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구름이 사라지자, 싸움의 장소를 벗어나지 않은 여러 챔피언들이 다시 보였다. 리신, 요릭, 카르마, 카서스, 카사딘, 르블랑. 그리고 폭발 현장에 누구보다도 가까이있던

엘리스.


 

 힘차게 스킬의 이름을 부르며 시전했지만 정작 본인도 폭파반경에 있었기에 챔피언 복장으로 맨살을 최대한 가려서 부상을 최소화해야만했다. 그녀의 이후 행동을 보아하니 파편들이 머리에 박히진 않은거같고, 파고들어간 파편은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빼내고 그녀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치유가 가능한 정도였다. 피투성이고 엉망이긴했지만, 엘리스는 헤카림을 이겼다. 그것도 사악한 유령의 영혼을 담은 그릇을 산산조각내면서.


 리신과 카르마는 알아서 폭발 속에서도 몸을 잘 추스렸고, 요릭과 카서스는 한동안 재기불능에 이를만큼 많은 손상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들의 육체는 아직 멀쩡했다. 전의없이 일어나는걸보면 끝난거나 다름없지만.

"헤카림의 육신이 부서진건가, 카서스?"
"그런 것 같다, 요릭. 언젠가 다시 육신을 얻어서 돌아오겠지. 아무래도, 우리가 더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나 힘이 없는 것 같은데."
 그 말에 동의하듯이 요릭과 카서스는 엘리스 일행에게서 등을 돌린 채 검은 안개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오늘은 네 발악이 통했군 엘리스. 하지만 그 몸부림이 통하는 날이 언제까지일지 궁금한걸."

 끝까지 승리의 분위기를 망치려는 카서스의 한마디만 남긴 채.



 아이오니아를 뒤덮었던 검은 안개가 점점 걷혀지면서 엘리스는 자신의 편에서 싸워준 챔피언들의 상태와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자신과 마오카이를 뺀 나머지 챔피언들은 멀쩡했다. 유독 자신의 눈에 들어오지않는 마오카이를 찾던 그녀가 생명의 온기라고는 단 하나도 없는 떡갈나무더미를 보고서 카사딘에게 물었다.

"카사딘, 마오카이가... 어떻게 된거야? 왜 마오카이의 몸이 처참하게 부서져있는거냐고?"
 카사딘은 엘리스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들이지못했다. 마지못해 답한 그의 답은...

"마오카이는 살아있다 엘리스."

 ...였지만,

"그래? 격렬한 싸움이었으니 기존의 육신이 많이 손상되긴 했을거야. 다른 나무의 몸을 찾으러 어딘가로 간거...지?"
 먼지속에서도 가려지지않은 핏자국을 본 엘리스의 말은 억지로 행복회로를 가동해서 짜낸 것 같았다.

"네 몸안에, 마오카이의 생명이 있다.엘리스."

 그 말을 들은 엘리스의 몸이 미동도않은채 굳었다. 뱀눈처럼 세로로 굵고 뾰족하게 그려진 동공은 바늘같이 가늘어졌으며, 가뜩이나 하얀 피부에 생기마저 사라져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엘리스. 제가 당신의 기억봉인을 해제했다는 사실을 마오카이와 카사딘에게서 들었나요?"
 여태껏 조용히 서있던 카르마가 엘리스에게 물었다. 엘리스는 집중해서 보지않으면 확인할 수 없을만큼 고개를 까딱였다.

"사실 그 이후의 일이 더 있었습니다. 마오카이는 제 정신력을 통해 당신의 여졍에 대해 가까운 예지를 요구했습니다. 예언에 따르면, 엘리스. 당신은 이번 해로윙에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
 정작 크게 반응해야할 당사자가 부동자세를 취하자, 카르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당신의 여정이 그렇게 마무리되는걸 원하지않았던 마오카이는 제게 한 질문을 했습니다. 엘리스가 모종의 이유로 되살아난다면, 엘리스는 예언을 거스르지않으면서도 자신의 여정을 마칠 수 있냐고요. 저는 당연히 긍정했지만, 마오카이의 다음 행동이 예측가능했기에 저는 직후에 그의 희생을 극구 말렸습니다."

"하지만 마오카이의 결단을 막을 순 없었다 엘리스. 결국 카르마와 나는 네가 죽지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면서 그 예언이 틀리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머릿수로도 중과부적이었으며, 무엇보다 너를 잡아들이려고 헤카림을 앞세워서 벌인 해로윙이었기에 너를 지키지 못했다."

카르마의 이야기를 어느샌가부터 카사딘이 이어받았다.

"너, 너는 모데카이저의 힘으로 되살아나 그들을 따라 그림자 군도로 가려했다. 나는... 네가 그렇게 되는걸 진심으로 바라지 않았다. 결국 나의 기습공격을 발단으로 두번째 싸움이 일어났고, 마오카이의 의지... 대로 너는 마오카이의 목숨을 담보로 부활했다."

"말을 아껴주세요 카사딘. 당신도 지금 적잖게 부상을 입었잖습니까." 


* 이 순간부터 들으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작성자의 추천브금​



 엘리스는 헤카림과 싸우는 와중에도 어떻게 자신이 되살아날 수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말을 들어보니까 왜 자신의 마력과 힘이 강해졌는지 짐작할수 있었다. 그로인해 싸움은 이겼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싸움에서 이겼을 때 느낄만한 것이 아니었다.


