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이 뭔가요 먹는건가요 우걱우걱
누군가 이 내용에 대한 글을 썼을 게 분명하지만 그냥 하나 더 쓰지 뭐

'좋아 물장 떼이팔이 저기 있군! 조준.... 발사!'
 "-0"
'제대로 한 방 먹였습니다!'
'.......'

이런 경험 가진 초보 분들 굉장히 많으실 겁니다.
왜 관통했다고, 아플 거라고 하는데 데미지는 들어가지 않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흔히 '탄씹힘' 이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씹힌다'라는 표현의 의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짐작하고 있을 거라 봅니다.
무언가를 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뜻이죠.
이 탄씹힘 현상은 버그가 아닙니다. 분명히 그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대체 왜! 포탄이 관통했다면서 데미지가 0일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공간장갑의 농간에 당했다.
2. 외부 모듈에만 명중해 데미지가 씹혔다.
3. 내부 모듈이 데미지를 받아냈다. (이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일반적으로 거론되곤 하니 언급하겠습니다.)

벌써부터 초보 분들의 눈이 뱅글뱅글 돌기 시작합니다.
공간장갑? 외부모듈? 내부모듈? 그게 다 무슨 똥이야?
그림과 스샷을 갖다 놓고 설명하겠습니다.

아, 그 전에 혹시 전차를 쐈을 때 적 전차 머리 위의 표식이 반짝이는 걸 보신 적이 있나요?
이 반짝이는 것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검게 반짝이는것과 희게 반짝이는 것입니다.
검게 반짝이는 것은 적 전차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설령 관통 메시지가 나왔더라도요.
희게 반짝이는 것은 적 전차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가 갔다는 의미입니다. 0뎀이라도 반짝입니다.
이는 위의 세 가지 이유들을 구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가죠.

먼저 '1. 공간장갑의 농간에 당했다.'에 대해 알아봅시다.


모두가 한 번쯤 봤을 장갑구조도입니다. IS-3의 것이죠.
이 장갑 구조도를 한 번이라도 눈여겨 본 분이라면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Spaced Armor가 뭐지?' 그리고 지금에서야 갑자기 연관성이 떠오릅니다.

Spaced Armor =  공간장갑으로, 장갑판 여러 장을 공간을 두고 겹쳐 놓은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저 장갑 구조도에서 보라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못해도 두 장 이상의 장갑판이 버티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 장갑 여러장인거랑 데미지 씹히는거랑 무슨 상관이냐구요?

장갑이 여러 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같은 두께로 여러 장 쌓아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죠?
즉, 속에는 엄청 두껍거나 엄청 경사를 준 주 장갑판을 두고
겉에는 적당히 모양만 낼 철판떼기 하나만 붙여 놨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위에 보이는 IS-3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정면,후면 구조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제 측면 장갑은 엄청난 각도의 역경사가 주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우리가 아는 IS-3의 모양을 내기 위해 적당히 철판을 씌워놨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IS-3의 측면에 탄을 쏴서 분명히 관통흔도 남았고 관통 성공 메시지도 나오는데 0뎀이라면
분명히 겉 철판만 관통하고 내부 장갑에 막혀버렸을 것입니다.
이렇듯 IS-3은 공간 장갑의 혜택을 톡톡히 보는 전차입니다.

공간 장갑의 덕을 보는 전차는 꽤 많습니다.
포방패가 달려 있는 모든 전차(사실 포방패 자체의 두께가 엄청나기 때문이겠지만),
수퍼 퍼싱(말이 필요합니까?), IS-3(측면), IS-8(측면), IS-7(측면), T95(측면) 등등입니다.

사실 공간 장갑을 뚫은 탄환은 노말라이제이션을 받아서 각이 변화하고 뭐 어쩌구저쩌구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쯤 되면 너무 전문적이라 이해하기도 힘들고, 알 필요도 없으니 넘어갑시다.
사실 대부분의 공간장갑은 종잇장이나 다름없어서 그런 이야기가 적용되는 대상도 아니거든요.
(사실 저도 이해를 못해요. 너무 복잡해서. 개념만 알 뿐...)

