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해외리그와 국내리그에 대한 비교분석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한국 선수들의 엑소더스가 진행된 이번 시즌만큼은 더더욱 그런 관심이 커졌습니다. 팬들에서부터 해설, 현지 선수들까지 여러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해외리그와 국내리그의 수준 차이에 대한 많은 분석이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2015년 썸머시즌의 기록을 바탕으로 4대리그 (한국, 중국, 북미, 유럽)에 대한 간단한 비교분석과 그것을 통해 흔히들 알려져있는 “가설”들을 검정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1-1.        정보수집

시즌 4 월드컵을 기점으로, 라이엇게임즈는 자사의 홈페이지에 프로선수들의 경기 기록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lolesports.com) 그것을 바탕으로 해외를 중심으로 한 많은 팬들이 롤의 기록화를 개인적으로 시작하기 시작하였고, 저는 그 중에 두 가지 사이트를 통해 2015년 썸머 정규시즌의 4대리그의 팀/선수/경기정보를 얻을수 있었습니다.

Oracle’s Elixir - http://oracleselixir.com/
Games of Legends - http://www.gamesoflegends.com/

정보를 제공해준 두 사이트에 감사를 표하며, 여기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4대리그의 특징과 차이점에 대해서 알아보려는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습니다. 사실 4대리그라고 적어는 놨지만, 중국 LPL의 경우 경기의 세부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관계로 일부 항목에만 등장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길게 적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        본론





2-1.        수면제 메타 한국, 얼마나 지루한가?

흔히 해외리그와 국내리그의 차이로 보면 가장 크게 꼽는것이 한국의 경기시간이 더 길면서, 킬은 덜 나오는, 소위 “수면제 메타”가 자리잡고 있다는 설이 많습니다. 과연 이 부분이 맞는지, 맞으면 얼마나 다른지 경기당 킬수와 평균 시간을 통해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예상대로(?) 롤챔스의 경우 평균 시간이 38분 40초로 가장 평균시간이 길었으며, 경기당 킬수 또한 24.8로 가장 낮았습니다. EU와 NA의 경우는 킬과 시간이 약간 비례한 가운데 NA가 약 1분정도 차이로 평균시간이 긴것으로 나타났고, LPL은 가장 짧은 평균 시간동안 가장 많은 킬을 내며 과연 전투민족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었습니다.


2-2.        픽밴 – 안전픽만 하는 한국, 꼴픽위주의 EU?

롤챔스에 관한 또다른 편견은 해외리그에 비해서 안정된 픽위주를 한다는 점입니다. 풀리그 체제이후에는 이런 경우가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과연 챔피언들의 픽밴폭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우려와는 다르게, 픽밴된 챔피언 횟수는 75가지로서 79의 유럽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북미보다는 많은 갯수인데요. 이 수치에는 약간의 함정이 있는게, EU와 NA의 경우는 약 90번의 경기를 치뤘지만 한국의 경우는 총 217번의 경기가 시즌동안 펼쳐집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대륙의 스케일답게 260번으로 가장 많습니다. 절대수치만으로는 비교가 불가능하기에, 픽밴률을 계산해서 따로 분포도를 알아보았습니다.

[2015 섬머시즌, 픽밴률 분포도]


분포도에서 픽밴률 60%를 기준으로 잡았을때, 한국의 1티어 픽 빈도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10%이하의 픽에서 한국과 중국이 촘촘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경기수가 많아서 그러한 점도 있습니다.




[2015 섬머시즌, 픽밴률 분포도, 상자그림 그래프]



통계하셨으면 한번쯤은 보셨을 상자그림(boxplot) 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색칠되어있는 중간의 박스가 클수록 표준편차가 크기에 소위 “가끔가다 나온” 필살픽이 많은 경우입니다. 반면에 박스의 크기가 작고, 중간에 치우칠수록 중간티어의 챔피언들이 골고루 섞인 경향이라고 보시면 될것 같습니다. 어지럽고 뭔소리인지 모르겠다, 하는 분들을 위한 세줄요약입니다.

-        롤챔스의 경우, 절대적인 챔피언의 숫자는 다른리그와 비슷하나, 픽밴률이 높은 “1티어 챔프”들의 층이 가장 두껍다.
-        분포도를 보았을때, 중국과 한국의 픽밴성향이 어느정도 비슷함을 유추할수 있다.
-        선진메타를 추구하는 대륙답게, 유럽이 가장 픽의 다양함을 보여줬다.



