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린의 말을 듣고 이동한 마가레타 수녀 외 수십명의 성기사단원들은 아직도 버티고 서있는 세이렌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대한 대검을 바닥에 꽂은 채 죽을듯 말듯 서 있는 세이렌은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처럼 힘 없어 보였다. 다크로드는 몸에 상처하나 없기는 하지만 세이렌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 채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날파리들이 몰려들었군."

"당장 윈저가의 세이렌 경을 보호조치하고 다크로드와 싸우도록 합니다. 발키리시여. 전장으로 나가는 기사들에게 성대한 축복을 내려주세요."

 

마가레타 수녀는 양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그러자 다크로드에게 뛰어드는 모든 크루세이더들의 몸에서는 희미한 빛이 감싸기 시작했다.

 

하이프리스트들만의 권능이라 할 수 있는 아숨프티오였다.

 

"발키리시여. 쓰러져가는 어린 양을 축복으로 감싸주세요."

 

마가레타 수녀가 손을 앞으로 뻗으며 말을 하자 세이렌의 주변에는 녹색의 빛무리들이 생기더니 점점 넓어지며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 역시 하이프리스트들만의 권능이라 할 수 있는 바실리카였다. 고위 마법을 보는 소린은 자신의 언니인 마가레타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프리스트들이라면 모두가 존경하고 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그녀는 말만 성녀가 아닌 수많은 능력을 갖춘 하이프리스트로써 성녀라는 이름으로도 부족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 여성이었다.

 

"소린."

"아. 넵."

 

소린은 다크로드들에게 뛰어들어가는 성기사단 속에 파 묻혀 세이렌에게 뛰어갔다.

 

"세이렌!"

 

소린은 세이렌을 부축했다.

 

"세이렌. 세이렌! 괜찮아? 세이렌!"

 

힘없이 축 늘어진 세이렌을 부축하며 소린은 세이렌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출혈과 치명적인 상처.

 

고작 어콜라이트인 소린은 절대로 고칠 수 없는 상처들이었다. 온갖 지식을 갖춘 현자들인 세이지들만이 디스펠로 풀어주지 않는 한 고칠 수 없는 상처도 있으니 소린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세이렌은 항상 이랬던 것 같았다. 이렇게 목숨을 바쳐서 지켜준건 지금이 처음이기는 하지만 이런 것 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사소한 것 부터 소린의 모든 것을 챙기려고 했었다. 때문에 소린은 그런 그가 편했고, 남들에게 대하는 것과는 다르게 편하게 대했을 지도 몰랐다.

 

"내가... 나 따위가 프리스트가 되려고 하니까... 나 때문에 세이렌이..."

 

소린은 울지는 않았지만 언제 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따.

 

"울지마. 난 괜찮으니까."

"미안해.. 미안해... 세이렌... 미안해..."

"괜찮아.. 그러니까 울지 않아도.."

 

세이렌은 손을 들어 소린의 머리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는 힘없이 소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건틀릿조차 무겁게 느껴지지만 세이렌의 입장에서는 소린이 자신 때문에 우는 것이 더 마음이 아팠다. 세이렌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천천히 싸늘해져 간다는 것을.

 

'죽게 되면 저 녀석의 수하가 될지도 몰라...'

 

세이렌은 크루세이더들에게 일방적으로 몰아부쳐지고 있는 다크로드를 바라보았다. 듣던 것보다 약했기 때문에 세이렌이 버티고 있었다. 메테오나 공격등은 자신이 들었던 것과는 달랐다. 상당히 약해져 있어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어째서지... 뭔가 이상해...'

 

주마등이라도 스쳐지나가는 걸까. 뭔가 이 이상한 기분은 어떻게 표현 할 수 없었다.

 

"다크로드의 특징...."

 

봉인당해 있었던 다크로드의 특징을 적어 놓은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너무나도 강해 수많은 성기사와 몽크. 프리스트들과 기사들이 붙어서 겨우겨우 봉인으로만 끝낼 수 있었던 다크로드는 어떤 점이 무서웠는지 적혀 있었다. 상대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 세이렌이지만 언젠간 마주하면 싸워서 이기기 위해 자세히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다크로드의 가장 무서운 점은 메테오 따위가 아니었다. 그와 똑같이 생긴 분신. 다크일루젼....

 

"다크 일루젼...."

