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하기 전에...

 

디아블로3는 파티플레이시의 특전으로 하여금

유저들의 파티플레이를 권장하고 있다.

같은 난이도로 플레이한다 하더라도

솔플과 4인 파티 플레이에는

골드 획득량이나 전설 아이템 획득 확률의 측면,

더욱이 경험치 획득량의 측면에서 명백히 큰 차이가 나며

파티 인원의 수가 늘어나 딜이 더 강해지는 반면

몹의 체력은 상대적으로 증가의 폭이 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냥 속도에서도 큰 차이를 불러 일으킨다.

 

즉, 이 게임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플레이한다는 측면에서는

파티플레이를 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것이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는 현재 시스템 상 가장 효율적인 조합을 꾸려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배경은 디아블로3의 파티 플레이의 대세 조합을 결정짓게 되었고

이에 따라 시기별로 각 캐릭터들은 흥망성쇠를 겪었다.

 

이 흥망의 역사를 돌아보며 현재의 위치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미래를 예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1. 광역 버스트딜(오리지널~확장팩 2.1패치 이전) : 폭발장법의 영광

 

가장 역사가 오래된 딜링 메커니즘이나 현재는 그 입지가 많이 약화되었다.

현재에 비해 몹들의 체력이 그닥 높지 않았던 당시에는

몹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잘한 데미지를 연타로 넣기보다는

큰 기술로 순간적인 데미지를 훅 넣어 몹들을 청소하는 스타일이 가장 큰 각광을 받았다.

그래서 오리지널 초창기에는 아래와 같은 조합이 대세였다.

 

A : 운전수도 - 서리법사 - 야만용사 - 부두술사

 

지금은 이 조합을 보며 추억에 젖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조합의 딜링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공력 회복능력과 강인함만을 세팅한 수도사의 1인 던전 탐색 / 몹 몰이 / 교전 시작 시 신호 /

    이후 폭발장법 및 용오름, 신념의 진언 등을 활용한 몹 고착견제 및 디버프, 아군 버프 시전

 공격속도와 극대화확률, 강인함을 극단적으로 높인 서리법사가 수도사의 교전 시작 신호를 받자마자

    수도사의 깃발을 타고 전장 합류 / '서릿발' 스킬 난사를 통해 몹들을 홀딩

메인 딜링을 담당하는 야만용사는 서리법사가 수도사의 깃발을 타고 합류한 직후

    서리법사의 깃발을 타고 전장 합류 / 지진, 광전사의 진노, 선조의 망치를 통한 딜링

서브 딜링을 담당하는 부두술사는 야만용사와 함께 전장에 합류

    / 대재앙의 부두술, 불박쥐 또는 돌진좀비(좀비 곰 룬 사용) 시전

 교전을 끝낸 야만용사와 부두술사는 광전사의 진노, 지진, 대재앙의 부두술 쿨 타임 초기화를 위해

    게임에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③, ④ 절차를 시행하기 위해 마을에서 대기

    / 수도사는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마을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들을 엄호 후 다시 절차를 실행

    / 마법사는 마을로 돌아가 절차를 시행하기 위해 대기

 

이처럼 평상시에 마을에서 대기하다 플레이어의 깃발을 타고 전장에 합류하는 방식의

파티플레이의 특징을 따 당시의 파티 플레이를 '깃팟'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일련의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딜링의 핵심 기술은 무엇보다도 수도사의 폭발 장법이었다.

당시의 폭발 장법 기술에 대한 설명을 보자.

 

 

 

핵심적인 사항은 바로 저 '출혈 상태로 죽은 대상은 폭발하며 대상 최대 생명력의 50%만큼 주위 모든 적에게

피해를 줍니다.' 옵션이 되겠다. 저게 왜 사기적인 스킬이었냐면

 

- 정예 몹에게 폭발장법을 걸어두고 나머지 2인의 딜링을 통해 집중 타격해 처치하면

- 그 몹이 죽으며 자신의 최대 생명력의 50%만큼 나머지 주변 몹들에게도 피해를 입히는데

- 그렇게 되면 한 마리 몹만 잡고도 나머지 잡몹들을 순식간에 대량으로 학살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수도사의 폭발 장법을 필두로 한 딜링 메커니즘은 각광을 받았고

상대적으로 야만용사의 지진, 광전사의 진노, 선조의 망치와 부두술사의 대재앙의 부두술, 불박쥐 또는

돌진 좀비(좀비 곰 룬 사용) 에 비해 그 기술의 시너지가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타 딜러 캐릭터들은 파티플레이를 하기 어려웠다. 자잘한 대미지를 지속적으로 빠르게 넣는 것보다

큰 데미지를 한번에 훅 다 쏟아붓고 기술을 초기화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른 사냥속도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위 A 메커니즘은 확장팩 패치가 되기 전까지 가장 크게 대중화되어 자리잡아온 것으로

이후 2.0패치에서 잠시 A 메커니즘을 벗어나 2명의 마인법사와 운전수도, 함성 - 구보행군 야만용사 등의

메커니즘이 나와 고대인의 묘실런이 유행하는 시절도 있었으나 그 시기가 매우 한정적이었던 터라 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고 이정도로 마무리하겠다.

