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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큐, 이를 직역한 동적큐로 불리는 게임 매칭 방식이 도입된 지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한국 커뮤니티들에서는 보통 솔로큐에 대응해 다인큐라고 부르는 방식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이 매칭 방식이 MOBA(AOS)장르에서 애초부터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오버워치가 치고 올라오는 타이밍에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해내지 못한다면 라이엇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으리라 봅니다. 오버워치는 사이퍼즈가 이룩하지 못한 FPS+MOBA 스타일 게임을 이룩해낸 걸로 보이거든요.

이 글은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눠서 쓰일 겁니다. 우선은 다인큐를 상대할 때의 정서적 문제와 라이엇이 제시한 통계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두번째는 다인큐 파티에 껴서 플레이할 때의 문제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다인큐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이면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는 MMR 교란으로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에요.

미리 깔고 가자면, 전 시즌6에는 롤을 플레이한 적이 없습니다. 준비 중인 시험이 있다보니 게임을 전부 끊었거든요. 다만 쉬는 시간이 났을 때에는 거의 개인 방송을 시청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간접 경험을 토대로 판단했습니다. 시즌2부터 플레이해서 시즌3 빼고 나머지 세 시즌은 골드로 시즌 마감했었습니다. 정확히는 스킨 보상 받을 수 있는 최저선인 골드를 찍으면 보통 랭겜을 접었었네요. 많이 플레이하면 무뎌진다고는 하는데 전 랭겜 픽밴서부터 시작되는 긴장감이 꽤 부담스러웠던 지라... 아 그리고 히오스 플레이 경험도 꽤나 많이 글에 영향을 주었다는 걸 미리 밝혀둡니다.

갑시다.



/1 다인큐를 상대할 때의 엿 같음



1. 라이엇 승률 그래프의 함정





지난 공지에서 라이엇은 5인큐 vs 1~3인큐의 승률 그래프만을 제시했습니다. 초기에는 40:60에 가까운 수준으로 승률이 처참하게 차이 났지만 지금은 45:55 수준으로 조정되었고,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걸 어필하려고 했죠. 그런데 저 5인큐 vs 1~3인큐라는 기준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당장 생각해보았을 때 다인큐에서 나올 수 있는 인원 조합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5인큐가 있는가 하면 솔랭전사 다섯이 모인 팀도 있을 것이고, 듀오와 트리오가 복잡하게 엮여 있을 수도 있지요. 포지션을 감안하지 않고 그냥 인원 구성의 경우의 수만 따져보아도 솔큐 5명, 솔큐 3인 + 듀오큐, 솔큐 2인 + 트리오큐, 솔큐 1인 + 쿼텟큐, 5인큐, 듀오 + 트리오, 듀오 + 듀오 + 솔큐 등 7가지의 팀구성이 가능합니다. 이걸 양측 팀이 각각 수행하게 되니 총 발생 가능한 경우의 수는 49가지가 될 것이고, 만약 여기서 포지션 배분까지 따지게 된다면 수는 더 늘어납니다. 솔큐 3명 사이에 듀오큐가 한팀 껴있는 경우에, 그 듀오큐가 정글-미드를 갈 때와 봇듀오를 갈 때, 탑-미드를 갈 때 시너지가 다르게 발생할 거라는 건 자명해보이는 탓입니다.

라이엇은 이러한 경우의 수를 전부 뭉개버리고 5인큐 vs 1~3인큐의 경우만을 정리해 제시했습니다. 5인큐를 상대로 솔랭전사 다섯이 붙는 것과 듀오+트리오 팀이 붙는 걸 똑같이 취급한다? 회사 내부에서도 통계를 저런 식으로 처리할 리가 없고, 공지글을 쓴 사람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겁니다. 나아지고 있고, 나아질 거라는 환상을 심어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죠.

제목 밑에 붙어있는 '1000게임 중 1번' 역시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MMR 기반 매칭 측면에서도 우선은 양쪽 조합이 같은 쪽을 우선 서치하고, 그 이후 매칭이 안될 경우 점차 다른 인원 조합까지 검색 범위를 넓혀나갈 거라는 건 자명한 논리입니다. 1~3인 큐가 조합된 팀은 우선적으로 4+1팀과 매치를 찾게 되고, 그런 뒤에도 매칭이 이뤄지지 않으면 5인큐와 매치를 검색할 겁니다. 반대로 5인큐는 5인큐끼리 서칭하다가 4+1팀과 매치를 찾게 되겠죠. 그러면 이 그래프에서 4인큐는 어디로 증발했습니까.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4인큐와 매칭되는 케이스를 제외하고,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만들어 확률이 1/1000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 건 통계 장난질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에 더해 솔랭전사들이 다인큐 유저와 붙을 확률은 명시되지도 않았으며, 해당 게임들의 승률 역시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논점이 '솔랭도입 여부'였던 걸 생각해보면 이게 유저 상대로 장난질치는 것 밖에 더 되나 싶습니다.


