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이 나온지 6년째...

게임 역사 속에서도 이만큼 흥행한 게임이 또 있을까요?

물론 완성도가 더 높거나

그 시대의 게임 수준이나 개발 능력에 기준을 두면

훨씬 잘 만든 게임도 많죠

하지만 단순히 흥행 하나만 놓고 보면

롤만큼 흥행한 게임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롤은 지금 마치 찬란했던 로마 역사처럼

한 순간에 무너지려 하고 있습니다

헬퍼, 다인큐, 대리, 비매너 유저의 방치 등등
외부적인 요인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의견도 많지만

저는 게임 내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특히 너무 근시안적인 대처에만 급급했다고 봐요

6년동안 게임을 개발하면서

아직도 뭐하나 제대로 확립된 게 없어요

딱 하나 있네요 'eu 스타일의 포지션'

이것도 라이엇이 만든게 아니라 유저들이 쓰던걸

바꾸려다가 도저히 안되서 못박은거지만요

나온지 6년된 게임이 오브젝트가 심심하면 바뀌고

아이템도 심심하면 바꾸고

챔피언도 자기들이 의도하지 않은 것들은 다 관짝에 밀어넣습니다

대표적인게 카직스가 있네요

너 왜 정글챔인데 미드감? ㅡ> 너프
아직도 미드에 있네? ㅡ> 너프
정글갔는데 왤케 쎔? ㅡ> 너프
아직도 애들 줘패고 다니네? ㅡ> 너프 후 고인

6년동안 그런식의 주먹구구식의 대처가 너무 많았어요

매 시즌 벌어지는 정글밸런스 패치만 놓고 봐도

큰 그림을 그려서 하나의 시스템을 정착시키긴 커녕

어? 이 정글템이 쎄네 ㅡ> 너프
아직도 쎄? 그냥 삭제하고 다른거 드림 ㅡ> 변경
그랬더니 다른 정글템이 뜸 ㅡ> 너프
어 템이 아니라 챔피언이 문제였네 ㅡ> 너프 후 고인
아아 정글 몬스터가 문제였구나 ㅡ> 몬스터 조정
그랬더니 이번엔 왜 얘가 날뜀??? ㅡ> 반복...

이런 식의 그냥 눈앞의 상황만 보고
(그것도 제대로 파악한 것도 아님)
그 상황만 모면하고 다른 문제를 일으키게 만드는
패치를 수도 없이 반복 해왔습니다

정글뿐만 아니라 다른 포지션도 마찬가지죠

지금 제일 심각한건 원딜포지션이라고 생각되지만...

비유를 하자면

롤은 기초공사가 매우 부족한 고층빌딩이라고 봅니다

처음에는 5층짜리 건물이라 기초공사가 크게 문제가 안됐지만

건물의 높이는 이미 50층을 넘어갔어요

그 와중에 벽을 허물고 다시짓고

빈약한 자재로 속을 채우고...

그런 몸집을 이제는 빈약한 지지대가 버티지를 못하는 겁니다

땅을 충분히 다져놓지않고 높게 세운 건물은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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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두서 없이 쓰게 됐는데

댓글에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가
라는 댓글이 있어서 구체적으로
문제라고 되는 사항 몇가지를 뽑자면

1. 정글 시스템
2. 원딜
3. 아이템



첫번째로 정글 입니다

나온지 6년된 게임이 정글시스템이 아직도 완성이 안됐어요
얼마전에 원소 드래곤/장로 드래곤 시스템 생겼죠?
이거 여전히 말 많습니다 ㅇㅇ 원소별 능력치 밸런스나
랜덤성 같은거 말이죠 앞으로 몇번이나 바뀔지 모르죠
그 전에는 협곡의 전령 패치도 있었고
거슬러 올라가면 두꺼비 패치도 있었고
정글아이템들은 수시로 바뀝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정글이 5포지션 중에서
가장 유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정글생태계의 변화가 게임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오브젝트와의 연관성도 매우 크구요

정글아이템도 변화를 살펴보면
가난한정글러를 위해 싼가격에 높은 가성비로 맞춰줬더니
라이너가 샀던 때도 잇었고
그래서 강타를 들어야지만 살 수있게 했더니
라이너가 강타를 드는 일도 생기고
얼마전엔 횃불부터 이어져오던
스택형 공속정글아이템이 삭제되었습니다
너프/버프의 조정도 아니고 변경이요 ㅇㅇ