 

이후 확장팩이 나왔다. 모험모드가 등장하였고 네팔렘의 차원균열은 플레이어의 새로운 파밍 루트가 되었다.

이에 따라 새로워진 전장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기존의 깃팟 엔트리를 재구성하게 만들었다.

 

B : 운전수도 - 비취부두 - 샷건성전 - 그 외 아무나

 

오리지널에 비해 엔트리가 훨씬 단촐해졌다. 하지만 그 위력은 오리지널의 그것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이 조합의 딜링 메커니즘은 아래와 같다.

 

4인은 전원 같은 전장에서 같은 방향으로 이동 / 운전수도를 제외한 3인은 기본적으로 운전수도를 앞서 가는 행위 금지

운전수도는 교전하기 좋은 장소를 선정해 몹을 몰아온 뒤 용오름 및 폭발장법 시전

    / 눈부신 섬광 및 신념의 진언을 통한 디버프 및 버프 제공

비취부두는 메뚜기 떼 및 혼령 출몰을 통한 도트(DoT : Damage over Time) 딜링 및 혼령 수확을 통한 도트의 즉발화

샷건성전은 눈부신 방패 및 용기의 율법을 통한 적 디버프 및 아군 버프 제공 / 하늘의 분노 스킬을 통한 서브 딜링

그 외 아무나(ㅜㅜ)는 통상 네팔렘의 차원 균열을 열기 위한 균열석 제공 / 그 외 이동속도 증가(칠라닉 + 구보행군 야만용사)나

    죽음의 표식을 통한 적 디버프(절멸 악마사냥꾼) 등의 유틸기능 제공

 

여기서도 수도사의 폭발 장법이 딜링의 핵심이다. 2.0패치에 들어 이 기술은 훨씬 더 그 비중이 커졌는데 그 이유는

[아즈투라스크의 주먹] 이라는 무기 때문이다. 당시의 옵션을 보자면 아래와 같다.

 

 

기본적으로 처치한 적의 최대 체력의 50%를 데미지로 입히던 폭발장법을

100%까지 확장되게 만들어주는 이 무기로 인해 수도사의 폭발장법은

파티 플레이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고 비취 세트를 입은 부두술사의 혼령 수확은

도트로 들어가는 피해를 즉발적으로 터지게 만들어주어 그 둘의 시너지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막말로 확장팩 이후 네팔렘의 차원균열은 운전수도와 비취부두 1명씩만 있으면

(물론 그 두명이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겠지만) 무난히 진행이 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샷건성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원래 도트성을 가지는 하늘의 분노를 진노를 소모하여

광역 즉발성 데미지로 바꾸어 공격한다는 점에서 수도사의 폭발 장법과 더불어

딜링 스타일의 측면에서 매우 잘 부합하는 스타일이라 큰 인기를 끌었다.

 

나머지 캐릭터들이 딜러의 반열에서 밀려난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주요 원인을 꼽자면,

 

- 그 어떤 캐릭터도, 그 어떤 기술조합으로도 운전수도와 비취부두의 콜라보가 만들어내는 광역 버스트딜링보다 빠르지 못했고,

- 행여 비슷한 수준의 딜을 낼 수 있다 하더라도 기술의 특성상 같이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

   눈의 피로나 소음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앞에서도 말한바 있듯이 무려 그 먹기 어렵다는 절멸을 먹고도 파티플레이에 참여하기 어려워

'균열석 제공할테니 좀 끼워주세요 ㅠㅠ' 격으로나 입장이 가능했다는 기현상을 초래하였다.

이를 절멸과 오프너의 합성어로 절프너라 하여 절멸을 들고있는 악마사냥꾼을

4인 중에 남는 1명으로 오프너로써 받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남는 1명마저도 악마사냥꾼이라 하여도

절멸이 없으면 받지를 않았으니 나머지 클래스들의 파티플레이 취업난이야 구구절절히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2. 광역 지속딜(2.1패치 이후) : 습격악사의 중흥

​2.1패치가 완료되었다. 대균열 컨텐츠가 열렸다. 이후 4인 파티플레이 대균열 순위표에서는 수도사를 찾기가 정말 손에 꼽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 수도사의 폭발장법이 처치 시 적의 체력에 비례해 데미지가 들어가던 것에서

   단순 자신의 무기공격력​에 비례해 들어가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대균열 고단의 특성상 몹들의 체력이 단을 거듭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데미지 역시 상상을 웃도는 수준이 되자 기존의 광역 버스트딜 방식은 그 힘을 잃었다.

