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일 선픽 후 문도에게 계속 지는 노답 밴픽'이라는 이야기를 최근 커뮤니티에서 많이 봤습니다.

이론상으로 생각해도 문도는 2AP에게 매우 강력한게 맞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게이머들이

케일을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놓치고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를 혼자 고민하다 데이터를

살펴보게 되었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와서 오랫만에 글을 올립니다.

먼저 데이터부터 보시죠.



챔피언스 써머 2014 기준 전적(NLB가 아닌 순수 챔스 기준입니다.)

케일

22 밴 25 픽 (밴픽률 97.9%) / 13승 12패 (승률 52%)


문도

0밴 12픽 (밴픽률 25%) / 5승 7패 (승률 41.7%)


상대전적

D조 1일차 Jin Air Stealths vs KT Arrows 문도 승

C조 3일차 CJ Frost vs Samsung White 문도 승

D조 3일차 JinAir Stealths vs MKZ 케일 승

D조 4일차 CJ Blaze vs KT Arrows 문도 승

B조 5일차 Jin Air Falcons vs KT Bullets 케일 승

C조 5일차 Samsung White vs Bigfile Miracle 케일 승

D조 6일차 Jin Air Stealths vs CJ Blaze 문도 승

D조 6일차 CJ Blaze vs Jin Air Stealths 케일 승


통산 상대 전적 4 vs 4


'문도는 케일 카운터다' 라는 인식과 다르게 승률 자체는 대등하게 나왔습니다. 표본 수가 아주 작은 것도 아니니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죠.


그래서 경기를 찬찬히 살펴본 결과 몇가지를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1. 케일, 떠오르다.

가히 케일의 시대라 할 정도로 케일은 위치가 굳건합니다. 심지어 챔스 16강 개막전부터 8경기 연속으로 케일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8번째 경기에서 KT Arrows가 케일 상대로 문도를 처음 선보입니다. 그리고 그 경기를 통해, 문도의 가능성을 알립니다.




2. 왜 문도는 케일 카운터인가?


기본적으로 문도는 케일 카운터가 맞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2AP의 카운터입니다. 이 부분에 관하여 몇번 좋은 해설이 있었는데 쉽게 정리하면 문도가 순수 탱킹 아이템 + 회복력으로 승부하는 만큼 AP의 장점인 스킬 딜을 활용한 누킹을 극복하는데 최적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게도 케일은 이런면에서는 '이도저도아닌 챔프'에 속합니다. 지속적인 하향까지 더해져서 누킹도 애매하고, 공속을 활용한 지속딜러로 보기도 애매해진거죠.(그 딜이 여전히 쌔기 때문에 1티어 챔프로 손꼽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탱커가 아닌 챔프들이 대상일 때 뿐입니다.)


조금 더 세밀히 들어가자면 코어템 측면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셔의 이빨(2920Gold)

공격 속도 +50%
주문력 +60
고유 지속 효과: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20%
고유 지속 효과: 기본 공격 적중 시 15 (+ 주문력의 15%)의 추가 마법 피해를 입힙니다.


케일에게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아이템입니다. 공속과 쿨감 주문력 등 모든 부분이 '꿀'입니다.


정령의형상(2750Gold)

체력 +400
마법 저항력 +55
5초당 체력 재생 +20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10%
고유 지속 효과: 자기 자신에 대한 치유와 체력 재생력, 생명력 흡수, 주문 흡혈의 효과가 20% 증가합니다.


역시나 문도의 꿀 아이템입니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두 아이템 조차도 완벽한 상성관계라는 것입니다.

내셔의 공속 기반의 딜 메커니즘과 (가격대비) 낮은 주문력은 정령의형상이 갖고 있는 치유와 마법저항력에게 완벽하게 막힙니다.


여기서 한가지 더 감안할 것은, 루난 트리는 대 문도전에서는 최악의 템트리라는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문도 케일간의 상성에서 케일을 가장 애매하게 만드는 아이템입니다. 케일이 문도를 상대하는데 필요한 것은 마법관통력과 치유감소이고, 이런면에서 기존과는 다른 템트리의 정립이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 코어아이템은 심연의홀, 공허의 지팡이, 모렐로노미콘 정도가 되겠네요.

(물론 '잘큰케일'은 여전히 문도 제외 나머지를 모두 쓸어담고, 마지막에 문도 디저트를 먹는 것이 가능합니다.)


일전에 케일이 대세이고, 나서스가 케일+베인 카운터로 떠올랐을 때 알렉스이치가 보여줬던 AP+리치베인 케일이 기억나네요. 공속 감소를, 한방 한방에 힘을 실은 템트리로 극복한다는 정말 멋진 선택이었습니다.


이런 템 트리에 대한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3. 그런데도 왜 케일인가?

그렇다면 이론적으로만 파고들어도 이렇게 힘든 상성을 왜 프로게이머들은 선택하는 것 일까요? (사실 제 의문은 여기서 시작되었죠.)


경기들을 다시 찬찬히 살펴본 결과, 롤챔스에서 케일이 이긴 경기들의 교차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D조 3일차 JinAir Stealths vs MKZ 케일 승

탑-봇 라인 스왑

B조 5일차 Jin Air Falcons vs KT Bullets 케일 승

탑-봇 라인스왑, 카직스

C조 5일차 Samsung White vs Bigfile Miracle 케일 승

탑-봇 라인스왑

D조 6일차 CJ Blaze vs Jin Air Stealths 케일 승

카직스


네. 포인트는 '탑 봇 스왑'과 카직스 정글 입니다.


4. 스왑에선 문도가 더 좋은거 아닌가?

