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링크! (초심자분들은 먼저 이걸 읽고 본문을 읽으시면 이해가 편할것이라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Team Overload 은때까치입니다.

오랫만에 글을 씁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0.


 "......설마 노루가 3연패 하겠어."

                - 정복전에서 2:0으로 앞서고 이제 드루이드만을 남겨둔 sky를 보면서, SilentSlayer의 한마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1. 

노루의 약함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14년 6월 StrifeCro, kolento 등의 쌍군야포 드루이드의 유행 이래로, 

2014년에도
2015년에도
2016년에도 

노루는 항상 한결같았습니다. 약 4장에 지고정에 자군야포. 변화도 없고 발전도 없었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기계법사라는 극카운터가 랭크를 지배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5턴에 증식한 손놈을 처리하지 못해 당황하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요동치던 메타가 진정되고, 덱 고착화(최적화)가 다 이루어진 다음에 결과를 살펴보면
노루는 언제나 제 자리를 찾아가 있었습니다.





.....대체 왤까요? 

노루는 너무나도 신성하고 완벽해서, 카운터치는게 불가능한 직업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노루 이외의 직업 유저들이 너무나도 게을러서, 노루 상대법을 모르기 때문일까요?

왜 노루는 항상 지나고 나면 1티어인걸까요?







2.

일단 노루가 완전무결한 덱이냐? 에 대한 대답은 단언컨대 No입니다.
그랬으면 하스스톤은 이미 멸망했죠.
힌트는 역사상 노루를 가장 잘 잡아먹었던 덱, 기계법사에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제 글입니다.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559&l=3975 )



당시 기계법사는 vs노루 상성이 7.5 : 2.5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정말 압도적인 상성 우위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반은 ㅡ 물론 거울상도 한몫했지만 ㅡ 적당히 빠른 템포에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살뿌도 쓰고 다르나서스도 쓰지만, 전통적으로 드루는 1,2턴을 쉬는 덱입니다. 
그러면서도 어그로덱이죠. 정리만 해서 이길 수 있는 컨트롤덱이 아닙니다.
숙명적으로 드루는 어그로 플레이를 해야 이기는 덱이며, 그 대전제는 스트라이프크로가 처음 쌍군야포를 만들었을 때부터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상대가 1,2턴부터 하수인을 깔고, 내 명치를 친다면?
race하면 내가 지니까 어쩔 수 없이 정리를 해야겠죠. 근데 드루는 광역기가 특출나게 좋은 덱도 아니고 정리(컨트롤)에 최적화된 덱도 아닙니다. 그런데 상대가 계속해서 3,4,5,6을 차례대로 내면? 나오는거 정리만 하다가 지는겁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여담이지만 지난 HCC4에서 팀 오버로드의 주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손놈 밴 이후 4노루카운터.
4강 이전까지 아주 쏠쏠하게 잘 써먹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노루야캐요!


즉 노루에게서 어그로 포지션(선공권)을 빼앗아 올 수 있는 덱은 노루에게 강합니다.
노루를 상대하는 정답은 노루보다 먼저 필드를 깔고, 필드를 놓치지 않으면서, 그걸로 명치를 때리는 겁니다.


그런 덱의 예시로는 템포법사, 위니악흑, 미드냥, 어그로주술사, 

그리고 빠-마가 있죠.







3.

빠-마는 대마상시합의 출시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신카드가 나오면 써보고 싶은게 인지상정!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새로 나온 영웅카드 '수수께끼의 도전자'와 그 효과를 받는 각종 성기사의 비밀들을 꽉꽉 채워넣은 새로운 덱을 굴려보았습니다. 저는 토템술사따위나 굴리고 있었지만요.

그런데 이게 웬걸? 예능인줄만 알았던 이 덱이 엄청나게 강했던 겁니다. 6코스트에 11코 이상의 효과를 즉발적으로 내는 사기카드의 출시는 새로운 덱을 만들었습니다.



이당시 빠-마는 비밀 10장에 1코 15장, 빠-마맨을 내기만 하면 크리스마스트리가 걸리고, 패수급을 위해 신총2장을 필수적으로 쓰는 극단적인 위니덱이었습니다. 하지만 뒷심이 너무 약하고, 빠마맨이 안잡히면 노답이라는 약점이 존재했습니다.
 

 : 뭐? 뒷심이 약해? 그럼 박붐 넣으면 되지!