설명하기 전에 위에서 반짝이는 것 얘기를 했습니다. 설마 기억 못 하시지는 않겠죠?
공간 장갑에 데미지가 씹히는 경우에는 머리 위 표식이 검게 반짝입니다.
그냥 모양만 내려고 붙여 놓은 철판떼기 하나만 뚫고 끝났으니 싸우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까요.
이런 식의 공간장갑 농간은 고티어 소련 전차가 상당히 심하므로,
전차를 쏴서 뚫었는데도 표식이 검게 반짝인다면 그곳은 공간장갑이라 판단하고 다른 곳을 쏘시기 바랍니다.

2. 외부 모듈에만 명중해 데미지가 씹혔다.

외부 모듈이라? 어려운 말만 한다고 생각하실겁니다.
자, 한 번 전차의 모듈(부품) 중에 바깥으로 나와 있는 것이 어떤 게 있나 생각해볼까요?


주포, 관측창, 궤도로군요. (외부연료통은 쏴도 연료통 모듈에 피해를 입히지 못합니다.)
이 녀석들만 정확히 추려내서 쏘는 실험을 해보면
이곳에는 맞아도 전차 자체에 데미지가 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해당 모듈이 데미지를 입습니다.
이 모듈들의 방어력은 매우 미미하므로 뒤쪽에 전차 차체가 온다면 둘 다 뚫고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
보통 차체에 바짝 붙어 있는 관측창, 궤도가 그 희생양이 되곤 합니다.

궤도를 쏘면 데미지가 들어가는데 그건 뭐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궤도를 뚫고 측면장갑까지 탄이 관통한 것입니다.
관통력이 부족한 포로 궤도 위를 쏘면 궤도만 뚫리고 측면장갑에 탄이 막히므로
관통 메시지 + 궤도 데미지 + 전차 데미지 0 의 결과가 나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관측창도 사정이 비슷합니다만, 이 녀석은 전차별로 위치가 달라서 넘어가겠습니다.

아무튼, 외부 모듈로 데미지 씹기를 활용하면 상대의 짜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트랙씹기'라는 테크닉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보통 역티타임과 묶어서 사용하는데,
적에게 궤도(트랙)'만' 살짝 보여주면서 도발하고, 적이 거기에 낚여서 궤도를 쏘면...
포탄은 당연히 궤도만 뚫고 지나가 버립니다. 차체 데미지는 0이죠.
그러면 재장전하느라 정신 없는 적 전차의 낯짝에 포탄을 선물해준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서 트랙만 보여주는,
매우매우 치사하지만 매우매우 효과적인 전술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맞은 경우, 머리 위 표식은 하얗게 반짝입니다.
차체 데미지가 0이라 할지라도 모듈에 분명히 데미지가 들어갔기 때문이지요.
구버전이나 일부 사운드팩은 이때 '띠링' 하는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3. 내부 모듈이 데미지를 받아냈다.

사실 이 경우는 별로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고폭탄을 빼면 승무원이나 내부 모듈이 나갈 때는 반드시 차체 데미지도 들어왔거든요.
일단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장갑을 관통했으나, 승무원 또는 내부의 모듈이 데미지를 흡수하고 전차 차체에는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사실 히트박스(맞으면 데미지가 들어가는 부위)를 관통하고도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는 몇 있었습니다만,
기억하는 경우는 전차장 관측창 뿐인데다 상대적으로 저관통포로 쐈기 때문에
관측창 모듈에만 데미지가 들어가고 해치 자체의 장갑에는 막혀버렸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관측창은 다른 외부모듈과 달리 맞으면 피탄흔이 남습니다.)

확실한건 매의 눈 스킬로 적 전차장이나 관측창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아예 서로간의 합의 하에 실험을 해 봐야 나올 것 같네요....

일단 이런 경우에도 머리 위 표식이 희게 반짝이기는 하겠습니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간에 일단 모듈에 데미지가 들어간 것은 맞으니까요.
혹은 제대로 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공간장갑이라 검게 반짝일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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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런 글로 탄씹힘 현상을 완벽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3. 내부 모듈이 데미지를 받아냈다.' 관련 정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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