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재능 vs 노력

두 가지 중 뭐가 비중이 더 높냐로 논쟁하는 경우는 롤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에서도 자주 보여왔음.

개인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일수록 선천적인 재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생각함.

진입장벽이 높다는 말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자기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면서 피곤하게 게임을 하면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임.

정말 게임에 흥미를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극단적인 진입환경을 가진 게임은 선천적인 재능이 없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음.


오버워치의 경우,

옵치 천상계 관전 짤방만 몇개 봐도, 이 게임은 선천적인 재능이 없는한 윗동네 사람들한테 상대가 안된다는걸 뼈저리게 느낄수 있음.

캐릭터들이 겁나 정신없이 이리뛰고 저리뛰고 난리를 치는데, 그 와중에도 헤드만 정확하게 맞춘다는게 솔직히 불가능해 보임. 근데 그걸 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고, 자기들끼리 티어 경쟁을 하고있음.

꼭 오버워치 뿐만이 아니더라도,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배틀필드 초고수들 영상 보면 그냥 말이 안나옴. 이놈들은 FPS가 아니라 슈퍼솔져 액션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임.

정말로 선천적인 재능을 타고나야하는건 FPS 게임이고, 롤은 FPS게임에 비하면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다고 생각함.


FPS만 비교할 게 아니라, 싱글 위주의 게임을 제외한 'pvp'가 주 컨텐츠인 다른 게임 장르도 가져와본다면

FPS, 전략시뮬레이션(RTS), 격투게임, AOS게임(롤), 온라인게임의 pk 이정도가 있을것같음.

여기서 롤이 아무리 어려워봤자, FPS, RTS, 격투게임 이 3가지 장르와는 비교할 수준도 안된다고 생각함.

나열한 3가지 게임의 경우, 일단 기본적으로 동체시력이나 반사신경이 매우 빨라야 극단적으로 유리한 게임환경이고

가뜩이나 유저수까지 줄어든 상황이라 고인물화가 심각해졌음.


1. 격투게임

격투게임은... 말할것도 없을거라 생각함.

격투게임에서 가장 유명한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의 경우도 이미 고인물을 넘어서 썩은물로 접어들었고

킹오파 같은 경우엔 이미 썩은물을 넘어서 석유로 넘어가는중이고


이것보다 유저수가 적은 일부 격투게임의 고인물 수준은 말할것도 없을것.

이렇게 극단적으로 초고수 or 입문뉴비만 남은 현 격투게임의 유저 상황에서, 아직까지 게임을 하는 격투게임 유저들은 그냥 괴물 수준임. 이쪽 분야는 이미 노력으로 커버 가능한 수준을 벗어났다고 생각함.


2. FPS

FPS는 아까 오버워치 경우에서 설명했고,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배틀필드 쪽으로 넘어가면 고인물화는 더 심각해짐.



3. RTS

스타1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흥했을땐 신규 유저가 많아서 게임이 쉬운 편이었지만, 지금은... 


워크래프트3 '밀리'

엄청난 진입장벽 + 시즌4~6 롤 패드립을 가뿐히 뛰어넘는 욕설 + 틀딱 유저들의 꼰대부심
3가지가 혼합된 완벽한 고여서 썩은물의 삼위일체.
해당 글에서 언급된 여러가지 게임들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쓰레기같은 게임환경.
이딴 병X같은 겜 절대 안하시는걸 추천


스타2

어찌보면 스타1보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함. 협동전 같은 특수 모드를 제외한 순수 밀리의 경우엔 스타1보다 유저풀이 좁으니... 고인물화는 더 심각하다고 봐야됨.



4. 온라인 게임의 pk (국산 창렬 폰게임 포함)

음... 이 게임을 하는놈들이 컨트롤빨이니 뭐니 헛소리를 지껄이는데, 지금 게임환경 꼬라지를 보면 그냥 돈 많이 처바른쪽이 승리하는 게임. (ex. 던파, 데스티니 차일드, 세븐나이츠, 서머너즈워 등등) 

일단 수저 성능으로 밀어붙이는 현질의 경우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니 제외한다면,

수입에 따른 현질 + 죽으나사나 게임만 붙들고있는 시간투자로 승패가 결정나는 경우가 많으니 어찌보면 노력의 비중이 높다고 봐야하나...




