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Wolf 선수의 인터뷰때문에 인벤에서 많은 난리가 났었습니다.

 

핵심은 바로 트위치+잔나 조합이 트리스타나 + 룰루 조합에게 5~6분대 포블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발언인데요,

이에 대해서 "져 놓고 핑계대는 것이다" 라는 의견과 "스크림도 언급했는데 사실이겠지"라는 의견이 많이 맞붙었습니다.

 

그중 눈에 띄던 것은 바로 rng와 g2와의 경기에도 똑같은 조합으로 맞라인을 섰던 경기에 대한 언급이었는데요,

Wolf의 언급과는 달리 rng의 Uzi+Ming 조합은 9분 이상 타워를 지켜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두 경기 모두 초반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으며, 봇 라인에 대한 정글의 유효갱킹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두 팀의 포블 시간이 다른 이유는 양측 봇 듀오의 기량차이일까요?

확실히 Uzi 선수는 이번 롤드컵에서 베인까지 꺼내들며 세체원포스를 많이 뿜어냈던 것과는 달리,

Bang 선수는 과거의 찬란했던 세체/역체 시절 상성조차 씹어먹는 모습에 비해 약세인 것은 사실이긴 합니다.

 

그렇다면 두 포블 시간 차이를 만들어낸 요인은 무엇일까요?

저는 분석을 통해 '정글의 갱킹 루트 차이'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유효갱킹도 없는데 무슨 갱킹차이... 라고 반박하실지는 모르겠으나,

정글러의 갱킹 루트나 시야가 라인 형성(프리징/푸시)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개인적인 분석이므로 반박글은 환영합니다.

그리고 롤알못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시면 달게 배워 다음부터 보는 눈을 늘려나가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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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라인업이었지만 초반에 4인다이브로 트위치 측이 킬을 먹었던 skt vs 아프리카의 경기에서조차

Bang의 트리스타나가 cs를 약 50개 압도하며 타워를 쟁취했던 것에서 트리스타나 + 룰루 조합이 확실히 트위치 + 잔나

조합보다 강력함은 분명하나, 개입차이가 너무 명백하여서 분석에서는 제외하였습니다.)

 

+ 가독성을 위해서 굵게 표시한 글자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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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kt vs edg와 rng vs g2의 봇라인의 극초반 흐름은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양팀 모두 블루 사이드(skt, rng)는 세주아니 정글의 레드를 리시하였고,

레드사이드(edg, g2)가 먼저 라인에 도착했습니다.

 

허나 양팀의 상황은 2번째 웨이브 직후 타이밍, 즉 정글의 3번째 캠프 동선부터 갈라집니다.

 

 

세주아니가 레드 시작임을 알고 있고, 트런들 점멸이 빠진상태로 푸시하기 때문에

세주아니가 레드 이후 윗쪽 동선을 잡을 것이 거의 확실하고, 이는 edg에게는 호재로 작용합니다.

저렙단계의 정글 개입이 없으면 푸시력이 좋은 트리+룰루 쪽이 타워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죠.

 

 

edg의 그라가스는 레드 - 칼날부리 - 늑대 - 블루로 봇쪽을 향하는 정글동선을 택합니다.

세주아니의 봇 갱킹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 + 합류 싸움이나 역갱 능력이 그라가스가 우월하기 때문에

 edg는 그라가스가 블루를 먹는 세번째 웨이브타이밍까지도 전진라인을 고수하며 타워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때 뱅 선수가 cs를 많이 놓쳐 16vs7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g2의 렉사이의 경우 레드 - 골렘 - 칼날부리의 정글루트를 선택합니다.

서로 정글 시작점은 확인했지만 그 이후로는 루트를 서로 들키지 않았는데요,

g2의 봇듀오는 맘놓고 푸시하기엔 렉사이도 멀리 있기 때문에 edg와는 달리 세번째 웨이브때 한걸음 물러납니다.

(타워와 트리스타나와의 거리가 양측 그림 다 확연히 다릅니다.)

 

<<사실 이는 정글 루트도 영향이 있겠지만 양팀의 전략(혹은 봇듀오의 성향)이 다른 이유도 있어 보입니다.

첫 웨이브가 도착할 때 양팀 다 트리스타나측이 먼저 도착하게 되었지만,

g2의 Zven 선수는 막타만 챙긴 반면 edg의 iBoy 선수는 딜교환도 하고 라인을 하드하게 푸쉬했습니다.>>

 

이 별 것 아닌 스노우볼은 다음 정글 동선에서 더욱 크게 작용합니다.

 

 

skt의 세주아니가 아래쪽 바위게를 먹는 순간 edg의 그라가스에게 동선을 파악당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세주아니는 한걸음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게 되고,

그라가스의 동선 덕분에 앞라인을 잡고 있었던 edg의 봇듀오는 추가로 더 압박할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세주아니의 동선이 확인 안된 g2의 경우 edg와 같이 맘놓고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함께 라인푸시를 해야할 룰루가 봇길목에 와드를 하러 물러나면서 푸시되는 라인이 많이 풀리게 됩니다.

 

 

그 동선 차이가 바로 이 것.

딜교환 상태나 cs차이는 근소한데 비해서 타워의 hp차이가 심각합니다.

(두 사진 다 3분 45초 근방에서의 타워 hp입니다.)

저게 약 1.5웨이브 만에 저렇게 타워가 부숴지는 것인데, 믿기지 않을 분들을 위해서...

 

 

위에가 rng측 3:46초 가량의 포탑 체력

아래가 rng측 4:10초 가량의 포탑 체력

 

트리스타나가 수확의 낫만 들었는데 불과 30초도 안되서 포탑 체력이 저렇게 깎여버립니다.

