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시즌에 말이 많았던 승강제도를 그대로 재사용하며 여기저기서 말이 많아졌다.
시간난김에 지금까지의 승강전에 대한 내 생각을 주저리 주저리 풀어보고자 한다.


- 자격증 없는 승격동기. 아나키와 스베누

8팀에서 10팀으로 전환될 때의 승강전을 기억하는가?

당시 스베누나 아나키나 2부리그를 다씹어먹는 초강팀은 아니었으며 승강전에서 롤챔팀은 결국 꺾지 못했다.
실력을 증명했다고 보기에는 무리였고 오히려 1부리그 확장에 힘입어 어부지리로 진출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나키와 스베누 이 두팀은 롤챔팀을 꺾었다는 자격증을 갖지 못하고 롤챔스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아나키가 1부에서 보여준 성적을 보자. 공식 스폰도 없이 첫시즌만에 승강전을 면하는 패기를 보였다.
말할것도 없이 올해 스프링시즌엔 아나키는 스폰을 얻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전공을 올렸다.

스베누는? 첫시즌 1승이라는 처참한 기록을 세웠고 그 다음시즌에도 결국 포텐을 끌어내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승강전에서는 굉장했다. 시즌중의 패베누가 아니었다.
2부리그를 씹어먹지 못했던 그들이 씹어먹을수 있을정도로 성장했다.

2부리거가 1부리그에서 뛰었을 때 얻는 경험치가 얼마나 기묘한 것인지, 팀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있다.
포스트 시즌까지 진출한 아나키와 내부악재가 있었다 하나 2시즌 3승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낸 스베누는
분명히 성장했지만 그 성장의 정도는 너무나도 달랐다.

이번 챌코의 승강전 팀인 에버와 MVP. 그들이 1부에서 뛸 수 있다면 과연 어떻게 성장할까?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에버와 MVP의 팬들도 감히 예상할 수 없을것이다.

제2의 아나키가 될지 제2의 스베누가 될지 혹은 그 이상 그 이하가 될지 누구도 장담할수가 없다.



-1부리그와 2부리그, 승강제도와 기회

스베누와 콩두는 서로에게서 따낸 1승씩을 제외하면 스베누는 7위에게서 1승, 콩두는 무승이다.
솔직히 말해 LCK의 수준이 아니다. 이런 성적으론 1부리거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하지만 세계최고의 리그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팀들과 풀리그를 돌려서 먹은 경험치.
이것은 1부팀과 2부팀의 결정적인 차이이며, 이것의 힘은 지난 승강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2부리그에서 실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솔직히 말해 요원하다.
LCK에 올라가려면 승강전을 이겨 자격을 갖추라 하는데 그 실력 키우는 방법 자체가 부족한 것이다.
스크림의 질도, 실전의 질도 1부와는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이런상황에서 지금의 승강제도는 엄밀히 말해 생색내기보다 약간 나은수준이다
실력을 키울수 있는 기회는 1부에 편중되어있는데 2부리그에서밖에 뛸 수 없는팀이 1부팀을 이겨야한다.
심지어 4팀중 2강을 뽑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무려 1부 9위가 2부팀을 지명해서 단판 대결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지명하는쪽에 메리트가 있을수 밖에 없다. 공식발표 전부터 타겟을 정해 준비할 수 있으니까.

승강전을 앞두고 자동승강을 주장하는 글들이 인벤이나 네이버 댓글 등지에 올라오는데
이들이 골이 비어서, 개념이 없어서 이런 주장을 하는게 결코 아니다.
2부가 1부를 이기는게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렵다 라는걸 잘 알고 있기에
승강제도를 통해 1부리그 경험이라는, 팀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진짜 기회를 주기 위한 주장이며
비슷한 논리로 승강제도를 두고 있는 세계 각지의 축구리그에서도 자동승강이란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롤판은 안타깝게도 축구와는 사정이 좀 다르다.
롤판이 수십년간 지속될 수만 있으면 자동승강은 리그 질을 유지하는데 장기적으로 최적이나
롤은 종목 수명이 앞으로 10년은 커녕 5년도 보장이 안되며 무엇보다 스폰 자체가 불안정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승강이란 방식을 사용하기엔 현실의 벽이 높다. 
불공정해 보이는 지명 방식을 승강전에서 쓰는 이유도 어렴풋이 짐작이 된다.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1부의 경험치를 2부에게 자동으로 나눠줄 수 없다면 승리로서 강제로 가져와야 리그의 고착화를 막을 수 있다.
벽을 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승강전의 MVP와 에버의 활약이 너무나 중요하다.
이기기 힘들겠지만 이번에 이겨야한다. 벽이 가장 낮을때 넘어야 한다.
이번에 이기지 못하면 이길 확률은 점점 더 떨어진다.
다음시즌에 그들은 skt rox kt 등의 굴지의 팀과의 대결에서 경험치를 먹게 될것이고
1부와 2부의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 1부에서 성적이 어떻든간에 해먹는놈들만 해먹는 리그가 되는 것이다.
제2의 아나키의 탄생을 롤판 끝날때까지 못볼수도 있다. 롤챔스의 팬으로서 이런 상황만은 피하고 싶다. 

MVP와 에버의 승리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불합리를 딛고 롤챔스의 팬들에게 새로운팀의 패기를 보여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