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탱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당황하시는 부분은 이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사격과 명중

그리고 전차 자체.



FPS 게임 등에서 저격총을 주로 사용하시지 않았다면, 한번 쏘고 장전...... 또 한번 쏘고 또 장전하게 되는 이 '포'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실겁니다. 그리고 저격총 사용자들도 소위 말하는 '스왑'처럼 장전 속도를 끌어올리는 테크닉이 없다는 것에 당황하고요.

또 월탱은 기존의 익숙한 FPS와는 달리, 건물은 뻔히 보일지언정 그 옆에 숨어있는 적은 보이지 않지요. 내가 못 본다고 상대도 나를 못 보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그리고 이 전차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엎드릴 수도 없고, 뒤로 휙 돌거나 뛰어다니지도 못하고 궤도 덜컹거리면서 전진 후진 좌우회전만으로 모든 기동을 해내야 하지요.

마지막으로 전차 자체가 낯선 분들은... 하다 보면 정이 들게 되실겁니다 :)


첫번째로 사격과 명중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을 짚어볼까 합니다. 고등 기술과 알짜같은 노하우는 저보다 훨씬 경험도 많은 고수분들이 정리해주실테니까요...




1. 조준을 다 했는데 도대체 왜 빗나가는가?



일단 제 플레이 화면 중 한 장면을 잘라내봤습니다. 소련의 구축전차가 저를 보고 빵긋거리고 있네요. 이 뒤에 서로 한발씩 포탄을 주고 받고 전 도망쳤습니다만... 어쨌든 지금 보시는 이 화면, shift키를 누르시면 나오게 되는 조준 상황이지요.  아주 지긋지긋지긋하게 보게 되실겁니다.

화면을 조금만 살펴보면, 상대와의 거리 212미터. 저는 이때 셔먼의 105mm 단포신이었으므로 조준원이 상당히 분산되어있지만, 그래도 이게 끝까지 조준원을 조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미 겪어보셨지요? 두근두근하면서 한참, 아니 한참인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 동안 조준원이 다 조여지길 기다렸다가 회심의 한방! 을 쐈는데 허무하게 빗나가는 그 상황을요.

월탱의 조준 시스템은 여타 FPS처럼 십자선에 꽂히고, 그 반동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상태에서 사격을 하면, 주포에 표시된 정밀도에 따라 계산된 "저 조준원 안의 어딘가"에 포탄이 날아가게 되는겁니다. 확률적으로는, 조준원 안의 영역에서 포탄의 탄착점은 정규 분포를 따르게 됩니다. 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가운데의 십자선에 맞을 확률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저 원의 맨 구석 한점으로 포탄이 날아갈 확률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거지요. 물론 주포 특성 등에 따라 조금은 다릅니다만, '어쨌든 빗나갈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명심하셔야 해요. 여러분들의 멘탈은 소중합니다 :)


좀 부담스럽게 커졌네요... 약간 확대해서 색칠을 해봤습니다. 지면과 지형에 가려진 부분을 제외하고도, 저 색칠된 부분이 상대의 폭로 면적보다 넓습니다. 이 상황에서 사격한다는건 빗나갈 확률이 더 높다는 거죠. 하지만 저는 셔먼의 105mm를 믿었습니다. 고폭탄 전용의 탄속 느린 단포신이죠. 그렇기에 포탄이 일직선에 가깝게 날아가는데 아니라 느릿느릿 포물선을 그립니다! 따라서 포탄이 조준에 비해 약간 아래로 처질 것을 기대하면서 쐈고, 결국 명중했습니다. 만약 다른 장포신포를 사용하는 전차였다면 저는 이 상황에서 사격하지 않고 몸을 사렸을겁니다...



2. 조준원에 비해 상대가 너무 작다?


신입 전차장 여러분의 멘탈을 가장 많이 흔들어놓는 것은 아마 말라노프카의 중앙 대치 상황일겁니다. 넓찍한 공터가 있고, 이제 막 전차를 몰게 되니 뭔가 신도 나고, 전차의 로망대로 돌격 앞으로!를 외쳤지만 이상하게 느립니다. 느릿느릿 낑낑대며 앞으로 가다가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어디서 뭐가 슉슉 날아오더니 전차가 터져나갑니다. 그걸 한두번 반복하거나, 그렇게 앞서나간 다른 전차가 터지는 걸 보고 몸을 사리게 됩니다. 이제 자리잡고 적이 보이나 안보이나 기다립니다. 그러다 발견된 적 전차. 포탄의 불벼락을 내려주마! 하고 조준해봅니다. 그런데... 조준원이 다 조여진 것 같은데 적은 너무나 멀고, 작습니다. 반쯤 자포자기해서 쏴봤지만 혹시나가 역시나입니다.

