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스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명성을 얻은 후 이를 누리는 데도 용기가 필요한 법이고, 그런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도 많죠. 하지만 Team Dignitas의 Joshua ‘Snitch’ Bennett과 Fnatic의 Simon ‘scHwimpi’ Svensson은 용기 있게 스타덤을 받아들였습니다. 희한한 이야기지만 그 과정에서 K-팝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큰 공헌을 했다고 하네요.

 

블리자드 아레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오프닝 위크를 맞아 HGC 유럽의 대표적인 K-팝 열성 팬인 Snitch와 scHwimpi를 만나보았습니다. 두 선수는 저녁 무렵 펼쳐질 전투에 대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요. K-팝과 음악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소속 팀을 가수 팀으로 비유하면 어떤 팀일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어쩌다가 K-팝을 좋아하게 됐나요?

 

Snitch: 대학 시절에 K-팝에 푹 빠진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동영상을 추천해줬어요.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였죠. 말도 안 되는 헤어스타일에 정신 나간 메이크업을 하고 있길래, 제 반응은 "평생 이렇게 이상한 건 처음 본다" 정도였는데, 그게 또 중독성이 엄청나더라고요. 그 노래를 굉장히 좋아하게 됐고, 그때부터 빅뱅 팬이 돼서 다른 K-팝 노래도 들어보게 됐어요.

 

scHwimpi: 저 같은 경우에는 작년 블리즈컨에서 K-팝을 접했어요. MVP Black이랑 게임 중이었는데, 그중 한 선수가 로비에서 트와이스의 "TT"를 연결해 틀어놨더라고요. 그 뮤직비디오에 완전히 반했어요. 하루에도 몇 번은 돌려봤죠. 그러다 다른 노래도 둘러보기 시작했고요.

 

HGC 선수들한테 K-팝이 인기가 많은가요?

 

Snitch: 한국 선수들 중에는 진짜 팬이 없어서 엄청 실망했어요. 좀 서운하더라고요. 유럽에는 K-팝 팬이 몇 명 있죠. 주로 저랑 scHwimpi, 그리고 Wubby 정도예요.

 

scHwimpi: Cris도 있고요.

 

Snitch: 아, 맞다. Cris도 있네요. 북미 팀에는 psalm이랑... Glaurung도 약간 이쪽인가? 그렇지만 거기서도 별로 대세는 아니에요. Jun이 좀 아는 것 같던데, 팬은 아니고요.

 

안타깝네요.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그룹은 누군가요?

 

Snitch: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태연이에요. 노래 실력이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편인데, 태연은 K-팝 가수 중에서 아마 제일 뛰어난 만능 보컬리스트일 거예요.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인 데다 내놓는 노래마다 다 마음에 쏙 들었어요. 지드래곤도 진짜 좋아하긴 해요.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음악 스타일도 좋지만 패션 스타일도 굉장히 독특해서 가끔 좀 우스꽝스러워 보일 때도 있는데, 항상 뭐든 잘 소화하더라고요.

 

최근에는 자기다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면에 집중하고 있어요. 자기 안에 두 가지 면이 있다는 얘기죠. 하나는 공개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지드래곤으로서의 면모이고, 다른 하나는 사적인 인격이라고 할 수 있는 권지용/자기 자신으로서의 모습이에요. 전 개인적으로 그런 면에 공감하기 때문에 굉장히 관심이 많이 갔어요.

 

scHwimpi: 뭘 그렇게 애써서 대답하고 있냐? 전 이렇게 잘 대답하진 못할 것 같은데요.

 

Snitch: 왜, 이 인터뷰가 좋아서 그러는데.

 

scHwimpi: 어쨌든 저는 못 고르겠어요. 보통 매주 바뀌거든요. 제일 오래 좋아한 아티스트는 아마 아이유였던 것 같아요. 전 원래 차분하고 달콤한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아이유가 정말 좋아요. 하지만 지금은 볼빨간사춘기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두 분도 어떤 면에서는 연기자잖아요. 팬들이 두 분을 아이돌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K-팝에 관심을 가지면서 두 분의 직업관이나 인생관에 영향이 있었나요?