 

세이렌은 뭔가 떠올라 말하려 했다. 지금 저 눈 앞에 있는 건 다크일루젼이며, 여기서 모두 벗어나야 한다고. 다크로드도 아닌 다크일루젼에게 모두 힘을 뺄 필요가 없다고 말을 하려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 순간 공중에서는 이제 막 생성된 메테오가 떨어지고 있었다. 자신과 소린의 쪽으로 떨어지고 있는 메테오를 본 순간 세이렌은 자신이 지금까지 맞은 메테오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소린!!"

 

마지막 힘을 다해 소린을 감싸 안은 세이렌은 자신의 몸 전신으로 퍼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소린을 껴안았다. 순식간에 함성소리는 비명소리로 변해버렸고 그 비명소리는 몇 초 지나지 않아 끊어져버렸다. 세이렌의 품에서 간신히 눈을 뜬 소린은 완전히 지저분해진 모습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

 

완전히 일망타진해버린 크루세이더들과 프리스트. 그리고 자신의 언니이자 성녀인 마가레타도 쓰러진 상태로 미동조차 없었다.

 

"세이렌... 세이렌... 세이렌! 세이렌!!"

 

세이렌 조차 아무 미동도 없었고, 이곳에서는 오직 소린만이 살아남아 있었다.

 

"이 와중에도 살아 있다니."

 

수많은 다크로드들. 소린은 그저 주저 앉은 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둘러싼 다크로드들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손으로 소린의 머리를 잡은 다크로드는 천천히 소린을 들어 올렸다.

 

"꺄아아아아악!"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무슨 특별한 힘이 있는 녀석인가? 응? 내 공격을 맞고 살아남다니말야. 손에 조금만 힘주면 머리가 터질것 같은데 말야. 신기해. 아주 신기해."

"모두를... 살려내!"

 

머리가 깨질것 같지만 소린은 울부짖는 듯한 큰 소리로 다크로드에게 외쳤다.

 

"어째서지?"

"네가 모두를 죽였잖아! 당장 살려내! 당장 살려내라구!!"

"푸하하하하. 내가 살려내면 모두 좀비가 될텐데. 상관없나? 네가 진정 바라는 길이야?"

 

다크로드는 소린을 비웃었다. 강자의 여유였다. 소린이 무슨수를 쓰든 자신에게 그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할거란 걸 알기 때문에 여유를 부리는 다크로드였다. 다크로드는 소린을 들고 이리저리 바라보다 별다른 특이점을 못찾겠는지 그냥 자신의 발 밑에 죽어있는 기사에게 툭 던졌다.

 

"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소린은 온 몸의 뼈가 바스러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단지 툭 던졌을 뿐인데도 이런 피해였다. 세이렌 옆에 떨어진 소린은 너무나도 편안하게 눈을 감은 세이렌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거기서!"

 

세이렌의 대검을 든 소린은 몸이 휘청거렸다. 팔이 바들바들 떨리는게 자신이 들수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세이렌을... 모두를... 살려내란 말야..."

 

자신을 무시하고 갈길을 가는 다크로드의 뒷 모습을 보며 소린은 무너져 내렸다. 모든 것이 이대로 끝이나버리고 말았다. 차라리 죽는게 나을정도로 수치스러웠고, 세이렌을 이렇게 보내는 것은 절대로 싫었다. 갈길을 가는 다크로드에게 갑자기 렌달로렌스가 뛰어들어 전투가 벌어졌지만, 소린의 눈에는 그런 일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친언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주변에 쓰러져 죽어 있었다. 저 멀리서 다크로드와 싸우는 렌달 로렌스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모두를 살리고 싶었다.

 

"아무도 구원하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프리스트가 되겠어. 미안해 세이렌. 죄송해요. 밤프사제님. 언니... 미안해... 다들 미안해.."

 

소린은 그대로 절하듯이 엎드려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런 소린의 머릿속에는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가능할지 아닐지 자신도 의구심이 드는 기술.

 

소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을 모으고 다시 정중히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했다.

 

"저는 죽어도 좋아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여기있는 모두를 구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릴께요."

 

소린은 자리에 경건하게 앉아 마력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는 아직 마가레타 성녀도 사용하지 못하는 기술명이 외쳐졌다.

 

"레뎀프티오!"

 

그리고 글래스트헤임수도원에서는 말도 안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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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올렸습니다.

댓글 쪽지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

재촉해주셨는데도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ㅠ

라그나로크가 너무 재미있어서 ㅎ이것저것 하다보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해해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