이 상황은 사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명중률이 낮은 주포는 곧 조준원이 덜 조여진다는 이야기죠. 특히 저 티어 전차들이 사용하는 기관포 계열은 정말 조준원이 하늘을 다 가릴 기세로 벌어집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요?

기도하세요...는 농담이고, 가깝게 다가가면 됩니다.

주포의 명중률은 100m 거리당 분산도를 표현한 겁니다. 200m, 300m에선 그보다 훨씬 많이 분산되고, 반대로 완전히 근접한 상황에선 분산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아예 상대와 차체를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shift를 눌러보세요. 화면을 가득 가린 상대의 전차가 보입니다. 이럴때 명중률이 필요하겠습니까?

반대로, 명중률이 낮은 전차로 원거리 전투를 하는 것은 아주 효율이 나쁜 겁니다. 운좋게 한 두발이 꽂혀들어간다면 모를까, 포탄만 허공에 쏴대다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생기니까요.

기관포 계열, 단포신 계열, 그리고 소련의 포들은 대체로 명중률이 낮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원거리를 고집하지 말고, 적절하게 접근해서 화끈하게 포탄을 날려줍시다.



3. 애초에 맞지 않을 상대?


또 전투 중 화면에서 잘라냈습니다. 이게 어디였더라... 어쨌든, 이 상황에서 사격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분명 저 위로 솟구치거나, 땅에 꽂히게 되겠죠.


상대 전차의 폭로 면적에 색을 칠해봤습니다. 예, 상대의 윤곽선이 붉게 나오긴 하지만 실제로 상대에게 포탄을 꽂을 수 있는 부분은 저 엔진 그릴의 일부와 포탑의 일부 뿐입니다. 저런 상황에서 사격을 해봤자, 명중은 정말 요행일 뿐이고 여차하면 자신의 위치만 들키게 되겠죠. 명중을 기대 못할 상황이라면, 참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상대가 발견되어서 조준선을 옮겨봤더니 저렇게 윤곽선이 나올때도 있고, 나오지 않을때도 있습니다. 윤곽선이 나온다는 것은, 티끌만한 부분이라도 내 전차의 직선사격에 닿을 부분이 있을때 상대 전체의 윤곽선이 나오는 겁니다. 반대로 윤곽선이 나오지 않는다면, 직사로는 상대에게 닿을 가망이 없다는 겁니다. 건물이나 지형에 가려진 상황이죠.

윤곽선이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다면 조준선을 살짝살짝 움직여봅시다. 저 그림에서 조준선을 살짝만 내려보면 윤곽선은 사라집니다. 그건 상대와 조준선을 잇는 직선 사이에 방해물이 있다는 증거지요. 조준선을 올려봐도 사라집니다. 당연하지요, 직선 사이에 상대가 아예 없는데. 결국, 윤곽선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사격할 필요가 없거나 사격할 수 없는 상황이고, 윤곽선이 드러난다 하더라도 그게 정말 명중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보장은 아닌겁니다. 윤곽선에 속지 마세요!





앞의 내용들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조준을 아무리 잘 했어도 빗나갈땐 빗나간다. 아예 조준원이 상대 전차보다 작은 상황이 아니라면.

2. 조준원에 비해 상대가 너무 작다면, 그건 상대가 정말로 작던가 적절한 전투 거리보다 멀리 있는 거다. 다가가거나, 다가오길 기다리자.

3. 쏴도 맞지 않을 상황은 구분하자. 윤곽선이 나오지 않을때는 명중시킬 수 없지만, 윤곽선이 나온다 하더라도 명중을 확신하진 말자.




이상입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기술도 있고 개념도 있고... 하지만 여러분의 멘탈을 흔드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이렇게 줄여봤습니다. 물론 위에는 이러이러한 상황에서는 명중하지 않는다, 라고 썼지만 정말 기적같은 확률로 그 조그마한 부분에 포탄이 들어맞기도 합니다. 예, 정규분포니까요. 확률의 마술은, 될 확률이 95%고 안될 확률이 5%인데도 여지없이 5%의 결과가 나와 유저를 멘붕시키는 판X지 마스X즈 같은 게임에서 지긋지긋하게 겪어봤습니다. 결국은 이거예요. 될 것이라고, 혹은 안될 것이라고 확신가져봤자 그게 깨지는 순간 자신의 멘탈만 괴로운 겁니다. 까짓거 명중하거나 빗나가거나 둘 중 하나뿐인데 뭐 어떻습니까? 나중에 한 발 더 쏴보면 그만이죠. 즐깁시다!

그러고보면 월탱 참 재미있어요. 그런데 적응하지 못하고 중간에 나가떨어지는 분들을 보면 참 아쉽습니다. 월탱 유저 중에서 전차 전문가나 전차병 출신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초반의 괴로움에 부대끼다보니 자연스럽게 손가락과 머리와 눈에 경험치가 누적되어가는 거지요. 함께 즐기는 월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