이러한 변화속에서 피해자가 둘 있는데
바로 누누와 피들스틱입니다

누누는 대놓고 정글몹 먹으면서
성장하라고 만들어 놨는데
정글에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피들 또한 지극히 정글링을 상정한
스킬셋인데 정글에 적응을 못해요
정글 ap템이 광휘의검 기반일때는
아에 정글템을 안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게임에 있어서 일정한 규칙이나 시스템이
부실하다거나 매우 자주 바뀐다는 겁니다

적어도 초식정글/육식정글 이란 구분이 있을 때에는
초식정글이 초반에 힘들어도
성장할수록 기여도가 높아진다거나
육식정글이 초잔이 강력해도
뒤로 갈수록 유통기한이 온다거나 하는
규칙이 있었어요

단순히 누누병신 우디르병신이니 버프해줘!
라는 밸런스 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죠



두번째는 원딜인데요

애초에 원딜은 ad캐리입니다
후반캐리를 상정한 딜러죠
예전엔 잘큰 탱커를 잡을수 있는건 원딜 뿐이었습니다
근데 점점 너프를 쳐먹더니
지금은 병신 수준이에요
암살자<탱커<원딜<암살자
라는 규칙이 깨졌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원딜챔프들 사이에서의 규칙도 망가졌습니다
후반캐리력이 높다고 평가되는
베인, 트리스타나가 종적을 감췄죠
왜냐? 후반캐리까지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초중반에 영향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즈, 루시안 이나
아에 유틸성이 있는 시비르, 애쉬 등이 나오는겁니다
원래는 초중반 영향력이 큰 원딜들은
특정 타이밍에 게임을 휘어잡지 못하면
성장포텐셜이 큰 원딜들에게 후반이 갈수록
밀리는 게 정상이었습니다

근데 지금은 그냥 ad캐리가 아니라 ad잉여에요

지금 헤카림과 이렐리아를 필두로
브루저들이 보이고 있는데
걔네들은 원딜 처참하게 찢어버립니다
앞으로 원딜은 더욱더 힘들거에요



세번째는 아이템입니다

얼마전에 삼위일체가 능력치가 바뀌었죠
물론 아이템은 조정할 수도 있어요
근데 핵심아이템들은 크게 바뀌는 일이 없어야 된다고 봐요
위에서 언급했던 원딜의 문제점과도 연관 있는 부분인데
지금 후반캐리형 원딜의 AD x 공속 x 치명타
라는 공식이 너무 많이 너프먹은 것 같습니다
그 대체제로 꼽히는게 쿨감 아이템들이죠
얼마전의 요우무칠흑도끼 루시안이나
파랑이즈 처럼 공속x치명타 의 효율을 뛰어넘는
쿨감템들로 인해서 원딜생태계가 파괴됐습니다
치명타 아이템들의 비효율도 한몫했구요
그런 상황에서 삼위일체가 20프로의 쿨감을 얻으면서
이렐이 뜨기 시작했는데
삼위일체는 사실 계륵같은 스탯(마나, 주문력, 치명타 등)을
종합적으로 조금 비싼 골드를 지불하면서
주문검이라는 뛰어난 고유효과를 얻는 아이템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깨알같이 효율적인 수치들로만 이루어진
아이템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이템의 기본적인 성격이 너무 바뀌었다는 거죠


하스스톤을 예로 들면
하스스톤의 각 직업별 오리지날 카드들은
왠만하면 밸런스패치를 받지 않습니다
(그나마 최근의 노루 너프 정도밖에 없네요)
그 오리지날 카드들의 수치나 능력이 바로
각 직업별 규칙이나 시스템,
아울러 전체적인 게임의 성질을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런 카드들은 변하지 않게 고정해놓고
추가로 발매되는 카드로 밸런스를 조정합니다


이걸 롤에 적용하자면
위에서 언급했던 암살자<탱커<AD캐리 같은 규칙이나
핵심아이템(인피, 삼위일체 등)의 고정성,
정글 및 오브젝트의 시스템 같은 것들이
제대로 기반이 잡혀있어야 된다는 이야기지요

그런 부분들을 건물의 기초공사에 비유해서 말했던건데
디테일한 부분들을 너무 이야기 안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