5. AOS  (ex. 롤 도타 히오스)


이 중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게 도타고

중간이 롤

가장 낮은게 히오스
 

도타, 히오스는 내가 자세하게 안 해봤으니 제쳐두고, 롤을 살펴보자.

물론 롤도 선천적인 재능이 필요함. 천상계 게임의 논타겟스킬 회피라던가 페이커 같은 유명 프로게이머의 매드무비라던가...

하지만 저정도 능력이 필수사항이 되는 랭크 티어는, 극소수의 고수들이 몰려있는 천상계임.

당장 이토게, 각종 포지션게시판만 봐도 항상 나오는 말이

'노력만해도 골드는 그냥 간다'
'노력만해도 플레는 그냥 간다'
'노력만해도 다이아는 그냥 간다'
'노력만해도 마스터는 노려볼 수 있다'

등등... '노력+티어달성 스까'글이 상당히 많음.

여기서도 수많은 논쟁이 펼쳐지고 난리가 난 상황이지만... 확신할 수 있는건


앞서 나열한 장르(4번 제외)와 비교한다면, 게임에 요구되는 선천적인 재능이 훨씬 양호한 수준이 아닌가?

물론 롤에서도 피지컬(동체시력, 논타겟스킬 회피, 손 빠르기 등등)이 중요하긴 하지만

격투게임, FPS, RTS 장르에서 요구되는 피지컬에 비하면 정말 양호한 수준임.


심지어 롤은 유저풀도 정말 넓음. 기본적으로 유저수가 많은데다가 티어에 따른 랭크 시스템도 잘 돌아가는 상태라서, 자기 실력에 맞는 사람들이랑 차근차근 싸우며 올라갈 수 있음.

(요즘 신규유저가 거의 사라졌고, 대리 부캐가 넘쳐나서 힘들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건 pvp게임이 장기간 서비스되면 생길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문제고, 위에 언급한 여러 게임들에 비하면 유저풀이 넘사벽으로 넓기에 훨씬 쾌적한 환경)

피지컬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흔히 '로지컬' 이라고 말하는 맵리딩, 상대 스펠체크, 챔프간 상성 파악, 상대 동선 파악 등등... 
꾸준한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음.

그리고 롤에는 리븐, 제드, 야스오 같은 피지컬 챔프로 화려하게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피지컬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충분히 강점을 살려서 티어를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챔프들이 있음.

누누같은 오브젝트 전문 털이범 정글러라던가, 트페같은 극단적인 맵 리딩과 운영실력이 필요한 로밍형 미드라이너, 나서스 말파처럼 스킬 난이도가 낮지만 한타에 특화된 챔프, 소라카 잔나처럼 수동적이지만 아군을 보조할 수 있는 서포터 등등...

여기에 시즌3 같은 과거와 비교해본다면, 서포팅 아이템도 매우 강력해졌고 꼭 게임의 '주인공'이 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게임의 승리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상황임.

혼자서 헤드샷 다 따버리면서 무쌍 찍고 다니는 FPS, 1:1로 상대 가드, 딜레이캐치, 카운터, 회피같은 겁나 머리아프게 실시간으로 치고박는 격투게임, 단축키랑 마우스 겁나 빠르게 쓰면서 유닛뽑고 컨하고 맵보고 정신없이 게임하는 RTS에 비하면 롤에서 요구되는 '선천적인 재능'은 진짜 아무것도 아닌 수준임.

여기에 롤은 유저 숫자도 매우 많기 때문에, 다른 pvp게임에 비하면 진입장벽도 정말 낮은 수준...
롤도 요즘 고인물이니 뭐니 말이 나오긴 하는데, 이미 롤은 시즌7임. 7년간 운영해온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롤의 진입장벽은 정말 낮고 양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음.


여러가지 운이 작용됐다고 할 수도 있지만, 롤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 괜히 성공한게 아님. pvp 게임 입장에선 정말 축복받은 환경이나 다름없음.
넥슨이나 카카오 같은 놈들이 운영하는 pvp 게임이 어떤 꼬라지로 변해가는지 본 사람들이라면, 7년동안 이렇게 운영된 롤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을거임.



물론 각 개인마다 한계는 존재하겠지만,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롤은 얼마든지 노력으로 티어를 올릴 수 있는 게임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