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만사 모든 것이 불만이던 학창시절에, 유독 더 짜증났던 것 중에 하나가 의자였다. 도무지 체형에 대한 고려가 없어 움직이기도 불편하고 딱딱해서 집중력까지 날려버리는 최악의 물건. 성장기의 학생들을 학교에 붙잡아 두면서 저런 몰염치한 의자에 앉혀놓는 것은 국가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범죄에 가깝지 않을까.

모니터 앞에 한번 앉으면 서너시간은 기본인 게이머들도 의자가 중요하다. 의자가 불편하면 자꾸 자세를 바꾸기 때문에 게임의 몰입과 흐름이 끊기게 되는데, 집에서야 의자가 약간 불편해도 참지만 PC방은 다르다. 게이머들을 오래 붙잡아 둘수록 이익인 PC방에서 좋은 의자에 상당한 투자를 한다는 점만 봐도 쾌적한 게임 환경에 의자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원들 대다수가 앉아서 근무하고 트렌드에도 밝은 IT 업계는 의자의 중요성을 다른 업계들보다 빨리 받아들였다. 특히 3N으로 불리는 모 게임사는 쾌적한 업무 환경을 위해 백만원을 훌쩍 넘는 해외의 명품 H 브랜드 의자를 전 직원에게 제공했던 일화가 있을 정도로 신경을 쓴다.

게이머에게는 어떤 의자가 좋을까? 당연히 비싸면 좋다. 그러나 백만원을 훌쩍 넘는 고급 의자를 지를 총알이 있다면, 컴퓨터나 게임을 향해 먼저 쏘는 것이 게이머의 본분. 당연히 지갑 사정과 욕망의 사이에서 타협할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는 뜻이다.

의자를 생산하는 가구 브랜드는 굉장히 많다. 그런데 게임에 쓸만한 의자를 검색하다보면 유명한 가구 브랜드 사이에서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하나 보인다. 한국 가구 브랜드 평판 5위, 제닉스. 까사미아와 일룸 등 내로라하는 가구 브랜드를 제치고 떡 하니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뜬금없지만 게이머라면 선듯 떠올릴 수 있는 바로 그 게이밍기어, "제닉스"가 맞다.

▲ 한국 기업 평판 연구소 - 2017년 7월 가구 브랜드 빅데이터 분석 발표


▲ 제닉스가 왜 거기서 나와? (출처: MBC 무한도전)



키보드와 마우스 등 게이밍 기어로 유명한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국의 모든 가구 브랜드를 통틀어 5위다. 별다른 신제품 소식도 없는데 갑자기 제닉스를 찾아가게 된 이유. 침대는 과학이라던 A 브랜드보다 평판 순위가 높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이거 실화맞나? (한국 기업 평판 연구소 발표, 2017년 7월 빅데이터 기준)

"단순히 매출로 비교한 결과는 아니고 소비자 평판과 브랜드 인지도, SNS 활동 등을 더한 빅데이터 순위라고 들었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라 제닉스에서도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다. 게임과 e 스포츠의 인지도, 그리고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활동이 활발한 게이머 분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감사할 따름이다.

게이밍 의자라는 카테고리로 한정하면 초기부터 지금까지 제닉스가 네이버 검색어 1위와 2위를 오가고 있다. 또 다나와나 에누리 등 게이머들이 자주 방문하는 쇼핑몰에서 히트 브랜드로 꾸준히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게이밍 의자는 제닉스에서 본격적인 시장을 열었다. 10여년 전 게이머를 위한 의자라는 콘셉트로 일부 타사 제품들이 등장했었지만, 당시에는 게이밍 의자가 어떤 제품인지 정체성도 부족했고 게이머와 접점도 없었기 때문에 금방 사그라들었다.


▲ PC방, 그리고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좋은 의자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다.


제닉스는 의자에도 게이밍 기어를 수년간 운영해온 경험을 녹여냈고, 한국에서 게이밍 의자라는 단어가 정착된 과정에는 제닉스의 몫이 적지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게이밍 의자라는 말 자체를 찾기 힘들었고, 오히려 PC방 의자라는 검색어가 더 흔했다.

"처음에는 게이머를 위한 의자라는 개념도 희박했고 게이밍 의자라는 검색어조차 없었다. 제닉스에서 게이밍 의자라는 이름으로 관련 제품을 내놓고 2년 넘게 꾸준히 운영을 해왔는데, 이제 고객 분들이 '게이밍 의자가 이런거구나' 라고 인지하는 단계라고 본다. 최근 출시해서 매진된 게이밍 데스크 역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의자와 책상을 판매하니 게이머가 아닌 분들은 제닉스를 아예 가구 회사로 오해하시기도 하고... (웃음)"

개인적으로 게이밍이라는 단어를 제품에 붙이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점과 특색이 없는 제품에 게이밍을 붙여봐야, 오히려 게이머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RPG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역할극'이라는 본래의 의미가 퇴색된 것처럼.

