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은 조용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번달에 든 예산이 적지 않아서 사격훈련은 하지 않았고 그저

 방정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고 아이들에게 전투이외의 것을 가르치는등 평화로운 나날을 느끼게 해주었다.


"주인님. 오늘은 이 아이들에게 메이드로서의 일을 가르치겠습니다."


우리팀의 전속메이드인 g36은 피케(ppk)와 포티바(m45)에게 집안일을 가르치고 있었다. 우리팀 메이드씨

가 그 애들을 고른 이유는 비교적 메이드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저는 빵만드는것밖에 모르는데요.."


라고 포티바가 울상이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집안일은 할줄 알았다. 그리고 숙소청소와 차를 우리는 일은

 피케가 도맡았다. 그레타(G3)는 메이드소속은 아니지만 제빵에는 관심이 있어서 빵을 만들거나 식사를 차

리는 일을 주로 해서 전처럼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마샤(m3)와 팔라다(pp-2000)는

문서작성과 정리에 능해서 카리나와 함께 기지내에서 일하는 일이 많았고, 갓 합류한 벌써부터 브렌텐은 재

정관리에 나선다면서 마샤와 함께 일했다.


"지휘관은 맨날 차만 마시고.. 재미없어!"


바이킹은 어린애답게 나와 세대차이 난다면서 혼자서 놀고 있었다. 나강할매를 제외하면 비슷한 체형인 브

렌텐하고 놀고 싶었지만 브렌텐은 생긴것답지 않게 어른스러워서 만만한 스탠을 괴롭히면서 놀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난 해적이다! 빵야!"


"꺅! 쫄지마..! 아니 때리지마!"


바이킹은 언제 준비했는지 자신이 쓰던 권총을 bb탄 버전으로 하나 더 들어서 쏘고 있었다. 그래서 난 조용

히 바이킹에게 다가가 한손으로 bb탄 버전인 바이킹권총을 분해시켰다. 실제 총과 똑같은 구조라서 부품분

리는 쉬웠다.


"아앗! 내 분신이! 지휘관변태!"


바이킹은 옷이 멀쩡한데도 헐벗은 상태인양 온몸을 가리면서 사라졌다.. 대체 내가 뭘..


"라라라~!"


아이돌(fnp-9)양은 연예인을 목표로 한다며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있었다. 나름 활기차고 어려운 동작도 소

화하고 있지만 어딘가 많이 보던 동작에다가 안무는 좋다고 볼수없는 모습이었고 목소리음색은 좋지만 노래

리듬은 어긋난게 많았다. 목소리가 조금만 안 좋았다면 바로 음치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연예계는 잘 몰라서

 딱히 지적해줄것이 없어서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미키(mk23)와 수지(m1911)가 안보이네?"


"그애들은 아까 한참 싸우다가 잠들었다네."


나강할매는 둘이 다른 숙소소속이지만 제1 숙소에 같이 자게 했다.


"방금 이불을 덮어주고 왔지. 그렇게 몇시간동안이나 말싸움하는것을 보긴 처음이라네."


나강할매는 "그 애들 둘이 누가 먼저 날 덮,"라는 말로 왜 싸웠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려다 들어선 안될것 같아

서 입을 막아버렸다.


"스콜피온과 사라(stg44)는 잘 지내나?"


"처음엔 스콜피온이 다가가도 서먹했는데 우리 메이드아가씨가 다과회를 열어주니까 자주 가까이 있긴 한다네.

 터치는 여전히 안하지만,"


나강할매는 내 혼잣말에 기어코 답해주겠다며 내 손을 간신히 떼고 대답했다. 비록 다른생각을 하느라 힘이 풀

린 상태였지만 그래도 내 손을 옮기는 것을 보면 인형으로서의 힘은 있었나보다.


"장(mp40)하고 그리즐리도 안보이네? 성실해서 집안일같은것을 할줄 알았는데."


둘다 우직한 성격이어서 그런지 나름 잘 어울리는 애들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나강할매는 모든것을 알고 계

신다.


"장은 자네한테 배운것들을 가르쳐준다고 그리즐리를 인근 숲속에 데려갔네. 곰(그리즐리)답게 숲에 가다니,

재밌지 않은가?"


나강할매는 발키리(p38)가 아이돌양처럼 가수가 되겠다며 노래방에 갔다고 했고 베레타(38)는 자신처럼 인형

도 지휘를 할수있는 것을 보고 전술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기관단총이라서 상대적으로 화력이 약한데다 일

반여성에 가깝게 굼뜬 움직임때문에 전술지휘로 나가는것 같다.


"그러고보면 이제 다 얘기한것 같네..? 차나 마셔야겠다. 나강할매도 한잔 할텐가?"


나강할매는 끄덕이며 어느새 찻잔을 들고 왔다. 홍차옆에는 잼이 있어서 러시아식으로 타 마실수 있지만 그렇

게 마시면 어린애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해서인지 머뭇거리는것 같았다. 나도 차는 순수하게 차만 마시는 것을

지향했지만 나강할매때문에 내 홍차와 같이 잼을 넣어버렸다..


"지휘관, 이렇게도 마신적이 있구나? 자네가 이렇게 마시니 어쩔수없이 이리 마셔야겠군.."


