. 그냥 기분전환이나 할 겸 밖으로 나갈까...'

 왼발을 지탱한 상태에서 오른발을 앞으로 옮기는순간 그녀의 걸음축에 불안한 반응이 일어났다. 발이 미끄러져버린 것이다.

'아?'

 이미 그녀의 오른발이 앞으로 나아가고있었기에 몸은 뒤로 기울어지고있었고 팔을 움직이려해도 기울어져가는 전신을 지탱해줄 시간이 없었다. 엘리스는 무엇이 자신의 발을 미그럽게 만들었는지 알기위해서 일단 넘어지고봐야하는 불공평한 대가에 대해 짧은 소감을 남겼다.

"시발..."
 

 그녀가 밟고 넘어진 것은 어느 팸플릿이었다. 쓸데없이 코팅이 잘되어있어서 탈이라고 치부한다음 그것을 펼쳐보니 전쟁 학회에서 공식적으로 제작된 지도가 축소판으로 그려져있었다.

'데마시아... 볼일없고, 녹서스와 그림자 군도는 갈 수 없고, 여기는 필트오버... 남족으로는 밴들시티가 있는데 인간적으로 대륙의 정반대야. 기억을 찾을 방법이 있나? 솔직히, 모르겠어. 있는데 못찾는건지, 진자로 없어서 그런건지..'

 많고많은 정보와 자료속에서도 찾아내지못한 자신의 기억이다. 마오카이는 실질적인 더 이상의 방법은 없다고했지만, 그말을 듣고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뭔가 이상하다. 예전의 엘리스라면 이 여정이 중단되어도 그림자 군도로 돌아가서 6개월을 보내면 별 일 없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 치부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과연 그렇게 일이 진행되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라고 할정도로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동안에 벌인 짓도 있었고 최근엔 필트오버의 동산 하나를 훼손시켰다.

 결국 그녀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여정을 끝마치고 나머지 난관도 견뎌내야하는 것밖에 없다.

'이것이 결자해지라는건가...'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잠시동안 생각해본 것들은 전부 마오카이가 할법한 말들이었다. 그렇게도 약점을 찔러가며 직구를 날렸던 그의 말을 떠올릴 정도라면 엘리스도 어느정도 인정하고있는 셈인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게 하나밖에 없는것 같아.'

 단 한번의 생각을 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것 같고 힘이 들었다.

"주저앉지 말자. 아직 방법이 있을거야."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의지가 그녀의 행동을 부추겼다. 엘리스는 지도에 표시된 국가들의 특징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불과 3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그녀의 입에서 짧은 감탄사가 나왔다. 그리고 좀전에 내보였던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방을 향해 달렸다.

 무작정 뛰쳐나간 탓에 마오카이가 안에 있을지없을지는 모르겠으나 엘리스는 망설임없이 자신의 숙소로 들어가기위해 문을 열었다. 그녀의 기억에 의하면 자신이 이곳에서 뛰쳐나올 때 취했던 자세를 줄곧 유지해온 그가 있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예상치못했던 소리에 고개를 돌린 것.

"마오카이."
 뒤늦게 몰려오는 숨가쁨에 표정관리를 할 순 없었지만 이 말을 들으면 엘리스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말을 했는지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나한테 사과해야할 것 같은데?"
<계속>

<글쓴이의 말>

싸우지않는 전개... 엘리스에게 있어서 얼마나 현실적일지 저도한번 생각해봅니다만... 역시 이런 전개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