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호드와 얼라이언스 여러분

그동안 우리의 싸움이 누구를 위한 싸움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지도부는 각 진영의 명예와 권익을 지키기 위해 이 싸움을 이어간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사실상 적대적 공생을 하는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이 분쟁의 발단이 된 대전쟁이 발발한 것도 굴단을 비롯한 호드 지도층의 탐욕과 각 클랜 족장에 권한이 집중 된 호드의 클랜체제가 가지는 시스템의 문제였습니다.

호드의 족장 지도체제는 부족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이며,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지도력에 의존하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각 부족의 족장들의 담합과 정치적 거래에 의해 모든 호드구성원들의 운명이 판가름 나게 됩니다.

위와 같은 형태에서 굴단과 블랙핸드라는 괴물들이 탄생했으며, 호드 전체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그리고 불타는 군단의 영원한 속박의 굴레로 밀어넣었습니다.

또한 전임 대족장에 의한 후계자 지명이라는 권력계승 방식은 가로쉬의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매우 비효율적임이 판가름 났습니다. 

호드 전체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한 현 대족장 중심의 정치형태는 그동안 역사에서 보여주듯이 이미 무능과 부패와 비효율성으로 점철되어 왔습니다. 불타는군단의 위협이 가시화 되는 현재에 있어 이와 같은 지도체제는 아제로스와 호드를 방위하는데 유효한 지도체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얼라언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왕족 혈통중심의 권력승계라는 현재의 권력승계 방식은 혈통보다 능력을 우선시 하는 호드의 정치체제 보다도 더 비민주적 방식이며, 좋은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 자체를 아예 박탈 당한 매우 후진적 정치체제입니다.

게다가 혈통-왕족중심의 정치체제는 얼라이언스의 역사에서 보이듯이 왕족-귀족간의 권력 암투의 씨앗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암투가 남긴 상흔은 지금 얼라이언스 역사 곳곳에 남겨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혈통-왕족 중심의 권력계승 과정은 아서스라는 희대의 패륜괴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단지 왕위계승자라는 태어날때부터 주어진 지위를 남용하여 도시를 불태우고 부하들을 소모품처럼 몰아넣으며 결국 타락하여 자신의 아버지까지 살해하는 아서스의 일화는 현 얼라이언스 지도체제가 가지고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라이언스의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현재의 지도체제는 제2의 제3의 아서스를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능력이 아닌 혈통에 의한 지배,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 의한 인신의 지배가 유지되는 사회는 건강할 수가 없습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정치체제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서로를 적대함으로써 서로의 정치체제를 유지-강화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체제는 끊임없이 외부의 위협을 만들어 내어 각 진영의 구성원들에게 무한한 충성과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지도부는 겉으로 싸우고 있지만 실은 서로 공생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이와같은 적대적 공생 속에 무수히 많은 무고한 민중들이 의미없는 전쟁에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처음부터 적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매우 이성적인 주체들입니다. 그러나 각 진영의 지도부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에 의해 호드와 얼라이언스 구성원은 서로를 증오하고 적대하며 죽이는 사이게 되었습니다. 

친애하는 호드와 얼라이언스 여러분. 우리는 이제 이 무의미한 전쟁을 멈추고 힘을 합쳐 불타는군단의 위협에 공동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에 급급한 부패하고 무능한 지도부를 몰아내고 각 진영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동안 지도층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만들어진 상상 된 적대감을 해소하고 아제로스를 위하여 호드 얼라이언스 민중들 하나하나가 정치주체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치체제야 말로 불타는 군단의 위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치체제입니다.

지금 당장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하나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느슨한 연합체를 구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통합을 이뤄내야 합니다.

우선 현재 족장-왕족 중심의 봉건적 정치체제를 무너뜨리고 각 진영 구성원의 민의가 반영되는 정치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각 진영은 구성원에게 보통선거권을 부여하고 이들의 투표에 의해 뽑힌 지도자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체제를 만든 후 아제로스 연합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야 할 것 입니다.

가칭 "아제로스 연합(United of Azeroth), 즉 "AU"는 각 종족, 진영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전 아제로스적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기구입니다.

본 기구의 의사결정은 각 진영, 종족별 인구수에 비례하여 구성 된 아제로스 의회에 의해서 처리될 것입니다. 아제로스 위해는 아제로스의 공동의 문제(정치, 경제, 군사 등)를 의논하고 대응을 결정하는 의결기구가 될 것입니다.

또한 AU의 유지비용은 전체 예산을 책정한 후 아제로스 의회의 구성원의 비율로 각 종족들에게 할당하는 방식을 취할 것입니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종족이 더 많은 의무를 지는 형태를 취하되, 한 종족이 AU의 의사구조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할 것입니다.

그밖에 아제로스의 공동방위를 담당할 아제로스 연합군을 창설하여 공동의 위협  및 분쟁지역의 조정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아제로스 연합군의 방위비 분담은 각 종족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책정될 것이며, 부대는 각 종족단위로 구성하여 각 종족의 고유한 특징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형태를 취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각 종족간의 기술 및 전술 교류를 통해 전투력의 전체적 평균을 상승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최종단계에 가서는 AU의 경제통합을 이뤄내도록 하겠습니다. 경제통합이 이뤄지면 AU의 모든 구성원들은 손해와 이익을 공유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경제공동체의 완성은 분쟁을 억제할수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됩니다.

왜냐하면 분쟁으로 인한 손해가 모든 아제로스 구성원들에게 미치며, 분쟁방지를 통한 이득 역시 모든 아제로스 구성원들에게 미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분쟁은 억제될것이고, 평화는 유지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호드와 얼라이언스 여러분

마침내 오랜분쟁을 끝낼때가 왔습니다. 불타는군단의 침략은 위기이자 기회이며, 아제로스가 다음단계로 나갈수 있는 마지막 열쇠입니다. 

전쟁보다 평화를, 증오보다 우정을, 종족보다 아제로스를 위한 정치체제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정치체제 안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