그 기반이 평타 지속딜이 아니라 한방 한방 묵직한 캐스팅의 느낌이었기 때문에

쿨타임이 도는 동안에도 적이 살아있다면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현재 가장 일반적인 파티플레이 엔트리는 아래와 같다.

C : 공포부두 - 습격악사 3명  or  공포부두 - 습격악사 2명 - 버프성전

이 조합에서의 딜링 메커니즘은 아래와 같다.

강인함과 재사용 대기 시간 감소에 초점을 둔 공포부두는 앞서 나가며 적들에게 무한으로 공포 기술을 넣어 몹을 홀딩

나머지 2, 3명의 습격악사는 공포로 무력화된 몹들을 프리딜

강인함과 재사용 대기 시간 감소에 초점을 둔 버프성전은 습격악사가 우발상황으로 인해 죽었을 경우 현지에서 부활조치

    / 용기의 율법​과 눈부신 방패를 통한 디버프 및 버프 제공

왜 이런 조합과 메커니즘이 현재 가장 유효한가를 판단해보자면

- 적들의 공격력과 맷집이 대균열 고단을 가면 갈수록 정말 말도 안되게 강력해진다.

- 이에 따라 맞고도 버티며 딜을 하겠다는 생각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자신은 안 맞으며 일방적으로 딜 하는 것이 최고다

- 딜은 기술 쿨타임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수록 좋고 그 위력 또한 순간적이기 보다는 지속적일수록 좋다

이 정도가 이유가 되겠고 이런 요구사항에 지금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은 공포부두와 습격악사이다.​

악사는 그간 광역 버스트딜의 메커니즘에서는 애매한 입지였지만 지속딜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딜링 타임이 장기화됨에 따라 ​이제서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슬로우 스타터의 역전극을 보고있달까.

3. 앞으로의 딜링 메커니즘과 대안

...사실 참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악사와 부두가 짱짱맨을 먹고있는 이 상황에서

블리자드가 ​이 둘 마저 너프해버리면 답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2.1패치 PTR​을 통해 수도사의 폭발장법을 너프하지 않는 이상 대균열의 몹 체력을 아무리 키워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는 걸 블리자드는 알았을 것이다.

그 결과가 현재 폭발장법의 너프로 돌아왔고 부두술사와 악사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앞으로 폭발장법을 적 체력에 기반한 데미지로 돌려주지 않는 이상​

광역 버스트딜은 결국 사장될 것이고 현재의 광역 지속딜이 앞으로도 계속 대세를 이끌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말인 즉 앞으로도 죽 부두와 악사만 짱짱맨이 될거란 뜻인데...

이건 좀 아닌거 같다. 나 나름의 생각으로는

똑같이 파밍하느라 고생해서 획득의 측면에서 비슷한 난이도의 세팅을 이끌어냈다면

어떤 캐릭터로 하든 전체적 사냥 속도는 엇비슷해야한다.​

문제는 대균열의 몹들이 고단으로 갈수록 너무 공격력이 세다는 것이다.

한방만 스쳐도 훅~~~ 가는데 강인함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거기다 맷집도 고단으로 갈수록 너무 단단하다.

이래가지곤 ​습격악사와 공포부두의 천지가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안 맞고 일방적으로 딜하겠다는 발상으로 공포부두를 앞세워 프리딜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과

옛날 오리지널 시절 서리법사가 홀딩하고 나머지 둘이 프리딜 하던 때가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근본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대균열의 난이도가 상승함에 따라 몹들의 공격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마치 로그함수의 그래프처럼 점진적으로 증가해야 한다고 본다.

그저 고난이도라고 강인함을 얼마나 맞추든 관계없이

무조건 한대라도 맞으면 훅 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 점만 개선된다면 사실 몹들의 맷집은 관계가 없다.

이로써 보다 더 공격적인 측면으로​ 세팅을 할 수가 있게 되고

홀딩하는 플레이어 없이 전원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여함으로써

딜러를 최소 1명에서 2명까지 더 확보할 수 있는 결과를 보일 것이다.​

공격력을 높이면 강인함 챙기기가 어렵고

강인함을 높이면 공격력 챙기기가 어렵게 만들어 놓은 이 시스템 하에​

강인함은 어느 적정 수준으로만 챙기고 딜에 치중하게 만드는 것이

Hack & Slash의 모토에 타당하지 않은가?​

공격력을 철저히 버리고 강인함에만 치중해​ 디버프와 버프만 난사하고

공격수는 따로 있는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비주류 캐릭터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이래서는 ​다양성의 측면을 절대로 보장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다 딜러로서 자리잡을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길 바래본다.

​딜러가 되고싶었던 수도사의 짤을 올리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