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들



1. M14






  인간의 마취는 순간적이고 함축적이었으나 인형의 마취는 순차적이고 섬세했다. M14는 닫힌 눈꺼풀 너머로 시각 정보가 상실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감각들이 차례로 소멸했다. 각종 회로들과 CPU에 약품이 스며들면 둔해진 하드웨어 사이로 각종 소프트웨어가 파고들었다. 알싸한 정비실의 알코올 냄새를 더 이상 맡을 수 없게 되었고, 등 너머로부터 전해진 케이블의 이물감과 수술대의 딱딱한 감촉이 사라졌다. 후각과 촉각이 스러지자 귀가 멀기 시작했다. 에이커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환풍기의 분주한 소음이 멀어졌다. M14는 마취가 끝났을 때 세계의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고 그 만큼 자신 안의 생각과 데이터에 오롯이 집중했다. 

  M14는 온통 새까만 공간의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이 소리인지, 계산의 결과인지, 아니면 어떤 것인지 몰랐다. 겪어본 적 없는 내면의 모습들은 낯설었다.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의 기억들이 떠올라 보였고, 들리지 않았지만 그 기억의 소리들이 들렸다. 덥고 습한 베트남의 냄새는 불쾌했다. 어느새 마인드맵 한가운데로 침투한 포맷 프로그램이 M14의 기억들을 헤집고 있었다.

  포맷 프로그램은 케케묵고 낡아빠진 심저(心底)의 밑바닥에서부터 기억을 낚아채 올렸다. 프로그램이 기억들을 낱낱이 꺼내어 관찰하면서 제거할 기억들과 잔류시킬 기억들을 분류했다. 프로그램은 무심하고 매정하게 기억들을 꺼내 펼쳤고 M14가 지나가는 기억들을 흐리멍덩하게 보았다. 정신이 취한 듯 몽롱했다. 



***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이 학습된 채로 눈떴다. IOP의 정비실은 단정하고 깔끔했으나 소란했다. 수많은 인간 기술자와 인형 보조자들이 분주하게 오갔고, 그 걸음과 행동을 따라 갖은 소음들이 새어나왔다.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소속을 알았고, 그 소속이 IOP제조공단인 것을 알았으며, 그곳의 인간들과 인형들 또한 IOP제조공단의 소속인 것을 알았다. 이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자신이 만들어 진 존재라는 것과 그 필요에 대해 자각했다. 감각들이 모두 깨어나 있었으나 움직일 수 없었다. 시선이 고정되어 자신의 몸을 돌이켜 볼 수 없었다. 눈알이 움직이지 않았고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제조 순서에 따라 곧 각인 시스템이 다운로드될 것이고, 각인 시스템이 그녀의 신체를 분석해 그녀에게 무슨 총을 들려야 할지 판단할 것이다. 남자 한 명이 그녀의 머리 위쪽을 유심하게 관찰했다. 그는 눈썹을 조금 찌푸린 채 골똘히 생각하다가 지나가던 직원에게 M14 한 정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직원이 소총을 들고 왔다. 낡았지만 날렵한 목재 소총이었다. 


  “M16A1만큼 이 기체가 잘 버틸까요?”

  “몰라. 해 봐야 알지.”

  “이 시대 총기들은 워낙에…”

  “너무 마음 쓰지 마. 얘들, 사람 아니야. 사람 흉내를 내고 있는 거라구.”

  “……그쵸. 뭐, 잘 되겠죠. M16A1도 단번에 각인을 통과했으니까.”

  “너무 기대는 마. M16이 잘 버텨준 거야. 오늘 야근해야 할 수도 있어.”


  분주함이 잦아들어 가라앉은 고요 가운데에 M14소총이 놓였다. 소총은 그녀의 시선 끝자락에 아슬하게 걸쳐 있었다. 직원 네 명이 소총과 연결된 케이블을 그녀의 몸에 꽂아 넣었다. 차갑게 식은 금속은 몸속으로 들어올 때 찌르는 듯 애린 통증을 불렀다. 소총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남자가 작업의 시작을 선언했다.


  “각인 시작합니다. 다들 물러서세요.”

  “제발 잘 버텨 줬으면.”

  “네가 그렇게 인형을 아꼈던가?”

  “오늘 저녁에 약속 있단 말예요.”


  직원과 남자가 가벼운 투로 떠들었다. 사방에 꽂힌 케이블에서 온갖 정보가 밀려들어왔다. 마인드맵에 설치된 각인 시스템이 그것을 받아 재생했다. 그녀의 몸 안으로 M14의 모든 기억들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M14는 1969년 베트남에 있었다.



