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스타 명경기 분석글 읽던 기억이 나서 그런 느낌으로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재미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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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를 1세트에 꺼내 거인흑마에게 완패를 당한 레니아워.
하지만 전 세트에서 소득이 있었다면 장기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상대 덱의 절반 가량을 봤고, 


무엇보다 자락서스를 보았다.






덱을 보면 알겠지만, Lei Qiang 선수의 이 덱은 전형적인 거인흑마와 상당히 다르다.

보통은 들어가지 않지만, 거인흑마의 극후반을 든든하게 해주는 자락서스의 존재. 게다가 알렉스트라자.
알렉은 보지 못했지만, 자락을 1세트에서 확인했다는 사실은 이어지는 2세트의 카운팅에서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게 된다.

(사실 압도 배후자까지 들어있는 이 구성에 리로이가 없는 건 나도 의아하다고 생각함.... 덕분에 보이지 않는 리로이와 싸운 레니아워)







사실 거인흑마는 작정하고 카운터치면 매우 잡기 쉬운 덱이다.
전통의 카운터 돌진냥꾼, 덫냥, 거흑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잡는 성비트 등등.



하지만 레니아워가 2세트에서 들고온 덱은 토큰 드루이드였다.

거인흑마에게 상성상 유리하지는 않지만, 극단적인 카운터덱이 없고 주문도적과 사냥꾼을 포함한 모든 덱에 5:5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즉 멀티킬을 노리는 덱이다. 
특이한 카드 없이 아주 솔리드하게 구성되어 있다.










거흑 vs 토큰드루.
한국 최후의 생존자 레니아워로써는 반드시 반드시 잡아야 하는 2세트가 시작되었다.





첫패는 드루이드가 제법 기분이 좋다.
반면 거흑은 똥망패. 다 바꿨는데 비룡도 없고 산거도 없고 고감도 없엉.....






하지만 거흑은 4턴부터 시작이지!
적절한 지옥불길로 필드를 정리한다.



사실 지금 상황은 일반적으로는 드루가 기분이 좋다. 비록 필드가 정리당했지만 저코 하수인들로 본체를 몇 대 때렸고, 거흑의 패는 통상적인 경우보다 2장이나 적다.(3턴에 드로우 대신 부엉이를 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속의 4턴에 거흑이 하수인을 내지 못했으므로 필드 우선권은 여전히 드루에게.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경우고.... 우리 레니아워 패가 상당히 말렸다......
정자가 2장이 잡혀 있는데 낼 수 있는 하수인이 하나도 없다니.

4턴 드루의 드로우는 천벌이었고, 결국 레니아워는 중요한 4턴에 영능만 쓰고 넘겨버린다.






여차저차해서 7턴. 거흑의 영불이 용암거인을 날려버린다! 표정에서 드러나는 깊은 빡침.

게다가 저 누더기 골렘은 2장째. 이론적으로 자군야포의 14딜 중 10딜을 혼자 흡수할 수 있는 누더기골렘이 게임 초반에 2장 다 등장했다는 사실은 드루에게 살짝 웃어주는 요소. 

하지만 드루는 두 턴 내로 지식정령이 나오지 않으면 패가 마르며, 게다가 거흑의 남은 피를 깎아내기에는 딜이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 필사적으로 필드를 먹어야 한다.








결국 지식이 나오지 않은 드루는 패가 말랐다.
그래서 아직 3장이나 남은 광역기(지불1장, 암불2장)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모든 패를 털어서 필드를 불린다.
패에 있는 야포와, 아직 덱에 잠들어 있는 자군 2장을 기대하면서.






흑마는 상당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자락을 낸다 해도 완벽한 필드정리가 불가능하고, 게다가 자락을 먼저 내면 용암거인은 죽은 패가 된다.
용거를 끝까지 아끼고 산거를 내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내 명치가 아슬아슬하다.

고민 끝에 암불/도발 카드를 기대하며 드로우를 해보지만....




드로된건 산악거인. 후샏..........
결국 유일하게 가능한 플레이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필드를 정리하고, 용거를 내면서 턴을 넘기게 된다.



이 플레이는 레니아워에게 굉장히 많은 정보를 주는데,


1. 다행이다ㅠㅠ 암불 없구나!
2. 절체절명의 위기인데 용거를 내? 저놈 도발도 없고 회복 카드도 없어!
3. 용거 2장 다빠졌네! 이제 본체 치면 되겠구나!






사실 자군만 나오면 이런 카운팅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겜끝이다. 하지만 확률의 신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드로된건 유령기사. 




손쉬운 교환으로 필드는 깔끔해지고, 드루이드가 완전히 어그로 포지션을 잡는다.



이쯤에서 카운팅 한번 하고 가자.
드루 덱은 17장 남았고, 그 중 찾고싶은 카드는 단연 자군 2장. 


사실 이 시점에서 드루가 조심해야 하는건 리로이 압도 킬각 하나뿐이다. 물론 파수병 아르거스 도발이 걸리면 드루는 암울해진다. 하지만 그건 드루이드 입장에서 예상한다 해도 어떻게 대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운이니까. 그러면 ㅇㅃㅈㅁㄱ 한번 외쳐 주고 다음 게임 준비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압도 리로이 킬각은 다르다. 드루이드가 조심하면 막을 수 있다. 확정 킬을 한 턴 늦춰가며 필드정리 하면 나는 킬각이고, 상대는 킬각이 아닌 포지션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확률이 높든 낮든 반드시 염두에 두어 가며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이다.









.........비록 중궈 거흑에는 리로이가 없었지만. 
정말, 왜 안넣은건지.