 

Snitch: 예, 좀 이상한 면에서 영향이 있긴 했지만요. 저 자신을 표현할 때 훨씬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게 됐어요. [K-팝 스타들이] 연기를 하거나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진짜 멋있다고 생각하고,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죠. 사실 그래서 작년에 머리를 청록색으로 염색한 거예요. 그것도 K-팝의 영향이었네요.

 

조금 전에 말한 지드래곤 앨범 얘기로 돌아가자면, 그 앨범 테마에 진심으로 공감한 면이 많아요. 저도 대중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혼자 있을 때 모습이 똑같다고는 할 수 없거든요. 저는 항상 사람들에게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은 건지 고민해요. 내 진짜 모습을 알아주길 바라는 걸까?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이 'Snitch'라는 캐릭터로 알기를 바라는 걸까? 지금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하지만 언젠가는 본명으로 유명하지 않다는 것, 'Snitch'가 인기 스타지 Joshua Bennett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슬퍼질지도 모르죠.

 

scHwimpi: 두 가지 인격이 있어서 때에 따라 다른 사람이 돼야 하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scHwimpi'가 될 수 있어서 편해요. 제 팬들은 아마 제가 오만한 편이라고 생각할 텐데...

 

Snitch: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굉장히 내성적이거든요.

 

scHwimpi: 진짜 제 성격을 보여줘야 한다면 상황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무대에 오를 때 연기를 하는 게 사실 도움이 되죠. [예를 들어], K-팝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오프닝 위크 무대에 핑크색 D.Va 재킷을 입고 오르는 짓은 절대 못 했겠죠. K-팝 가수들도 진짜 흉한 옷을 입잖아요? 그런데 다들 멋있게 잘 소화해내죠.

 

그런 면에서 제가 배운 건 이거예요. 제가 좀 더 자신을 표현하고 눈에 띄려고 애를 쓰면 제가 남들과는 좀 다르더라도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점이요. 제 친구들은 다들 K-팝을 싫어해요. 제가 괴짜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저는 K-팝을 정말 좋아하고요. 그러니까 그것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저를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Fnatic은 이미 백스트리트 보이즈로 분한 적이 있죠. 혹시 K-팝 그룹 역할을 한다면 두 분의 팀은 어느 그룹에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Snitch: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몰래 키우고 있는 욕심은 Fnatic이 한 것처럼 K-팝 커버 영상에 도전해 보는 건데요, 진짜 해볼 생각이 있어요. 안무까지 다 따라 할 수 있고요. 사실 전 샤이니 광팬이라 샤이니 곡이라면 뭐든 재미있게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무는 어렵지만요. 그런데 팀원들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다들 너무 게을러서 아마 신경도 안 쓸걸요.

 

scHwimpi: 제가 아는 보이 그룹은 방탄소년단 밖에 없어요. 멤버 이름도 다 몰라요.

 

이 인터뷰를 읽은 독자들 중에도 누군가 K-팝을 들어볼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미래의 K-팝 팬들을 위해 한 곡 추천한다면요?

 

Snitch: 지드래곤의 "삐딱하게"요. 사실 슬픈 노래인데, 가사만 들어보면 외로움을 강조한 곡이거든요. 그런데 멜로디는 아주 경쾌해요. 깊이가 있는 곡이죠.

 

scHwimpi: 저는 아이유의 "스물셋"을 추천할게요. 앞으로 살면서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할지, 뭐가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는 내용이에요.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자문하고 있는 거죠. 저는 저희 나이 또래에는 그런 의문을 갖는 게 아주 정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어 번역

https://esports.heroesofthestorm.com/ko/news/21182943

 

영어 원문

https://esports.heroesofthestorm.com/en/news/21182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