박붐을 넣어도 뒷심이 약했습니다. 



 : 그래? 그럼 티리온도 넣자! 벌목기도! 5코가 비니까 로데브도!



....제발 그러지 마요....


그렇게 어그로덱이지만 뒷심까지 강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역사에 남을 비양심 1234덱을 완성했습니다. 12345678.

(템포의 정의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걸 알고 있으나, 이 글에서는 2016년 현재 통용되는 의미인 1234567 차례대로 내는 덱을 템포덱이라고 칭합니다)



빠마를 위시한 1234 어그로덱들은 기본적으로 드루이드에게 상성상 강합니다. 이른바 '드루보다 한 턴 빠른 덱'이죠. 이들은 노루에 비해 하수인을 한 턴 내지 두턴 빨리 깔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어그로 포지션을 잡아 스노우볼을 굴립니다. 


이러한 어그로들의 카운터는 더 빠른 어그로인 돌냥과, 비정상적인 버티기가 가능한 (구) 손님전사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손님전사가 워송패치로 몰락하게 되면서, 빠-마를 필두로 이들 1234들은 메타의 중심으로 뛰어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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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4에 대한 푸념

여담입니다만, 사실 하스스톤이 1마나부터 10마나까지 차곡차곡 쌓이는 게임인 이상, 1턴에 1마나 카드, 2턴에 2마나 카드, 3턴에 3마나 카드를 내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당연히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단순한 행위가 너무 강하다는것에 있겠죠.
일반적인 게임에서, 한쪽이 1234 잡히고 다른쪽이 안잡히면, 볼것도 없이 게임이 끝납니다.
코렌토가 와도 못이겨요.


그런데 
1턴에 1마나 카드를 들고 있는 건? 운입니다.
2턴에 2마나 카드를 들고 있는 건? 운입니다.
3턴에 3마나 카드를 들고 있는 건? 운입니다.


여기에 카운터 플레이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상대 패에 123이 없기를 기도하는거죠. 아니면 나도 123을 잡거나.

특히 4턴 벌목기, 6턴 빠-마맨, 7턴 박붐은 그것만으로 게임을 터뜨립니다.
아무런 연계도 필요없고, 아무런 리스크도 필요없고, 그냥 해당 턴에 그 카드를 내는 것만으로요.

빠-마맨이야 뭐 직업카드니까 어떻게든 이해해본다 해도, 벌목기랑 박붐은 공용카드면서 초 오버스펙 카드.
핫픽스될꺼라고 봤지만 어찌어찌 1년을 가네요. 


징징은 여기까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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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그로덱과 컨트롤덱은 이기기 위한 방법론이 다릅니다.

어그로덱은 내가 먼저 필드먹고 명치까서 이기고
컨트롤덱은 버티고 버텨서 손패 매수 차이로 이깁니다.


그래서 어그로덱은 일반적으로 광역기를 넣지 않는 편이고
그래서 컨트롤덱은 일반적으로 힐 카드를 필수적으로 넣는 편입니다. 버텨야 하니까요.



버티고, 버티고, 회복하고, 또 버텨서 결국 상대 패가 마를 때까지 죽지 않는게 컨트롤덱의 승리공식입니다.
이전에는 이런 공식들이 유효했어요. 광역기로 한두번만 쓸어 주면 위니덱의 패는 금방 말랐고, 이길 수 있었죠.


하지만 어그로덱들이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어그로의 패가 다 떨어지는 시점은 점점 늦어졌습니다.
이전에는 5-6턴까지만 잘 버티면 자멸했다면, 지금은 최소한 9-10턴까지는 공세를 이어가는 거죠. 
(물론 반대급부로 패말림 확률이 증가했고, 초반 공세는 약해졌죠. 항상 명암은 동시에 존재합니다)
이게 다 박사붐의 나비효과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지구력까지 갖춘 어그로의 공세를 버티기 힘든 기존 컨트롤덱들은 끝없는 하향세에 빠졌습니다.
'패 다떨어질때까지 버티기' 가 유일한 승리패턴인 거인흑마, 컨트롤 토템 주술사, 클래식 사제, 방밀 전사 등은 뒷심이 출중한 빠-마를 이기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 중에서도 발군의 버티기력을 자랑하는 덱은 살아남았습니다. 아니, 새로 등장했다고 하는 편이 맞겠죠.