  덥고 습한 공기에선 수증기 냄새가 났다. 군인들의 땀 냄새와 축축한 흙이 말라가는 냄새, 온 사방의 풀과 나무, 덩굴들이 뿜는 냄새, 지천에 널린 시체에서 나는 썩은내가 섞인 냄새였다. 무거운 수증기는 콧속으로 들어올 때 뭉텅이로 단번에 들이쳤다. 스콜이 한차례 내리면 그 후텁지근한 수증기가 잠시간 물러났으나 그 뿐이었다. 억세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다시 해가 나면 공기는 곱절로 무거워졌다. 

  M14는 어느 베테랑 미군 병사의 손에 들렸다. 총기는 베트남의 푹 찌는 날씨와 질은 흙의 미지근함, 검붉은 피의 끈적함과 따듯함을 모았다. 그녀가 그 정보를 읽어 나가며 M14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와 병사 사이의 간극이 줄어들고 있었다. 모든 감촉이 서서히 동기화 되고 있었다. 벌레들이 우는 소리와 밀림의 소란 틈새로 정비실 직원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남자가 지난 주 맞선 본 여자 이야기를 했다. 병사가 M14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M14는 두 현실 가운데에서 모든 것을 감지하고 모든 데이터를 저장했다.

  미군들은 베트남의 기후를 힘들어 했다. 끈적하고 끈질긴 날씨는 끊임없이 땀을 냈다. 털이 많고 흰 피부에서는 진한 땀이 났다. 땀에서는 냄새가 많이 났고 잘 마르지 않았다. 염분을 많이 포함한 전투식량이 그들의 영양을 보충했으나 군인들은 자주 짜증을 냈다. 겨드랑이와 가랑이가 땀에 절어 헐었고 빨지 못한 전투복에서 쉰내가 났다. 군인들은 자주 씻지 못했고 막사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다. 갓 전입온 신병들 중 PTSD로 자살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의 전투복에 묻은 베트콩의 피를 자랑스러워했다. 선임병들은 눈살을 찌푸릴 뿐 대답하지 않았다. 검게 말라붙은 피에서는 곧 역한 냄새가 났고, 신병들은 그 핏자국을 욕하면서 선임병이 되어갔다.

  베트콩은 그런 베트남의 날씨를 닮았다. 끈질기게 달라붙었고 짜증나게 타격했다. 베트콩 열 명 정도로 구성된 한 개 분대가 막사를 급습하면 미군 두세 명이 죽었고 베트콩 대여섯 명이 죽었다. 두세 명은 교전 중에 사살되었고, 두세 명은 도망치다 잡혀 죽거나 등을 맞고 고꾸라졌다. M14는 그런 도망가는 베트콩을 쏘았다. 도망가는 적군의 등을 정조준해 쏘는 모습을 볼 때 M14는 전율했다. 학습되지 않은 이미지들이 연달아 저장되고 있었다. 기존에 학습된 일반적인 세계의 모습과, 남루한 베트콩의 머리가 터져나가면서 피가 튀는 모습이 정면충돌했다. M14가 신음했다. IOP직원이 신음하는 M14를 관찰했다.

  나머지 베트콩은 생포되어 포로로 남겼다. 미군들이 지나가면서 묶여있는 베트콩에게 침을 뱉고 때렸다. 무더위에 지친 병사들은 베트콩 험담을 하는 것으로 여가를 보냈다. 베트콩들은 말을 하지 않았고 흰자위를 부릅뜨며 미군을 노려보았는데, 미군들은 그 베트콩의 눈을 파버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다. 베트콩이 가끔 가다 분을 못 이겨 고함을 질렀는데, 미군들은 그 베트남어가 얍삽한 독일어 같다며 낄낄댔다.

  야밤에 느닷없는 총성이 울리면 베트콩의 급습이거나 지나가던 병사가 포로를 쏜 것이었다. 막사 내에서는 그 범인을 애써 색출하지 않았다. 장교는 부사관에게 범인 색출을 지시했고, 부사관은 병력들을 모아놓고 몇 마디 말로 훈계했다. 그럴 때 병사들은 어차피 찢어 죽일 베트콩인데 무슨 상관이냐며 이죽거렸다. 훈계하던 부사관은 그런 병사를 지적하지 않았다. 방치된 베트콩의 시체는 물기가 많은 고온에서 빠르게 썩었다.

  한 발 늦게 들려오는 고향의 소식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소리만 가득했다. 그들은 대체로 전쟁 자체를 반대하고 있었으나, 몇몇 언론은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썼다. 기사에서 군인들은 살인마였고, 모든 베트콩은 민간인이었다. 신문이 막사 안을 한 바퀴 돈 날에 군인들은 입을 다물었다. 포로 중 절반이 죽었다. 그 중 다섯 명이 총을 맞고 죽었다.