그래서 예전에 처음 게이밍 의자라는 단어를 봤을 때는 '참 별 게 다 게이밍이네' 라는 말이 무심코 튀어나왔었다. 지갑을 여는 소비자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만약 쉽게 생각했다면 게이밍 의자라는 카테고리는 알려지기도 전에 사그라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닉스가 추구하는 게이밍 의자는 어떤 개념의 의자일까?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 최적화되어 있고 게이머가 원하는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의자. 초기에는 디자인이 먼저 부각되었다. 아무래도 레이싱 버킷을 본 딴 화려한 외형이나 완전히 뒤로 누을 수 있는 180도 틸팅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오니까. 그런데 이런 디자인들도 알고 보면 날개나 곡면 부위가 체형을 고정해줘서 몸의 불편함을 최소화해주는 기능이 있다.

PC방을 통해 체험했거나 구매해서 써본 게이머 분들이 좋게 평가를 해 주시고 또 재구매를 하면서 제닉스 게이밍 의자만의 특징과 장점이 알려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장시간 앉아도 편하다는 장점때문에 학원가로 유명한 대치동에서는 학업에 도움을 주는 의자로 알려져 있다. 의외로 학부모님들이 학생들의 허리 건강 때문에 구매하시는 경우가 꽤 많다."





▲ 다나와 등 쇼핑몰에서도 꾸준히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의자에 대한 투자가 인색한 편이다. 현대인은 누워 있는 시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은데 침대와 달리 의자는 10만원만 넘어가도 비싸다는 소리를 듣는다. 눕고 싶은 휴식의 공간인 침대와 벗어나고 싶은 업무가 중심인 의자의 차이일까? 별다른 고민없이 책상과 함께 세트로 평범한 의자를 구매하는 경우도 흔하다.

제닉스의 게이밍 의자는 10만원대 후반부터 시작된다. 의자가 좋아도 여전히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다만 PC방 등을 통해 직접 게이밍 의자를 체험해본 소비자들은 구매 의사가 높다. 제닉스가 프리미엄 스토어 등 오프라인 체험 매장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다.

"좋은 부품을 사용하면 그만큼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은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이라 느낄 수 있도록, 좋은 의자의 효과와 성능을 알리는 과정과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제닉스가 수입해서 한국에서 판매중인 AK레이싱 제품의 경우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

게이밍 의자를 출시한지 2년 정도 되었는데 초기에는 제품에 신경을 쓰다보니 다른 경험이 부족해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최근에는 품질 못지않게 A/S 부분에서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1억의 생산물 배상 책임 보험도 들어놨다. 이런 노력들이 모두 게이머들에게 인정받는 브랜드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 저렴한 부품을 사용하면 생단 단가는 내려가기 마련이다. 실제로 그럴듯한 디자인의 제품이 안쪽은 부실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홍보와 마케팅을 뿌려도 품질이 부족하면 역효과만 발생한다. 제닉스도 결국 품질이 정답이라는 생각으로 부품에 꾸준히 신경을 써왔다고 한다.

"예전에 중국에서 의자가 폭발해서 다치거나 사망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하중을 견디는 중심봉이 문제가 된 것이다. 밑에 있어 잘 안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부품이다. 제닉스는 한국 가스 스프링(KGS)의 CLASS-4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유럽 TUV의 안전성 기준을 통과해서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성능의 부품이다.

그리고 외형은 비슷하더라도 저가 제품들은 뜯어보면 MDF 나무 합판이나 약한 재질의 프레임을 써서 단가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제닉스는 견고한 메탈 프레임에 틸팅도 최상급이라서 내구성 역시 신경을 쓰고 있다. PU나 PVC 역시 좋은 품질로 선별 도입했고, 이번에 출시한 게이밍 데스크는 친환경 자재 인증에서 E0 등급을 받았다. 동급에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질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 해외의 안전 테스트를 통과한 고성능의 부품으로 내구성을 높였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게이머는 아니지만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직업에서 제닉스 게이밍 의자의 평판이 좋다. 바로 개인 방송을 하는 BJ들. 길게는 8시간 넘도록 앉아 있는 직업이다보니 유독 BJ들 사이에서 제닉스 제품의 선호도가 높다. 그래서 BJ 의자를 검색하면 제닉스 제품이 제일 많이 나온다.

"개인 방송을 하는 BJ들 역시 오래 앉아 있어야 하니 제닉스의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다. 게이머들에게 프로게이머는 연예인 못지않은 선망의 대상인 것처럼, BJ분들도 팬층이 많다.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하는 장비가 관심을 받는 것처럼 BJ들이 쓰는 의자를 보고 검색하시거나 구매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길은 언제나 힘들다. 게이밍 의자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지만 가구 혹은 의자 전체로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제닉스는 앞으로도 전문 가구점 못지않은 품질의 의자라는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간혹 홍보에만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칭찬이든 채찍이든 소비자 분들께서 보내주시는 모든 의견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약간은 변명을 좀 하고 싶다. (웃음) 체형이 큰 분들에게 불편하다는 피드백을 받아 바닥의 날개를 개선하는 등 제닉스의 모든 제품들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인 개선과 변화를 거쳐온 결과물이다.

제닉스 내부에서도 꾸준히 소비자 의견들을 모니터링하면서 품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5위라는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게이밍 의자 그리고 게이밍 기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닉스라는 이름을 바로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