2. 승률 자체의 문제


그래프에 정확한 수치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탓에 단언할 수 없습니다만, 그래프를 살피건데 양측의 승률이 대강 45% 대 55% 내지 46% 대 54% 선에서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나름 50대50에 가까운 수준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죠.

현재 전체 랭크게임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스웨인과 질리언인데, 각각의 승률이 54.89%와 53.80%입니다. 뒤를 잇는 말자하와 이렐이 53.64%와 53.59%를 기록 중에 있네요. 간단히 말해 승률 상위 5개 챔피언이 기록 중인 승률은 53% 대이고, 54%를 넘는 것은 스웨인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최하위 5개 챔프인 누누, 탈리야, 우디르, 탐켄치, 뽀삐 중 승률이 45% 이하인 것은 누누(41.07%), 탈리야(43.52%), 우디르(44.56%) 뿐이고, 칼리스타부터는 46% 승률을 넘습니다.

이 점을 깔고 다시 그래프를 봅시다. 5인큐의 1~3인큐 상대 승률은 55%에 달하고, 반대의 승률은 45% 대입니다. 마치 별 차이 아닌 양 그려놨지만 사실 이건 심각한 수치입니다. 저런 매칭이 잡히는 것만으로도 한쪽은 스웨인, 질리언을 잡고, 한쪽은 탈리야, 우디르를 잡는 픽밴을 하고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보통 OP 챔프들이 전성기에 뿜어내는 승률이 55% 대입니다. 물론 밴 당하는 챔프들 중 승률은 낮지만 '폭발력'이 큰 제드 같은 녀석들이 끼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보통 53~54%를 넘으면 밴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걸 생각하면 저 승률 격차는 분명 작지 않습니다.

하스스톤 등급 시스템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느껴질 수 있듯이, 이런 랭킹 게임에서 승률 50%를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내가 위로 올라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지어버립니다. 라이엇 측에서 더 다양한 경우의 승률을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저 그래프를 감안해서 보면 당장 이런 승률 판도에서 솔큐를 돌린다 라는 건 멍청한 짓 밖에 안 됩니다.

라이엇은 각 경우에 MMR 매칭 값을 조정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다인큐 유저에게 MMR 페널티를 부과하여 더 높은 MMR을 가진 솔랭전사들과 매칭시키는 식으로 승률을 조정하고 있겠죠. 적어도 지금까지 그 조정값은 한심한 수준으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그럴 것인지,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는 조정이 끝마쳐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군요. 그리고 이런 MMR 페널티 정책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건 세번째 파트에서 자세히 이야기해 볼 겁니다.


3. 장기전 패배의 악몽


MMR 조정은 당연히 다인큐를 돌리는 이들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거라는 합리적인 예상이 가능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MMR1500짜리 5인큐는 평균 MMR이 1600~1700대 가량의 솔랭전사들과 매칭이 되어야 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저 수치는 라이엇에서 자체적으로 내부 조정할 것이고, 라이엇이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밖에서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어보입니다. 당장 사용하시는 전적 사이트들만 해도 MMR 값을 '예상'해줄 뿐이고, 사이트마다 그 값이 다른 걸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이런 매칭은 다시 말하자면 라인전 단계에서는 솔랭전사들이, 중반 이후의 한타 싸움에서는 다인큐가 유리할 가능성이 높을 거라는 예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듯 합니다. 라인전 단계에서는 개개인의 피지컬과 라인전 실력 등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정확한 의사소통과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 합치가 판세에 큰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팀 반절은 무시하고 따르지 않는 신의 오더보다, 모두가 일치단결해서 따르는 그저그런 오더가 이 게임에서 훨씬 더 효과적인 상황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프로레벨의 랭겜에서야 131푸시 같은 복잡한 전술을 다들 체화하고 수행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만, 대부분의 플레이에서 '미드모여'가 어설픈 131푸시보다는 훨씬 승률을 높여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솔랭전사들은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유리하고, 다인큐 유저들은 후반 플레이에서 유리한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솔랭전사들이 이기는 그림은 초반 라인전을 터뜨려서 중후반 한타 페이즈로 넘어가기 전에 게임을 끝내는 것이고, 다인큐 유저들은 어떻게든 초반 라인전을 버텨낸 뒤 후반 한타에서 대승을 거둬 역전승하는 그림이 나올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죠.