극도로 따라주지 않는 핸드 운 아래 거흑은 드로우를 하지 않고 고감 산거를 내고 용거로 유령기사를 정리한다.
개인적으로는 드로우를 하지 않은 판단은 지나치게 쫄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드루 패는 1장. 
어짜피 자군야포면 죽는 각이고, 지금의 1장이 가장 데미지가 높은 자군 or 야포더라도 다음턴에 들어올 수 있는 데미지는 영능까지 총 10데미지.
탑덱으로 휘둘이나 발드가 들어온다면 피가 13이든 11이든 상관없이 죽는 상황.



고감이 당장 필드에 도움이 되는 카드도 아니고, 언급했듯이 피 2의 여부가 생존에 크리티컬하지도 않은데 드로우를 하지 않은 판단은 약간 아쉽게 느껴진다.





운명의 10턴. 레니아워는 탑덱으로 지식정령을 드로하고, 자군야포를 간절히 바랬지만 지식정령은 아쉬운 대로 유령기사와 휘둘러치기를 가져온다.

그럼으로서 이번턴 야포 9뎀 + 다음턴 휘둘러치기 4뎀.


그...그거슨 킬각!


드디어 드루가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킬각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그것도 확률이 굉장히 높은 킬각이다. 

도발 여부가 상관 없는 킬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니아워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잠깐 정지. 



본체를 치는 것과 용거를 치는 것, 과연 어느 쪽이 더 옳은 판단이었을까?
거흑의 패를 모르는 레니아워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여기서 본체를 칠 경우, 몇 % 확률로 이길 수 있을까?
자, 카운팅을 해보자.






물론 레니아워가 정확한 리스트를 알 리는 없지만, 거흑의 티피컬한 리스트 정도는 당연히 꿰고 있을 것이다.
드루의 저 킬각을 막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회복기 or (리로이+압도) 역킬각 뿐이다.




레니아워가 보지 못한 거흑의 카드는 총 17장, 막을 수 있는 카드는 4장.
(알렉스트라자는 보지 못했고, 리로이가 덱에 있을 것이라 예상함)

즉, 아르거스로 본체를 치는 것은 다음 턴에 

78% 확률로 게임을 승리할 수 있었다.


물론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무식한 카운팅이지만 어쨌거나 확률은 꽤 높다는 것이다.





만일 용거를 잡아낸다면?

다음 턴 드루의 필드는 반드시 정리당한다.
남은 15장 중 거흑에게 본체딜을 넣을 수 있는 카드는 발드 1장 자군 2장, 오직 3장 뿐.




15장 중에 3장, 20%.


이 기회에 거흑을 끝장내지 않으면, 다음 기회가 돌아올 확률은 엄청나게 낮아진다.
패가 완전히 말라버린 드루이드. 낮은 확률의 한장 한장 드로우에 기대야 하는 것이다.

게임이 길어지면 거흑의 카드가 줄어가면서 도발이 나올 가능성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자락서스도 덱 어딘가에 있다.
물론 이제쯤 자군이 나올때도 됬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은 모두가 가지고 있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장기전은 드루이드에게 불리하다.

무엇보다도 4장이나 들어간 도발 부여 카드가 아직까지 한 장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카드카운팅을 한 레니아워는 여기까지는 분명히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레니아워는 






78%의 승리라는 유혹을 이겨내고 용거를 잡는다.








과연 레니아워는 거흑의 맨 왼쪽 패가 첫 턴부터 계속 잡고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만일 그 정보를 놓치지 않았다면, 그것은 맨 왼쪽 패가 리로이 혹은 자락서스라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만약 이것을 알고, 용거를 잡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으면 정말 레니아워는 GOD이다.

제 3자로서 경기에 꽤 집중한 나도 다시 돌려보면서나 알았는데, 치열한 공방 속에서 정말 맨 왼쪽패가 첫패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면, 정말 찬양받아 마땅하다ㄷㄷㄷㄷ 
(이 부분은 본인이 와서 답변해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정황상으로 '아 자락 있음 개망하는데' 라고 확률 계산 없이 생각했더라도, 그 감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어쨌든, 상대 패에 자락서스가 있었으므로 결과적으로 이는 정말 훌륭한 판단이었다. 

카드카운팅 없이 서로의 손패를 모두 보는 관전자에게는 너무도 쉬운, 당연한 판단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의 패를 모르는 상황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70%가 넘는 확정 킬각은 너무도 달콤했고 유혹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카드카운팅 정도는 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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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이후의 상황은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자락서스 변신 후 필드는 거흑이 점차 잡아나가는 그림이었고, 드루이드는 거흑의 본체를 한 대도 치지 못한다.
매 턴 6/6 지옥불이 나오고, 이제 4장 들어있는 도발만 잡으면 거의 게임이 굳혀지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흑마가 이기나 싶었는데,




그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야포, 그리고




자연의 군대, 그리고 포효하는 레니아워와 관중들.......



분명히 남은 덱이 11장임을 마우스로 보여주는데도 8분의 2라고[...] 어디서 나왔는지 짐작조차 안 가는 확률을 주절대는 엄옹의 헛소리가 귀엽게 들릴 정도의 
압도적인 카타르시스.



레니아워가 멋진 승리를 따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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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한 장 한 장 드로우에 일희일비하며 마지막의 갓드로우로 이긴 게임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판짜기와 예측, 그리고 감이 있었다.


하스스톤이 실력겜이라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준 레니아워에게 박수를.

7:1에서 살아남아 우승하시길ㅋㅋㅋ




자게에 같은 내용으로 썼던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