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니 야마p는 스산한 바람이 부는 어둑어둑한 공간에 자신이 쓰러져 있음을 깨달았다.

" 여기는... 도대체... 우웃!!!"

갑자기 눈앞에 13체의 강렬한 빛들이 내려꽂힌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람의 형체인듯 아닌듯한 무언가가 아른거린다.
홀로그램이다.


"< 야마p, 단죄의 시간이다. >"


...무슨???
야마p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질 않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 그런가. 까맣게 잊고 있었는가. >"
"< .... 소비자청에서 연락이 왔다. >"
"< 네 입으로 4번이나 궁극진화라고 지껄였더군. >"
"< 4번이나. >"
"< 우리가 여러가지로 노력해봤지만 돌아온 결과는 이거다. >"


여러개의 영상이 동시에 말하기에
야마p는 전부를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사실 방송만 하면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 가끔 주체를 못하곤 했다.
쌓여가는 방송경험으로 그런 사회초년생같은 유치한 습성은 이제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그 습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더욱 커져갔고,
단지 운좋게 지금까지 커다란 사건을 만들지 않았을 뿐이다.


" 하지만 히로인사태는 이미 진정되었을텐데...? "


야마p는 5개월.. 아니, 시작점을 따지자면 8개월이나 지난 일이
지금에 와서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환불가능기간은 고작 3개월 아니던가?

그 이후로도 10법석 가챠 3연벙, 요그네이무스비로 이어지는 하이퍼인플레 등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순위권은 유지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하루하루를 구름에 붕 뜬듯 보내고 있던 터라
더 충격이 컸으리라.


"< 조치명령이 내려졌다. >"
"< 조치아는 명령이 내려졌다. >"
"< 그 개그는 좋지 않아. >"
"< 난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
"< 미치겠군. 좋다. 4달러. >"


뜬금없는 분위기에 야마p의 입에서 풋소리가 났다.


"< 야마p 너는 이제 퍼드 프로듀서의 자리를 내려놓아야겠어. >"


12개의 말 중에 심장을 울리는 한마디.

뭐?
내가 퍼드 프로듀서에서 물러난다고?
그런 일은 내 인생에서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꿈은 퍼드를 주제로 테마파크를 짓는 거라고!

내가 아니면 누가 퍼드를 이끈다는거야?
겅호도 그런 플랜비는 계획에 없다고 하지 않았나?


" 말도 안됩니다!! 저는 퍼드 프로듀서의 자리를 넘겨줄 생각이 없습니다!!! "


기다렸다는 듯이 떨어지는 비난의 목소리.


"< 자네가 이번 사건으로 회사에 끼친 손해액이 얼마인지 아는가? >"
"< 100억엔이 넘는다고!! >"
"< 자네 연봉 몇년을 부어야 저 금액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
"< 이미지 타격은 어떻고!! >"
"< 너는 퍼드와 겅호를 더럽혔어!! >"

아냐!!!!
퍼드는 내가 만들었어!!!
나와 내 마누라가 아이디어를 낸거라고!!!
니들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만 퍼드의 아버지는 나라고!!!
네놈들의 수익은 전부 내가 벌어준거나 다름없다고!!!!

.....

이렇게 떠들고 싶었지만
일개 월급쟁이가 이사회의 주주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기에,
나는 불의를 향해 울부짖는 한자와 나오키가 아니라 조용히 살아온 소심한 일본인A였기 때문에,
그 말은 깊은 한숨으로 변해 목구멍밖으로 나올 뿐이었다.


하지만..


" ...기회를 주십시오. "


"< 너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눈밖에 나 있었다. >"
"< 지금까지 니가 저지른 사고를 덮는데 우린 신물이 나있어. >"
"< 5년이면 모바일 게임 프로듀서 중에서는 역사에 남을수도 있지. >"
"< 명예롭게 퇴진할 마지막 기회다. >"
"< 너 없어도 퍼드는... >"


쾅!!!!!!!!!!!!!!!!!!!!!!!!

싸늘한 공간에 느닷없는 커다란 울림.
그것은 야마p로부터 나오는 소리였다.



" 한번만!!!!!!!! 단 한번만!!!!!!!!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



야마p는 반복하여 머리를 땅에 강하게 부딪치며 도게자를 하였다.
얼마나 크게 머리를 찧었는지 그의 이마에는 피가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 .... >"
"< ........ >"
"< ............... >"


홀로그램들은 대답이 없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가장 가운데 있는,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거대한 홀로그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 무엇을 댓가로...? >"


" ................ "


약간의 침묵이 추가로 흐른다.



" 제가 가진 모든 겅호 주식을 회사에 환원하겠습니다. "



야마p 자신이 평생.. 아니, 야마p의 자식때까지도 
매주 전세계의 섬을 돌아다니면서 수영복차림으로 여행을 해도
다 쓰지 못할 듯한 그만큼의 가치.
라이트한 가챠러들이 하루에 1셋씩 가챠를 질러도 평생 쓰지 못할 액수.

야마p는 그것을 내려놓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범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그런 짓을..


"< ....진심인가? >"


" 진심입니다. "



약간의 정적이 흐른다.


"< 그럼 그 결정. 존중하기로 하지. >"
"< 이제 너의 잔고는 0이다. >"
"< 오와도라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해보라고. 하지도라군. >"
"< 너의 피.. 기억하겠다. >"

"< 더 많은 매출!! >"
"< 더 많은 매출!!! >"
"< 더 많은 매출!!!!!! >"
"< 우리에게 더 많은 수익을!!!!!!!!!!!! >"



" 걱정마십시오. 두 번 다시 실수는 하지 않겠습니다. "


아직 피가 흐르는 이마를 숙이며 90도 인사를 한 후
그는 이사회 방을 나왔다.



지나간 자리가 빨간 핏자국으로 물든다.
야마p는 자신이 입술을 깨물고 있는줄도 모르고 있었다.




" ............ "






" 퍼드는.... "






" 퍼드는 반드시.... "






" 내 손으로.... "







" 절대 네놈들 손에 넘기지 않아!!!!!!!!!!!! "












" 네놈들 손에 넘길 바에야 내가 퍼드의 마지막을.....!!!!!!!!!!!!!!!! "
















" 퍼드의 숨통을............. 내가 !!!!!!!!!!!!!!!!!!!!!!!!!!!!!! "















야마p의 눈에는 겉으로는 알 수 없는 일본인다운 조용한 분노가 퍼지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25일 화요일 새벽.





" ...세피로스 1등은 취소해야겠군. "




프로답게 순식간에 냉정을 되찾은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