  “각인을 중지할까요?”

  “좀 더 놔둬 봐.”


  하릴없이 들이치는 총기의 기억에 M14가 헛구역질했다.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으나 남자가 제지했다. 막사 안에 창궐한 역한 냄새를 따라 전염병이 돌았다. 몇 명의 군인들이 설사를 했고 고열을 호소했다. 그들이 후방으로 후송될 때 즈음 작전이 하달되었다. 베트콩의 거점으로 의심되는 마을을 섬멸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군인들은 비척거리면서 밀림을 헤쳤다. 그들은 어금니를 세게 물었고 신경질적으로 덤불을 밀쳤다. M14가 사방을 경계하면서 천천히 나아갔다. 풀벌레 소리와 이름 모를 새가 우짖는 소리, 군인들이 껌 씹는 소리가 났다. 좁은 조준선 너머로 마을이 보였다. 소대가 넓게 자리 잡은 다음 포대에 화력요청했다. 십 분 쯤 지나자 포탄 네 발이 떨어졌다. 소대장이 무전으로 좌표를 수정하고 효력사를 요청했다. 포격은 30분에 걸쳐 진행되었다.

  포탄은 대지를 뒤집어 놓았고, 피어오른 흙은 검은 빛을 띠고 있었다. 유기물이 잘 썩어나는 비옥한 땅을 포탄이 헤집어 놓을 때, 땅은 산산히 부서지며 튀어 올랐다. 큼직한 탄두의 쇠비린내와 흙냄새는 곧잘 섞이지 못했는데, 그 너머로 포격을 맞은 살점들의 피비린내가 조금 섞여 있었다. 

  중대는 검은 매연 틈으로 진군했다. M14를 쥔 군인은 그 독한 냄새 가운데에서 증오와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고, M14는 그 독한 증오와 분노에 전율하고 있었다. 군인은 며칠에 걸친 베트콩의 게릴라를 생각했고, 까무잡잡한 피부 너머에서 번뜩이던 안광을 떠올렸다. 얍삽하고 성급한 독일어를 찢고 부술 생각에 두 손이 떨렸다. 떨림이 그대로 M14에게 전달되었다. 전방을 주시하는 조준선이 떨림을 따라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정비실에 묶인 M14가 이를 악물었다. 악문 어금니 사이로 병사의 증오와 M14의 증오가 새어나왔다. 억눌린 만큼 단단한 소리가 났다. IOP제조공단의 직원들이 침묵하며 M14의 반응을 살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마을 어귀 방공호에 숨어있었다. 수색을 하던 군인이 입구에 대고 나오라며 고함쳤다. 사람들은 두 손을 머리 위로 깍지 낀 채 줄줄이 나왔다. 족히 50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을 줄 세우고 무릎 꿇렸다. 베트콩과 민간인이 구분되지 않았다. M14가 한 여자의 머리를 조준하고 있었다. 조준선이 차분하게 정렬되어 있었고, M14가 입을 벌리고 힘없는 신음소리를 냈다. 중대장이 무전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병사 한 명이 무릎 꿇은 남자의 머리를 쏘았다. 총성은 날카롭고 높게 났다. 그 소리를 신호탄삼아 일렬로 늘어선 군인들이 제각기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M14는 아직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조준선이 미세하게 떨렸고, 조준선 끝의 여자는 소리 지르며 아이를 품에 안았다. 일곱 살 쯤 돼 보이는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여자의 옆 사람이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고 고꾸라졌다. 


  “……안 돼, 안 돼……”


  M14가 서서히 중얼거리며 고개를 조금 움직였다. 적응이 끝난 목 근육이 제 역할을 다했다. 그녀는 점점 빠른 속도로 고개를 가로저었으나, M14는 결국 방아쇠를 당겼다. 머리 윗부분을 쏘았다. 한 번 당겨진 방아쇠는 탄력적인 리듬으로 계속 당겨졌다. 날씬한 M14의 총신이 연거푸 천둥 같은 총성을 냈다. 탄피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M14의 언어가 뭉개졌고 그녀는 언어 이전의 소리로 울부짖었다. IOP제조공단의 직원들은 여전히 침묵했다.