자 그러면 생각해봅시다. 20분 칼서렌으로 이긴 뒤 50분 장기전을 패배하는 쪽을 선호하십니까, 아니면 20분 칼서렌한 뒤 50분짜리 게임을 역전해서 이기는 쪽을 선호하십니까. 이건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통상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뒤에 당하는 패배는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인 경험으로 기억되기 마련 아닐까 싶습니다. 초반에 라인전 다 터뜨리고 이기는 그림이었는데 팀원들이 어영부영 따로 놀다가 끊기고, 결과적으로 후반 바론 뺏기고 지는 그림은 빡치기 마련이죠. 개인적으로는 히오스에서 이런 경우를 더 극적으로 느기긴 했었습니다. 히오스는 롤보다도 오브젝트 싸움이 더 빠르게 일어나고 훨씬 중요하며, 초반 라인전 단계가 매우 짧기 때문에 일종의 압축판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라이엇이 이 역시도 제대로 된 승률을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많은 솔랭전사들이 다인큐를 부정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의심이 갑니다.



/2 다인큐에 껴서 플레이할 때의 엿 같음


1. 팀 위주의 플레이


라이엇이 계속 강조하는 '팀 플레이'는 뭐 좋은 구호입니다. 이 장르가 이전의 주류 e-스포츠였던 rts 장르와 근본적으로 구분되는 지점이 바로 팀 플레이와 팀워크이기도 하니까요. 지난 시즌까지 유저들은 랭크팀 시스템을 통해서 이 팀 플레이라는 덕목을 구현하고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인큐 시스템을 통해서 그러한 팀 플레이를 일반 랭크게임에까지 적용하려 하는 시도는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까요. 그 과정에서 다인큐 유저들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사용된 솔랭전사들은 그 팀플레이를 느낄 수 있을까요.

라이엇이 어떤 꿈을 꾸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라인전에서 고통받는 옆자리 친구를 방치하고 일면식도 없는 라인에 갱지원을 가는 다인큐 정글러를 상상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그런 게임 양상이 진행되는 건 결과적으로 솔랭전사들이 팀 게임에서 소외되어 제각기 홀로 고통 받는 그림을 만들기 매우 용이해보입니다. 다인큐 유저들이 인격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이건 애초에 예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러한 시스템을 설계한 이들에게 책임을 돌려야 하는 문제이죠. 다만 그 책임소재가 어찌되었건 솔랭전사들이, 라이엇이 금과옥조처럼 섬기는 저 '팀 플레이'에서 외따로 떨어져 고생해야 한다는 건 예상하기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겁니다.

다인큐 유저들은 이 과정에서 '팀 플레이'를 하고 의사소통과 연계의 힘을 느끼며 만족감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몰라도, 5인큐가 아닌 이상에는 언제나 그 값을 치르는 솔랭전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2. 서렌과 정치

그 연장선 상에서 가장 분명히 드러나는 것이 게임 중 정치와 서렌 결정권 문제일 겁니다.이 문제는 사실 이전의 솔큐-듀오큐 시스템에서도 똑같이 발생되었던 문제이긴 합니다. 다만 그 발생 양상이 조금 더 악화되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정치질 이야기야 뭐 뻔한 이야기이니 생략한다고 치고 서렌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예전에도 당장 듀오 한쌍만 작정하고 서렌을 거부할 경우,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게임을 본진이 터질 때까지 이어나가야 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습니다. 이럴 때 느끼는 시간 낭비의 값은 상상보다 크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나가거나 afk할 경우 페널티가 주어질 것이고 그렇다고 열과 성을 다해보았자 보이는 건 회색화면 뿐이고. 어쩌면 솔큐가 나온다고 라이엇이 예고했을 때 많은 솔랭전사들이 환호했던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라이엇은 이걸 개선하기 보다는 악화시켰습니다. 이제 4인큐에 잘못 끼어들어간 솔랭전사는 자기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게임이 패배로 끝나버리는 경험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 이걸 발전했다고 보는 라이엇 개발진의 사고방식 자체를 평생 가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3 MMR 시스템의 교란


마지막으로 문제 삼고 싶은 것이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MMR의 교란 문제입니다. 이건 지난 시즌에도 미미한 수준으로 존재했지만, 이번 다인큐 도입으로 인해 훨씬 더 극적으로 드러나게 된 케이스라 할 겁니다.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버스' 타는 것에 대한 이야기죠.

아예 계정을 빌려주는 대리질이 아니라 하더라도, 듀오큐를 통해 실력에 걸맞지 않는 랭크를 취하거나 혹은 랭크팀 시스템을 이용해서 아예 '가마'를 타는 일은 시즌 1,2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있어 왔습니다. 그 결과 몇몇 인터넷 개인방송인들은 아마 고수들과 듀오를 짜서 버스를 타기도 했고, 팀랭으로 딴 등급은 제대로 대접도 못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합법적인 선에서의 세미 대리와 다를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 과정에서 개개인의 MMR 점수는 완전히 망가져버립니다. 애초에 대리나 버스질을 사람들이 비판했던 것은, 자기 실력에 맞지 않는 곳까지 올라가는 동안 우선 피해를 주고 원래 위치로 다시 내려오면서 한번 더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비슷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 같이 게임 할 수 있게' 하는 용도로 도입된 MMR이 외부 요인에 의해 조정될 경우 생기는 당연한 문제죠.