다들 아시죠? 바로 리-노 흑마입니다.
리-노흑마는 잘 버텨요. 리노가 패에 있기만 한다면 정말 잘 버팁니다. 상대를 패 죽일만큼 빠른 템포는 없지만, 흑마 영능때문에 절대 마르지 않는 패와 리-노 잭슨 한방으로 어그로를 K.O 시킬 수 있습니다. 리노가 패에 있다면 말이죠.

냉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냉법이야말로 안죽고 버티다가 키카드 모이면 이기는, 컨트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죠. 피니시가 마땅찮은 빠-마나 위니흑마에게 매우 강합니다.
최근에 반짝한 피보나치 방밀, 멀록 성기사 등도 승리 공식이 매우 비슷합니다. 버티고 버티다가 콤보 모아서 한방 꽝.

이들을 그냥 대충 뭉뚱그려 컨트롤이라고 합시다. 


이들 컨트롤은 템포가 유행하면, 그걸 잡아먹기 위해서 출몰합니다. 실제로 전 달 리퀴드하스와 템포스톰 양쪽에서 냉법과 리노흑마의 순위가 매우 높았죠.

(주의! 모든 컨트롤덱을 칭하는게 아닙니다. 모든 컨트롤덱이 템포를 잘 잡는건 절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주수...)






5. 

그리고 이들 컨트롤을 잡아먹는건? 네. 노루입니다. 아주 완벽하게, 압도합니다.

기본적으로 컨트롤덱들은 1-2턴, 초반에 큰 힘을 쏟지 않습니다. 설령 하수인을 낸다 해도, 이 하수인들은 필드컨트롤을 위한 것이지 명치를 치기 위한 하수인이 아닙니다.

이건 노루가 완벽하게 원하는 환경입니다. 약한 고리인 1-2턴을 무난하게 넘긴 노루는, 처리하기 힘든 흉악한 묵직이들을 한턴에 하나씩 툭 툭 던지면서 그걸 모조리 다 제거할 것을 강요합니다. 어그로 플레이, 다른말로 공갈협박이죠. 한 턴이라도 필드클리어에 실패하게 되면 돌아오는 것은......... 










6.

이로서 균형이 이루어졌습니다.


노루  1234(어그로) ≤ 컨트롤 노루



1234를 내는 덱은 노루에게 강하고
어그로덱 당떨어질때까지 잘 버티는 컨트롤은 템포에게 할만하고
시간 조금만 주면 14....14..... 하는 노루는 컨트롤을 박살냅니다.


이 가위바위보는 너무나도 안정적이어서, 당분간은 깨지기 어려워 보입니다.
패치가 있거나, 새로운 확장팩이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죠.



위에서 언급했던 노루가 항상 1티어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느린 컨트롤 덱의 하드카운터"라는 역할은 너무나 특별해서, 노루 이외에는 비슷한 덱을 찾을 수조차 없습니다.
빠-마/템포법/위니흑 등을 뭉뚱그려서 1234(어그로), 리노흑/냉법/사제 등을 뭉뚱그려서 컨트롤이라고 했지만, 노루는 그냥 노루에요.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진정한 하스스톤의 원탑덱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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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물고 물리는 삼각관계 덕분에, 우리는 현재 밸런스의 황금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비록 1234때문에 게임이 무쟈게 재미없지만
비록 랭크는 난이도도 쉽고 강려크한 빠-마와 노루에게 점령당했지만
비록 아무것도 못해보고 운빨로 지는 판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각 직업별로 돌릴만한 덱이 최소 하나씩은 있으며
그래도 만인지상의 원탑덱이 존재하지도 않고
그래도 물고 물리는 상성 덕분에 정복전 머리싸움은 더욱더 치열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복전은 정말 잘 만든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는요.
특히 4덱 1밴이 정착되면서, 굉장히 특색있는 픽 조합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선수가 어떤 생각으로 하필 저 조합을 들고 나왔는지,
왜 저 직업을 밴해야만 했는지,
쟤가 들고온 저 법사는 냉법인지 템법인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상성과 메타를 이해하시고 이런 관점에서 방송을 보신다면 
하스스톤을 약간 더 색다르게 즐길 수 있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덧붙여 저희 오버로드 팀이 HCC에 1팀 2팀을 둘 다 진출시켰는데요,
많은 시청과 응원 부탁드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