"마오카이는 왜 나를 살린거야 카사딘?"
"..."
"너도 알고있잖아. 나는 아이오니아에서 앞으로의 내 진로나 미래를 단 한번도 계획하지않았어.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속죄를 우선시했던 여정도 아니었고. 나는, 나때문에 일어난 일을 스스로 해결해보겠다고하면서 수많은 챔피언들에게 도와달라고 요청까지했어. 나는, 싸우다가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잖아. 그런 내가 왜 마오카이의 생명을 바쳐서까지 살아나야만했던거냐고!"

 마오카이는 여정의 마지막까지 같이 있어줬고, 동시에 그의 협력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마오카이의 첫 협력이 아니었다면. 그런데 이제 그는 없다. 자신이 죽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압도적으로 컸지만 그가 없는 삶도 기쁘지 않았다.

 엘리스는 자신의 눈시울이 빨개지는걸 알아차리고 재빨리 팔을 올려 눈가를 가렸다.

"엘리스, 마오카이는 자신의 왜 희생하면서까지 당신을 살리려했는지 우리에게도 말하지않았습니다. 당신이 그동안 마오카이와 가깝게 지냈다면, 당신만이 그 이유를 알 수 있겠죠."

"마오카이만의 선택이 아니다 엘리스... 나도 마오카이를 잃고싶지않았지만, 네가 제발로 군도로 걸어들어가는걸 보고싶진 않았다. 그건 마오카이도 마찬가지였고. 우리 둘 모두 너의 그런 결말만은 원하지않았기에, 나는 너를 위해 다시 싸움을 걸어, 마오카이가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게 도와줬다."

 엘리스는 자신의 두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주저앉았다. 눈가가 촉촉해지는게, 눈에서 무슨 물이 나오는듯했는데, 그녀는 이게 무슨 현상인지 알고있었다. 경제 특구에서 수많은 영화를 봤지만,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두 장면중의 하나인,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었다.

 엘리스의 눈물은 더이상 팔로 가려지지않았고, 그녀도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않은채 부러져버린 떡갈나무더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두 줄기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땅바닥까지 떨어졌으나, 되살아날리없는 나무더미는 진작에 생기를 잃은 채 말라비틀어져갔다.


 엘리스는 자신을 위해서라지만 그로인해 살아난덕분에 느낀 상실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녀는 마오카이의 육신을 담당했던 나무기둥위에 몸을 엎드린 채 절규했다.

 모데카이저를 따라갔던 킨코우 형제단도 그가 쓰레쉬와 함께 군도로 돌아갔다는 말을 전하려고 돌아왔으나, 무겁게 짓눌린 분위기와 한 챔피언의 죽음, 그리고 이에 오열하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보고 두 손을 모은 채 묵념했다.


 모든게 자기 때문이었고, 그렇기에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그래서 마오카이의 죽음에 이리도 슬퍼했으나, 한편으로 엘리스는 이 감정을 드디어 느꼈다는 희열감을 느꼈다. 감정을 잃은 이후로 얼마나 이 감정을 표출해내고 싶었는가. 두 볼을 적시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얼마나 원했는가. 진심으로 느끼는 '슬픔'으로인해 흐르는 두 줄기 눈물이 오히려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박혀있는 우울한 마음들을 씻겨내고 정화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챔피언의 이름을 절규하면서 눈물을 짜냈다.

 가능한 한 많이. 한동안 눈물샘이 말라붙을 정도로. 다시는 오지않을 든든한 아군이자 동료이며 친구이자, 마지막에는 은인으로 활약해준 그를 추모하기위해.

 카사딘은 어깨를 들썩이며 슬퍼하는 엘리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그녀와 같이 슬퍼했으나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마음도 들었다. 마녀로 지낸 세월이 훨씬 더 많은 악녀의 눈물이, 투구속에 가려졌음에도 메마른 눈물샘을 가진 그의 슬픔의 몫까지 나타내는듯했기에. 카사딘은 깨어있지 못할 정도로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고 엘리스의 옆에 앉은 채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마음껏 울어라 엘리스. 내 몫까지..."
 그리고 카사딘은 의식을 잃었다.

<계속>


<작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원작vs팬픽 설정 비교>


헤카림




원작 : 그림자 군도 출신의 언데드 챔피언이며, 거대한 공포의 기사입니다. 해로윙을 일으키는 챔피언중 하나이며, 유령 기수들을 이끌고 산 자를 사냥하는 반인반수이기도 하죠.

자세한 스토리는 해당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s://blog.naver.com/darkkhan2012/220872242113


팬팩(현 작품) : 원작의 설정을 토대로 이 작품의 최종보스이자 엘리스가 상대하는 마지막 적으로 각색했습니다.

배경이 바뀌기 이전의 설정을 보면 데마시아의 장군이 망령(* 아마도 헤카림으로 추정)이 다가오자 걷잡을 수 없는 공포심에 짓눌렸다고 서술이 되어있는데, 이를 작품에선 헤카림이 가진 공포감과 두려움을 느끼게하는 기본 특성을 가졌다고 설정했고, 감정을 잃은 엘리스답지않게 죽음에 대해서 굉장히 두려워한다는 약점을 이용해 전투력과는 다른 관점인 천적으로 이용습니다.

그림자 군도의 기운을 뺏긴 채 군도의 챔피언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칼리스타와 헤카림간의 갈등이 가장 심했었죠. 엘리스를 붙잡아오기위해 일정을 뒤틀려서 일으킨 해로윙의 목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던 모데카이저는 굳이 자신이 나서기보다는 헤카림에게 선봉을 임명했습니다.


<글쓴이의 말>


드디어 작품의 절정이 끝났습니다. 이걸로 길었던 엘리스의 이야기도 막을 내릴 때가 멀지않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