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하군. 하지만 난 그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다."
 짧은 설득 뒤에 마오카이는 답했다.

"어째서?"
"넌 르블랑과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요 몇 주를 수없이 굴러다녔지?"
"그랬지."
"그런데 네가 가려는 곳은 필트오버와 비슷할까, 녹서스와 비슷할까?"
 엘리스는 마오카이의 질문에 이미 답이 정해져있다는걸 알았다.

"아이오니아란 곳은 말이다."
 마오카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스에게 등을 돌린채 말했다. 그의 행동은 무의식마저도 엘리스의 생각에 이의를 다는 것 같았다.

"사람은 강하지만 국가가 약한 곳이다."
 엘리스는 그 말을 듣고 이치에 맞지않는 소리를 들었다는듯히 고개를 옆으로 끄덕였다. 마오카이는 그런 반응도 예상했다는듯 잠시 말을 끊은다음 다시 이어나갔다.

"네 말대로 아이오니아는 예의규범을 중시하고 자기수양쪽에서는 최고의 경지를 지닌 국가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아이오니아에도 악인인들이 없는게 아니며, 연맹국가의 형태밖에 지니지못한 원로들은 그들을 억누를 통제력조차없다. 위험요소가 너무 크다."
"그럼 악인을 만나지않으면 되잖아. 네 말에 의하면 그곳에는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도 있다는 뜻인데, 막을 이유가 없지."
 슬슬 자기의 의견이 통하지않음을 직감하자 그녀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그녀는 평소보다 빠른 말투로 비논리적인 반론을 펼쳤다. 마오카이는 굵고 거친 손을 들어보여 자신의 이마에 얹었다. 엘리스도 만약에 마오카이에게 눈동자가 있다면 어떤 형태의 표정을지을지 예상했다.

"지금 너는 아직도 모르는가. 수많은 사람들을 잡아먹은 마녀에게 혀력해줄 조력자가 아이오니아에 널려있을 것 같나? 르블랑도, 심지어 나마저도 그렇게 순순히 도와주지는 않았ㄷ. 전에도 말했을 테지만, 그런 방식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네가 그렇게 아이오니아를 고집하는덴 이유가 있을텐데. 리신이나 카르마를 만나기 위해서인가?"
 찰나의 충격이라 표정관리할 새도없이 엘리스는 놀랐다. 갑자기 그녀의 눈이 비정상적으로 자주깜빡이기 시작했다. 엘리스는 분명 아이오니아를 가자고 한 이유에 리신이나 카르마는 커녕 챔피언의 언급조차 하지않았다. 단지 '자신의 과거를 깨달았을 때 받을 수 있는 충격이 있다, 그 충격에도 의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자신의 내면을 성숙하게 만드는 방법이 우선이다. 때마침 아이오니아에는 자기수양에 능한 '선각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라는 내용위주로 말했다.

"실망시켜서 미안하다만, 카르마는 아이오니아의 귀족이고 리신도 모두에게 촉망받는 수도승이다. 아니,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빼놓고 생각해도 그들이 네 말을 들어줄까?"
"그건..."
"아이오니아가 예절을 중요시하는것을 다르게 말하자면 도덕성이 높다는 뜻이지. 그 사람들은 네가 청문회에서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리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아니라, 그 집단의 사람들이 그렇게 여길 수도있는 그곳에 네가 가려는건가?"
 엘리스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속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데도 그의 말에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다. 그런 마음이 격해진 나머지,

"그럼 뭘 하자는건데!"
 인상을 쓰며, 언성을 높이며, 책상에 손을 내리치면서 마오카이에게 소리쳤다.

 그녀의 반문에 말문이 막힌 마오카이.

"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그럼 뭘 해야하는데 뭘! 내 말을 유창하게 반박할줄만 알았지 자신의 생각을 전혀 말하지 않잖아!"
"...너무하군."
"뭐라고?"

"너는 네게 단 한번이라도 말할 시간을 줬나?"
 이를 악물고 무언가를 말하려해도 답할 수 없는 말이 나왔다. 그녀는 바삐 움직이고있는 입을 닫고 오늘 하루를 짧게 회상했다.

'아침은 늦게 일어나서 그렇다쳐도, 그 이후는...'

 아침을 먹은 뒤 자기가 겪은 일들을 먼저 얘기했다. 잠시 충격을 받았을땐 방에서 뛰쳐나왔다. 로비에서 모종의 사건이 있었고 다시 올라아서 아이오니아로 가자고 얘기하고... 이상태까지왔다.

"난 말했다. 애초에 널 도와주지 않으려 했다면 용병으로도 도와주지 않았겠지. 나라고해서 이렇게 무기력한 상황을 즐기는 것 같은가? 네가 이곳을 뛰쳐나간 뒤에 내가 멍때린줄아나?"

 엘리스의 눈이 흔들렸다.

"내 능력으로 네 기억을 되찾아줄 수 없어서 유감스러워했다. 하지만 만에하나, 네가 그 기억을 찾았을 때 네가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엘리스는 마오카이의 말속에 담겨진 속뜻과 자신이 방금전에 했던 말의 근거가 일치함을 깨달았다.

 

 그녀와 마오카이는 똑같은 목표를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최악의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엘리스든 마오카이든 서로가 말을 먼저 꺼내길 꺼려했다. 누가먼저 말을 거내는지 기다린것도 1시간이 넘게 지나갔다. 엘리스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나 다음 행동이 이어지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요구되었다. 몇 분이 지나서야 엘리스는 뻑벅해진 다리를 움직여 바닥에 누웠다. 몇 분이 아니라 몇 시간이 지나도 그녀의 머리속 생각은 후회와 불안함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의 난 어제의 나와 다른게 없구나...'

"내가 너를 과소평가했나?"
  이 말을 꺼내려고 1시간이 넘도록 두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좋다. 아이오니아로 가는 것에 찬성해주지."
"왜 이제와서 내 말에 동의하는거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라."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지만 굳이 그정도로 신경을 써서 들을 필요도 없었고, 간단명료했지만, 이번 답만큼은 그녀를 소스라치게 놀래킬만했다.

"오늘 네 태도를보며 실망했기때문에 이번 도박에 모든걸 걸겠다는 뜻이지. 네 말에 진실성이 있는지없는지를 판가름하기 이전에, 네 태도가 주변사람들을 떠나게만든다는걸 똑똑히 느껴라."
 말이 좋아 도박이었지, 아이오니아에 가서 얻을 수 있는게 하나도 없을거라는 장담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성공여부에 따라서 용병을 그만두겠다는 의도도, 엘리스는 알고있었다.

"오늘 일은 미안해 마오카이. 전부 내 짧은 생각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도와주겠다는말을 한지 하루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네가 하게 만들어줬다."

'...'

"물론 네가 느끼는 감정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게 오늘 네가 저지른 모든 잘못의 원인은 아니다. 너 자신을 절제하지 못한게 잘못이겠지."

'절제... 감정을 다 표현도 못하는 내게 그런게 필요한가.'

 

 오늘 하루는 뭔가 활기차고 기분좋은 일들이 생길거라고 믿었던 그녀의 기대는 깨져버린지 오래된 7월 18일이다.

<계속>

 

<글쓴이의 말>

 

공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