헌데 3번에도 물음표가 찍히죠. '스왑 상황 만 놓고 봤을 때는 문도가 더 좋다.'가 팩트니까요.

문도는 케일에 비해서 타워 끼고 cs를 먹기 쉬운 편이고, 또 꼬였을 때 그를 극복하는 능력도 좋은 편입니다.

또한, 스왑을 통한 난전을 만들었을 경우 문도는 오대식을 통하여 저렙에서도 꾸준한 압박을 줄 수 있는 반면

케일은 1렙, 혹은 저렙때 할 것이 없는 챔피언이죠. (명확하게 말하면 케일은 '미니언을 끼고 싸우며 그것을 최대한 잡는게 목표인'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문도는 '특정 지역이 아닌 광범위하게 서로 견제를 하고 추격을 하는' 초반 난전에서 유리한 챔피언입니다.)


아무튼, 어떻게 생각해도 문도가 라인스왑에 더 좋지만!!!


단순한 스왑이 아니라 스왑을 통해 철저하게 문도를 말려죽여야 한다는 +@가 붙습니다.



문도가 지속적으로 정글러와 뭉쳐다니며 싸움을 하는 구도가 아니라 타워를 기반으로 성장하게 만들어놓고 라인압박을 주다가 정글러와 킬을 만들어 낸다든가, 아니면 난전에서(난전이 그렇다고 케일과 문도의 1vs1싸움은 아니니!) 문도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이죠.


그를 통해 내셔<->정령의형상 타이밍에서 내셔를 케일이 한발 빠르게 갖추고 지속적인 압박을 통해 힘으로 찍어 누르는 개념입니다.


5. 웬 카직스?

카직스는 거듭된 너프로 성능이 극히 떨어진 챔프임은 맞습니다.(제 모스트인데.....)

허나 카직스는 현존 LoL 최고의 AD 누킹 정글러입니다.


그렇다고 카직스가 문도에게 좋냐???라고 보면 그건 아닙니다. 기존 카직스 입장에서도 문도는 공포였으니까요.

(카직스는 AP는 아니지만 AD 스킬 누커고, 이건 문도가 스킬 누커에게 강한 부분과 정확히 맞물리니까요.)


하지만! 카직스에게 문도가 쉬운 타이밍이 있다면, 방템이 뜨기 전 타이밍입니다. 굉장히 당연한 소리이긴 하지만, 방템이 제대로 나오기 전 카직스의 딜량이 더 높은 구간이 존재하거든요. 그때 문도를 최대한 괴롭히는게 기존 카직스 vs 문도의 정석입니다.


헌데, 아까 말씀드렸던 것 처럼 케일 vs 문도 구도에서의 핵심은 내셔<->정령의 형상입니다.

즉, 문도는 물리방어 아이템을 갈 수 없습니다. 또한 이 타이밍은, 카직스가 문도에게 가장 강한 타이밍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라인전을 간다 하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에 카직스를 라인에 개입시켜 문도를 노리게되면 손쉽게 문도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의 2vs2싸움은 카직스+케일이 웬만한 정글러+문도에 비해 우위에 있습니다.


거기다 카직스와 케일의 시너지는 상당히 좋습니다. 두 챔프 모두 딜량이 훌륭하기에 적 입장에서 어느 한쪽을 무시해서 포커싱을 할 수 없고 카직스에게 부족한 CC와 생존력을 케일이 보완해주고, 케일에게 부족한 순간적인 진입과 진형 파괴를 카직스가 해줍니다.



 

6. 그렇다면 결론은?

케일은 문도에게 약하지만, 이를 극복할 방법이 존재하며 그것을 노려볼 만큼 케일 자체의 성능이 좋다라는 것입니다.

문도를 못 잡을 것을 뻔히 알면서 문도에게 휘둘린게 아니라 문도를 잡을 방법이 준비 되었으나 실제 게임에서 실현을 하지 못한겁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CJ의 경우 문도에게 고생을 많이 하였지만 마지막 Jin Air Stealths전에서 케일 카직스를 선보이며 해법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게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었다 라는 것을 증명하였죠.



물론, 일반적인 흐름으로 가서는 힘들기 때문에~~ 라는 전제조건이 붙는건 안정적이지는 못하죠. 때문에 케일 픽에 대해서는 (특히 한차례 하향이 더 적용되게 된다면)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이라고 봅니다.





전반적인 문도와 케일의 상성과 전적, 경기 내용과 프로들이 보여주는 해법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차원적으로 생각했을때는 의아한 밴픽이, 충분한 근거가 있는 선택이었다는 거죠.

(물론 그걸 실현시키지 못한 것이 실력이고, 그런 부분은 팀들이 더 갈고 닦아야겠죠.)

즉 그만큼 팀들이 끊임없이 또한 굉장히 체계적으로 밴픽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하고 있다는걸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카직스만 하더라도 (개인적인 애정 아니 애증이 더해져서) 이제는 고인이고, 카직스를 뽑는 선수들도 챔프 자체에 성능이나 상황보다는 개인적인 숙련도와 자신감에 의존한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허나 체계적인 고민 뒤에 카직스가 명확한 이유가 있는 훌륭한 픽이었다는걸 확인하게 되었고 선수들의 깊은 생각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부끄럽기까지 하더군요.




모든 밴픽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모든 팀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으며, 그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지금도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콘도무생'같은 시점보다, '왜 그런 선택을 하였는가?'를 한번 더 고민하고 답을 찾다보면 LoL을 e스포츠로서 더 즐겁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해설자의 본분으로 돌아가서 선수들이 보여주는 하나하나의 요소에 숨겨져있는 진짜 의미를 고민하고,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LoL 리그 시청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