다인큐의 도입으로 인해 이러한 MMR 생태계의 교란은 이제 랭겜 전체에 적용됩니다.

라이엇에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다인큐 시스템은 '팀 플레이'를 실력의 평가 척도로 추가한 시스템이고, 기존 방식의 솔랭은 그야말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배제한 부분을 랭겜 실력으로 취급합니다. 그러나 적용되는 MMR은 동일 시스템 내에서 처리되는 걸로 보입니다. 이런 경우 높은 솔랭MMR이 팀 플레이 역량을 포함한 MMR로 취급 될 수 없으며, 팀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MMR이 솔랭에서의 경쟁력을 보증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매칭은 해당 MMR 시스템을 기초로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팀플레이로 올라간 다인큐 유저가 오랜만에 돌리는 솔큐에서 똥싸개 짓을 할 수도 있고, 솔랭에 익숙한 플레이어가 친구들과 PC방 간 김에 다인큐 돌렸다가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고레이팅 유저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더불어서 다인큐를 돌릴 때의 환경 차이에 따른 보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예컨대 같이 큐를 돌리던 멤버 중 오더 담당하던 친구가 야밤이라 마이크를 못 쓸 때와, 자유롭게 마이크로 오더를 할 수 있을 때의 상황은 분명히 다릅니다. 직접 경험한 바로는 경기가 굴러가는 양상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더군요. 라이엇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조정을 할 수 없습니다. 도타2처럼 자체적인 음성채팅 기능을 지원하고 그 사용 여부에 따라서 매칭값을 조정해줄 수 있으면 모를까, 마이크를 쓰는지 안 쓰는지조차 체크할 수 없는 클라이언트로 이런 세부적인 조정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PC방 옆자리에 앉아서 플레이하는 이들을 또다른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을까요. 사실은 라이엇이 이런 정보를 수집하고나 있을까 의심스럽군요.

이런 연유로 해서 다시 이야기는 맨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라이엇은 5인큐와 1~3인큐 간의 승률 격차를 차츰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말하고, 그건 아마 MMR값 보정치를 포함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상기한 다양한 이유로 인해서 그 조정이 결실을 보기란 요원할 거라 생각합니다.



/4 부정적 경험의 최소화


하스스톤에서 사제의 10코 주문인 정신지배는, 블리자드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 8코스트 정도로 책정하는 것이 밸런스 상 적정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코의 페널티가 부과된 것은, 자신의 하수인을 상대에게 빼앗기는 것이 매우 부정적인 게임 경험으로 남을 수 있는 탓이라고 하더군요. 실제보다 불공평성을 강하게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한때 '사적' 소리를 들으며 욕을 먹을 때에도 사제의 승률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불쾌한 게임 경험이 강하게 뇌리에 남아 인식을 나쁘게 만들었을 따름입니다. 이러한 불쾌한 경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이 오버워치 곳곳에 깔려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게 지금 오버워치의 점유율을 상승시켜주는 원동력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라이엇은 과연 이러한 측면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순간부터 라이엇이 챔피언을 설계하고 리메이크하는 방향에 대해 감을 잡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메이지 챔프 패치는 말자하 같은 케이스에서 좀 실망스러웠습니다만... 어찌되었건 각 챔프의 개성을 살리고, 스킬간의 연계를 만들고, 챔프 별 독특한 시스템과 서브 퀘스트의 도입을 통해 획일화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려고 애쓰더군요. 거기에 더해 스토리텔링 방식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구요.

반면에 게임 시스템적인 측면에 대한 유저 배려는 갈수록 악화되는 걸로 보입니다. 어디서 주워온 온라인 성선설의 대가 Lyte가 기어코 트롤촌 도입을 거부할 때부터 시작해서, 배심원제와 신고 제도의 한심한 운영 방식은 시즌이 몇개가 지나가도록 개선되지 않았고, 외부 프로그램들이 너도나도 지원하는 리플레이 기능은 수년 째 묶여있으면서, 헬퍼는 제대로 잡지도 않고 이제는 다인큐입니다. 처음에 언급했다시피 준비 중인 시험이 있어 직접 게임을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두달은 더 있어야 하겠습니다만, 이 상태 그대로 간다고 치면 그때 롤 클라이언트를 다시 까는 것보다는 오버워치 결제가 아무래도 먼저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