나강할매는 어쩔수 없다면서도 막상 마시니까 맛난걸 먹는 어린애와 같은 표정이 되었다. 난 인상이 찡그러질

데로 찡그려야 했고..-참고로 난 단것을 싫어한다.


"차가 너무 진하게 우려서 어쩔수가 없었지."


도심지에서 차를 사고 이제서야 제대로 여유를 느끼며 마시니 모처럼의 평온을 얻은것 같았다. 하지만 곧 큰

전투에 애들 모두가 투입이 될것이다. 이번엔 참가가능한 지휘관들은 모두 나선다고 한다. 그때까지 최대한

평온을 즐겨야 했다.


"지휘관님! 쿠키 다 만들어졌어요!"


나는 차를 마실때 씹어먹는것이 필요치 않았지만 나강할매의 눈이 또롱또롱해져서 괜찮을것 같았다. 그레타

와 피케가 쿠키를 가져올 즈음, 왠지 누군가를 잊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

나 스펙터(스펙터m4)는 닌자로서의 목표를 이루기위해 인근의 야산에서 수행을 하고 있었다. 비록 분신인

기관단총을 두고 왔지만 산과 나무위를 움직이는 수행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비게이션까지 두고 오다니! 이래서야 내가 여기가 어딘지 다른 사람들이 날 찾을수 있는지도 모르잖아!"


괜한 닌자놀이.. 아니 닌자수행때문에 저녁도 못 먹고 산속을 헤메야만 했다. 나는 인형인데도 이렇게까지

길치였다니.. 내 마인드안에는 위치를 탐치하는 시스템같은것도 없단 말인가?!


"밤이 된데다 하늘엔 달도 없어서 방향이 어딘지도 알수없네.."


'턱,'


그때 누군가 내 등뒤에 손이 얹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닌자(?)로서 뒤를 잡히다니 수치로다!


"누구야?!"


난 얼른 뒤로 몸을 뺐지만 상대는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스펙터씨. 여기서 뭐하세요?"


지휘관이 장이라고 부르는 mp40이었다. 젠장! 다른것도 아니고 청멍하게 생긴 돌격소총같은 놈에게 뒤

를 잡혔다니!


"너, 너는 왜 여기 있는데?!"


그때 누가 또 뒤에서 어깨를 붙잡았다!


"우갹! 누구야?!"


또 뒤를 돌아보니 이번에 새로 들어온 우직한 느낌인 권총'그리즐리'였다.


"놀라게 해서 미안. 우린 여기서 수련중이라서."


"수,수련.."


두번이나 이런 둔한 놈들에게 뒤를 허용하다니! 닌자로서의 치욕이로다! 그래도 둘이나 만났으니 집엔

 돌아갈수 있을것 같았다. 그때 또 뒤에서 내 어깨를 잡는것이 느껴졌다. 이번엔 이 애들처럼 여자애특

유의 부드러운 손길이 아닌 거친 느낌의 손이었다! 설마 납치범인가?


"스펙터, 이제 생각났다. 스펙터.. 저녁이 되도록 잊고 있었다니.."


지휘관이었다! 지휘관님이라서 다행이었지만 이젠 인간에게도 뒤를 허용하다니.. 내 존재는 무엇이 되

냔 말이다!


"스펙터, 그리고 장과 그리즐리도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많이 늦었다."


하지만 다정한 지휘관의 말에 이젠 뭐가 어떻든 상관이 없어졌다. 무엇보다 이곳에 들어온후 없는 취급

을 받고 있었는데 내 이름까지 기억해 주다니!


"잊어먹고 있어서 미안하다. 스펙터, 내가 사람은 잘 기억하는데.."


"아닙니다! 아녜요!"


이렇게라도 기억하고 기억해주려는 사람은 처음이라서 내가 영광인걸요! 그렇게 우린 기지로 돌아갔고

 늦은 저녁을 먹으려고 했지만..


"지휘관님. 빵과 과자가 다 떨어졌어요.."


라면서 포티바가 말하자 내가 먹을 저녁이.. 아니 장과 그리즐리가 먹을 저녁식사가 사라지고 말았다.

지휘관도 저녁식사를 하다가 뒤늦게 내 생각이 나서 찾으러 나섰다고 한다.-참고로 지휘관의 남은 음식

은 지휘관의 침과 숨결이 묻었다는 이유로 미키와 수지라는 애들이 남긴없이 먹었다..


"어쩔수 없네."


그리즐리는 전투식량이라도 먹기 위해 장과 내 몫까지 가져다 주었다. 지휘관님은 왠지 우리들을 측은하

게 보더니 잘 먹고 자라면서 먼저 숙소로 가셨다.


"전투식량이 맛없다고 들었는데 먹을만 하네?"


그리즐리가 캔을 따며 먹을때 장이 대답했다.



"우리들이 인형이라서 먹을만 하다고 하네요."


나도 물론 인형이라 먹을만 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전투식량이 되게 맛없게 느껴졌다. 따뜻한 빵대신

 식은 통조림이라 따서 먹어야 하다니..


"스펙터씨. 갑자기 왜 우세요?"


"맛.. 있어서.."


그리즐리와 장은 내가 많이 배가 고팠나보다라며 자기들이 먹던것까지 주고 떠났다. 그러자 왠지 더욱 서

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