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베누는 3경기 내내 시비르를 내주었나?



시비르는 현 프로게임에서 최고 OP픽으로 분류되는 사기 챔피언이다. 

하지만 스베누는 이 시비르를 상대에게 3경기 연속 그냥 내주며 패배했고,

우스꽝스럽게도 강등전에서 LCK 전통의 3연시리즈(3연제드, 3연짜오 등)의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승강전 스베누의 밴픽은 솔직히 말해 에버보다도 아마추어같았다. 왜 시비르를 밴하지도 빼앗아오지도 않았는지?


이건 결과론적인 말이 아니다.




(LCK 결승 밴픽)


시비르가 사기라는건 솔랭 승률은 제쳐두고서라도 그냥 최근 프로 게임만 둘러봐도 알 수 있다.

LCK, LPL, LMS 결승전에서는 전 경기 시비르가 밴 되었고, EU LCS 결승에서는 픽률이 100%였으며

유일하게 시비르가 안나온 NA LCS는 카운터인 케이틀린이 전 경기 선픽 되었기 때문이다.


프로라면 현재 버전과 이전 버전을 통틀어 원딜 중에 최고의 사기카드인 것은

모든 팀이라면 인지를 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스베누는 아니었다.

시비르를 경기 내내 풀어주고 선픽으로 가져가지 않았으며 본인들이 준비한 카드인 라이즈에만 초점을 맞춘듯 보였다. 

루시안과 라이즈만으로 시비르를 제압할 수 있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든지, 별 생각을 못했든지 둘중 하나다.


스베누는 승강전 상대를 직접 지명했고, 상대팀의 밴픽을 분석을 할 시간은 있었으면서

현재 메타에서 가장 대표적인 OP 카드에 대한 준비(대처)조차 제대로 못했다는 말인가. 



(최근 7일 코르키 승률)


프로팀이 메타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단 사실은 매우 의아한 말같지만 그렇게 생각될만한 증거가 하나 더 있다.

2경기 사신의 코르키가 문제였다. 승강전은 6.8 최신버전에서 진행됐고 6.8 빌드는 코르키의 패시브가 너프당하면서

미드 코르키가 완전히 사장당한 버전이다. 금일 솔로랭크 승률은 46.99%로 전체 130개 챔피언 중 112위이며,

너프 당한 이후로 승률이 계속 최하위권에서 바닥을 핥고 있다. 그런 코르키를 스베누의 사신은 뜬금없이 꺼낸 것이다.



물론 솔랭에서 나쁘다고 팀 게임에서 쓸 수 없는건 결코 아니지만 이전버전까지 최상급 승률을 기록하던 챔피언이

이렇게 추락했는데 굳이 쓸 이유가 있었을까? 그것도 매우 중요한 승강전에?

아무리 사신이라지만 그 순간만은 그냥 패치노트도 제대로 안읽은 바보처럼 보였다.

실제로 코르키는 템트의 아지르 상대로 끔찍한 라인전을 당한다. 1만골드의 스노우볼이 그대로 굴러가버렸다.

과연 승강전을 앞두고 어떤 픽이 좋고 나쁜지 연구를 한 후 뽑은 픽이었을까.



(전경기 시비르를 선픽해간 에버)


정글 2밴에만 집중하다가 알리스타, 에코, 시비르 등 상대가 잘하는 주요 픽을 내주며 무리한 밴픽을 하더니 

게임에서 상대를 끊고 압박을 하려는 과정 속에서도 

시비르의 라인클리어용 튕기는 부메랑에 매번 빈사상태가 되면서 후퇴하다 뒤잡히기 일쑤였다. 

소울의 라이즈가 야심차게 궁키고 달려들때마다 시비르의 궁이 모든걸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저 이번 강등전은 풀템 시비르의, 시비르를 위한 경기였다. 하필 잡은게 팀의 에이스였던 로컨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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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3경기 마지막 한타에 시비르의 부메랑에 쓸리는 장면은 백미였다)


결국 이번 승강전은 스베누의 안일함. 준비성 부족으로 요약하고 싶다. 밴픽에서 스베누의 '절박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강등을 피할 수 없었던거지만 이게 스베누가 이제껏 보여왔던 경기력에 대한 업보처럼 보이는건 왜일까?

이번 스프링 정규시즌에서 스베누의 경기는 매우 실망스러웠고, 

그럴때마다 LCK의 벽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리화해왔다.

세계 최상위 리그의 벽은 만만치가 않아서 스베누가 상대적으로 못하게 보이는 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 승강전을 통해 보이지 않던 환상이 모두 사라졌다. 스베누는 LCK에 적합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들은 이제껏 살아남기 위해 절박했는가? 그랬다면 이번만큼은 시비르를 밴해야하지 않았을까?

8팀에서 10팀 체제가 되면서 자동 승격된 팀의 초라한 말로인 것이다.



스베누의 강등은 본인들에겐 매우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LCK와 한국 롤판 전체로 봤을 때는 긍정적인 면이 큰것같다.

에버와 같이 실력이 있다면 준비된 팀은 누구라도 올라올 수 있다는걸 알게 됐다. 

1부리그에 대한 환상의 벽이 깨진 것이다. 1부리그와 2부리그의 간극은 많은 사람들이 말해왔던 것처럼 현저하지 않다.

에버의 승격은 1부리그의 자동 승격을 주장하던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꼴이 되었지만 

비로소 바라왔던 '더 나은 팀이 남는게 이상하지 않은' 리그의 완성이 된 셈이다.


에버는 각종 리그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다가 마침내 승강전에서 LCK 팀을 꺾으며 가치를 증명해보였다.

LCK에 대한 준비성은 척보기엔 스베누 이상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팬의 입장에서도 모두 박수를 보내도 아깝지 않다.

아나키의 사례를 보듯 LCK에서 얻는 경험치가 그들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스베누와는 어떻게 다를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들이 LCK를 아주 재미있고 더 수준 높은 리그로 만들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가 많이 된다.


에버의 승격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