심지어 우지가 cs도 몇개 죽여놓고, 트리스타나를 열심히 견제했는데도 저정도.

 

 

 

skt/edg전의 그 이후 4분대의 상황.세주아니와 그라가스는 조우후에 서로의 정글을 먹는데

이 이후의 선택이 봇의 운명을 갈라놓았습니다.

 

바로 Blank의 세주아니는 귀환, Clearlove7의 그라가스는 봇 땅굴 갱을 준비한 것입니다.

 

트위치 입장에서 타워가 부숴지지 않으려면 그나마 미니언을 치면서 밀고 나가거나,

못해도 미니언을 몇마리 죽여놔서 라인 지연 및 트리스타나의 포탑공격시간을 줄여나갈 수 밖에 없는데,

그라가스의 위치가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edg측 두꺼비쪽에 물음표 핑이 찍힙니다.)

 

아군 세주아니 역시 칼날부리 이후 루트를 적에게 들키지 않았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푸쉬하는 것은 그라가스의 땅굴 가능성 예상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상황이죠. 

 

잘못 밀고 나갔다가는 그라가스의 점멸배치기에 맞고 그대로 산화할 상황...

따라서 트위치 입장에서는 사릴 수 밖에 없고,

실제로 은신 상태로 돌아다니다 근접미니언 한마리 먹고 뒤로 빠지게 됩니다.

 

 

반면 g2는 정반대로 렉사이와 세주아니가 블루 정글에서 만나고 g2의 렉사이가 귀환을 하면서

갱킹 가능성을 의식한 룰루와 트리스타나는 뒤로 빼게 됩니다.

 

 

여기까지를 되짚어보면,

"정글의 위치 파악에 따라서 트리스타나+룰루가 앞포지션만 잡을 수 있으면" 타워 철거는 무지막지하게 빠릅니다.

그리고 Clearlove 선수의 정글동선이 Blank의 동선을 카운터치는 동시에 봇듀오에게 자연스럽게 힘을 실어준 것이죠.

 

다만 Wolf 선수의 인터뷰에서 "상체 쪽에서 알아서 해줘"라는 문맥을 살펴볼 때,

skt는 이정도 피해는 감수할 생각이 있었음에 분명합니다.

실제로 봇이 힘들어짐을 직감한 Blank선수의 세주아니가 탑쪽 정글 루트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후 skt 포블의 최대 분수령 이자, Clearlove의 슈퍼 플레이라고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Blank의 세주아니는 상대 정글의 골렘이 있는것을 확인하자마자 콜을 했을 것입니다.

" 아, 이거 그라가스 아래쪽에 있다. "

실제로 이 이후에 상대를 견제하며 cs와 포탑 체력을 챙겨야할 트위치와 잔나가

다이브를 의식하여 블루측 바위게로 백무빙을 하게 됩니다.(아마 와드를 박으러 가려 했었던듯..)

 

하지만 현실은 그라가스는 골렘 스킵 후 땅굴을 파고 트런들 퍼스트 블러드.

 

이것은 한참 밀어붙이던 탑의 숨통을 그나마 트여준 것 뿐만이 아니라,

트위치가 잔나가 골렘 쪽으로 가서 없는 틈에 라인을 밀어넣을 수 있던 트리스타나는

세주아니의 위치까지 확인하자마자 타워에 풀딜을 꽂아넣으면서 반피 이상 남았던 포탑을 거의 다 파괴시킵니다.

skt 6분대 포블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저 갱킹 루트였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세주아니의 갱킹을 의식해서 약간 후방 포지션으로 뒷걸음 친 g2는 더이상 타워 압박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예상과 다르지 않게 갱킹을 온 세주아니를 등에 업은 Uzi는 적극적으로 딜교환을 하면서 중앙 라인 형성에 성공합니다.

또한 g2가 탑에 3인 갱킹을 성공했을 때도 세주아니가 보이지 않자 트리스타나는 바로 귀환을 탑니다.

 

5분 40초쯤에 귀환, 첫 포탑을 공격한것은 약 7분 30초.

그리고 9분대에 Uzi측 타워가 부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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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결론적으로 직접적인 개입은 없었어도 정글 루트에 따라서 트타+룰루가 압박할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Wolf선수가 말한 스크림에서 5~6분만에 타워가 밀린다는 것은 확실한 정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번 판은 탑 설계에 치명적인 미스가 있었는데다가 봇듀오가 시종일관 압박당했음에도

포블까지는 6분 넘게 걸렸다는걸 보았을 때 5~6분보다는 조금 더 길었을...수도 있을것 같긴 합니다.

 

사실 이번 글을 쓴 목적은 저처럼 정글에 대해서 지식이 부족해 "정글동선이 프로레벨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잘 모르는 분들한테 있어서, 정글동선에 따라서 프로레벨에서 스노우볼이 크게 굴러간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도 프로 롤알못이고 인벤에서 자주 배워가서, "천천히 하나씩 분석해보자"라고 해서 내린 결론인데,

결론이야 다들 다르지만 이런 결론을 보자마자 내리는 선수나 고수 분들이 부럽기도 하네요ㅠㅠ

 

물론 정글동선만이 문제는 아닐 것 입니다.

잔실수도 분명히 있었고, 상대 선수의 성향에 따라서 결과가 조금 달라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정글동선으로 저런 결과가 만들어 졌다면

반대로 다른 동선으로 트리+룰루에게 압박을 주어 결과를 다르게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뭐, 그것까지 감안해서도 라인전을 얼른 끝내고 트위치를 키우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skt의 픽밴 심리, 그리고 한타에서의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