2-3.        경기수준에 대한 간단한 접근 – 용스택과 와딩싸움

롤은 상대적인 게임이기에, 다른 리그간의 수준을 수치로 분석하기에는 어느정도 무리가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2점대 방어율과 한국에서의 2점대 방어율이 다르듯이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부분에 있어서는 경기수준을 약간이나마 가늠할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고, 그렇게 하여 간단한 가설 두개를 세웠습니다.

“수준이 높은 게임일수록 오브젝트 획득 빈도가 잦을 것이다” 
“수준이 높을 게임일수록 와드싸움이 치열할 것이다”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는 지금은 딱히 증명할길이 없지만, 그래도 간단히나마 한국/북미/유럽의 용 횟수와 와드에 관련된 스탯을 알아보았습니다. 와드의 경우, 상세한 스탯을 제공하지 않는 LPL은 제외되었습니다.

[2015 섬머시즌, 지역별 경기당 용 습득 횟수]



우선 경기당 용 습득 횟수입니다북미가 가장 높았고중국이 가장 낮았습니다이는 싸움을 좋아하는 중국의 성향과가장 짧은 평균시간에 기여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막상 구해보고나니 용 습득 횟수와 경기의 수준은 프로레벨에선 큰 차이가 없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어머니가 잘 계신다는걸 확인했으니 넘어가죠 ㅎ;


[2015 섬머시즌, 지역별 분당 와드 설치/제거 횟수]



분당 와드 설치에 관해서는, 뚜렷하게 한국>북미>유럽의 순서가 보였습니다. 한국은 확실히 두 지역보다 와드전쟁을 더 적극적으로 하는 대회이고, “시야를 장악하는 팀이 승리한다”라는 롤의 격언에 맞춰봤을때, 이런부분에 있어서만큼은 한국이 아직까지 우위를 보이지않고 있나 추측해볼 만합니다.



2-4.        라이너별 분석 – 탑의 한국, 원딜의 중국?

마지막으로 알아본 부분은 각 지역당 포지션별 분석입니다. 흔히들 하는 “탑신병자의 나라” 한국이 있는가 하면 중국은 원딜 자원이 우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았을것입니다. 분당 CS, 경기당 킬수, 그리고 (중국을 제외한) 세 지역의 데미지 분포도를 알아보았습니다.



분당 CS의 경우, 근소하지만 한국이 원딜을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운영을 지향한다는 점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라인전의 기본기 및 웨이브의 이해도는 한국팀이 앞선다고 할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015 섬머시즌, 지역 및 포지션 별 경기당 킬 수]


중국이 원딜의 나라답게 ADC의 킬수에서 큰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북미에서 탑 라이너들의 평균 킬수가 주목해볼만 합니다. 실제로 임팩트-러쉬의 TiP처럼 탑/정글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러가는 북미의 최근 성향이 잘 반영된 것 같습니다.

[2015 섬머시즌, 지역별 데미지 분포도]



데미지의 경우세 지역마다 그렇게 뚜렷한 차이는 없지만한국팀이 캐리포지션끼리 좀더 데미지 분배가 되는 모습이 보여집니다원딜의
기여도가 좀 더 높은 가운데역시 탑신병자의 나라답게 탑 라이너들의 데미지 비율도 높게 나타나있습니다. 반면 유럽/미국은 각각 미드의 데미지 기여도가 꽤 높은 가운데, 원딜/탑의 부족한 딜력을 정글러가 채워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3.        결론



-         “수면제 메타”라고 불리우는 롤챔스가 수치상으로도 가장 오래 경기하고, 가장 적은 전투가 발생함을 알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LPL은 가장 많은 킬, 가장 짧은 경기를 보여주며 현 리그들중 가장 다이나믹 하다는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밴픽의 경우 다른 리그들에 비해 하는것만 또 하는 성향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실험적인 픽을 지향하는 EU와는 어느정도 차이가 보여졌습니다. 한국과 중국리그의 밴픽 풀이 어느정도 비슷하다는 것 또한 알수 있었습니다.

-        실버vs챌린저정도면 모를까, 프로간의 경기에선 용스택과 경기의 수준은 딱히 관계가 없습니다….

-        와드싸움, CS획득에 있어서는 한국이 아직까지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본기라고 보면 기본기라고 봐도 될 부분들이기에 전체적으로는 그래도 LCK의 수준이 정상급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북미/유럽에 비해 한국이 한타시 미드에 대한 의존도가 낮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여 롤드컵에서 한국팀이 타 지역을 상대할때 미드 위주의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으로 추측됩니다.


특별히 놀랄만한 발견은 없이 대부분 우리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들이나 정설들을 확인해주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꽤나 의미있는 분석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많은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나름 유익하게 읽으셨으면 글의 목적을 다한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