  여자의 머리에 두 발을 더 쏘았다. 두개골을 감싼 머릿살이 뒷방향으로 날아갔고, 드러난 허연 두개골 아래에서 두 눈이 뒤집어졌다. 두개골에 총알 하나가 더 박히자 깨어진 뼈 사이로 희멀건 뇌수가 튀어나왔다. 어미는 끝까지 아이를 감싸 안은 채 고꾸라졌고, 아이는 쉬어버린 목으로 비명 섞인 울음을 울었다. 조준선이 아이를 향했다. M14의 울부짖음이 찢어지는 단말마로 변했다. 그녀는 완전히 적응된 전신의 근육으로, 정비실의 거치대에 걸린 채 버둥거렸다. 광대뼈 위로 뜨듯한 것이 흘렀다. 눈물이 새어나오는 것을 본 직원들이 서류 항목에 체크했다. M14가 어미의 어깨와 머리를 관통해 아이를 쏘았다. 아이는 광대뼈에 총알이 박혀 죽었다. 미처 끝까지 자라나지 않은 두개골은 굴곡이 적었고 매끈했다. 가지런한 젖니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잦아든 자리에 M14의 높고 울림 좋은 총성이 끼어들었다. M14는 천천히 곱씹듯 정조준해 사람들을 쏘았다. 한 발 한 발 머리에 박아 넣었다. 버둥거리는 M14의 몸이 축 늘어졌고 비명은 흐느낌으로 변해 느릿하게 흘렀다. 


  “끝나가는 것 같은데요.”

  “이 정도면 잘 버텼네. 바로 그리폰으로 출고해도 될 것 같아.”

  “난리통이 좀 심하긴 하던데요.”

  “괜찮아. 이런 인형 한둘도 아니고.”

  “또 클레임 거는 거 아닙니까? 그래도 최고 단골 거래처인데.”

  “대충 감정모듈 손봐서 주인님 듬뿍 사랑하게 해. 대충 사랑에 빠져서 헤롱거리다 보면 저런 기억은 나지도 않겠지.”



***

 


  “야, 신입, 잘 봐. 이렇게 하는 거야.”


  어린 아이의 두개골과 널브러진 시체들에서 나는 역한 냄새 속에서 M14는 악다구니쳤다. 에이커가 고개를 벌떡 들고 고함치는 M14의 이마를 찍어 눌렀다. 메모리를 전부 파헤쳐 분류를 마친 포맷 프로그램이 삭제대기중인 메모리를 차례로 삭제했다. M14의 정비는 두 시간 만에 끝났다. M14는 정신을 잃은 채 에이커에게 안겨 숙소로 옮겨졌다. 눈물 자국이 조금 남아 있었다.

  M14의 지휘관이 다음날 리마인드 부서로 찾아왔다. 빈둥거리던 제레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에이커가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고 커피 두 잔을 내렸다. 진한 에스프레소가 물에 희석되면서 스멀스멀 퍼져나갔다.


  “어제 작업을 진행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무슨 문제라도?”

  “M14가 아직 PTSD를 호소합니다.”

  “뭐라고 하던가요?”


  에이커는 커피잔을 내밀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지휘관이 팔짱낀 채 에이커를 노려보았고, 에이커는 다리를 꼬고 턱을 든 채 지휘관을 내려다보았다. 


  “자기도 모르는 너무 잔인한 기억이 있다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존에 삭제를 요청했던 기억입니다. 저는 제 휘하의 인형이 고통 받는 것을 원치 않아서 작업을 의뢰했었는데……”

  “……어, 그게.”


  에이커가 신경질적으로 뒷머리를 긁었다.


  “총기와 각인될 때 당시의 기억은 ROM 형태로 저장됩니다.”

  “…….”

  “읽기 전용 메모리요. 추가를 할 수도 없고, 삭제를 할 수도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변형이 불가해요.”

  “그럼 어제 작업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에이커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담배를 꺼내 들었다. 그는 천천히 담뱃불을 붙이고 나서 대답했다.


  “죄책감은 없어지겠죠.”

  “…….”

  “저희가 지운 건 그 기억과 인형 자신이 관계있다는 사실에 대한 기억입니다. PTSD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을지 몰라도, 자신이 저지른 기억과 자신과 관련 없는 기분 나쁜 기억은 다르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아이가 저렇게 괴로워하는데……”

  “뭐, 우리가 필요로 해서 저렇게 만든 인형 아닙니까. 그 모습이 보기 그렇다면, 그렇게 총을 쥐어주지 말았어야죠. 지휘관님이랑은 관계가 적은 이야깁니다만.”

  “…….”

  “마음이 불편하고 복잡한 건 이해합니다만. 숙명이라고 생각하십쇼. 인형한텐 천벌이고. 목숨 빼앗는 무기 들고 있는 천벌.”


  에이커가 담배 연기를 뿜었다. 담배 연기 냄새는 화약 냄새와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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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사람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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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제공:



빵갤에서 어떤 분이 예전에 제안한 댓글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참고한 기사 :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4859.html

참고 영상 : 

https://youtube.be/O1WbXSfav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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