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말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서약이 끝난 뒤, 지휘관은 카리나에게 잠시 볼 일이 있다면서 먼저 떠났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며 여운에 잠겨 있다가 이내 현실로 돌아와서 돌아가는 M4A1.  얼핏 익숙한 형체들이 지나간 것 같지만 무시하자.

돌아온 M4A1을 바라보는 다른 인형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역시 M4A1이야."

"팀원들에 대한 지휘관의 호감도를 떨어뜨려서 지휘관을 쟁취했대."

"역시 지휘모듈이 있는 인형은 다르구나."

"좋겠다아......"

"신혼여행은 OO로 떠난대."

"4박 5일이래."

"신혼여행 끝나면 퇴역해서 둘이서만 살 거라고 하더라."

M4A1을 둘러싸고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 다른 인형들.  그녀들의 말에 M4A1의 몸이 네이팜탄보다도 붉게 달아오른다.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던 그녀가 다른 인형들에게 화를 내려는 찰나,

[펑- 퍼펑-]

[짝짝짝짝-]

"결혼 축하해, M4A1!!"

폭죽과 박수 소리에 멍해지는 M4A1.  그런 그녀의 앞에 나강이 다가온다.

"장난이 너무 심해서 미안했네, 큰 경사다 보니 다들 들뜬 모양이야.  자네가 이해해 주게."

"네에......"

배시시 웃던 M4A1이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인형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다들 제가 지휘관이랑 서약했다는 사실은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M4A1의 질문에 황급히 눈을 피하며 딴짓을 하는 다른 인형들.  그런 인형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M4A1이 흠칫한다,

"설마......"

그녀의 반응에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리즐리.

"어, 그게 말이야......  불침번을 서고 있는데 네가 지휘관실로 들어가는 걸 봤거든?  그래서 무슨 일인가 해서 살짝 엿들었는데 무슨 신음소리 같은게 들리더라.  그래서 '아, 그거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그 소리가 좀 컸는지 다른 불침번들이랑 자고 있던 애들까지 전부 지휘관실 앞에 모여서는......"

[퍼엉-]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머리 위에서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쓰러지는 M4A1.

"어, 뭐야?  지금 기절한 거야?"

"야, 이거 코어 과부하인 것 같아!!"

"의무관, 의무관 불러와!!"

10분 후 깨어난 M4A1에게 그리즐리가 분노의 전탄발사를 당해서 전치 4주가 나온 건 조용히 덮어두자.



<Chapter 2. 사랑은 공짜이지만 결혼은 공짜가 아니다.>

같은 시간, 카리나를 찾아온 지휘관.  그의 얼굴을 본 카리나가 의미 있는 웃음을 지으며 지휘관을 맞이한다.

"어머, 지휘관님.  혼수라도 장만하러 오신 건가요오오?"

"윽."

카리나의 말에 움찔하며 시선을 회피하는 지휘관.

"이런 말단 현장지휘관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기념품 같은 거라도 사 주는 게 좋겠다 싶어서 온 거죠."

"오호, 그렇다면 제대로 찾아오셨습니다-"

지휘관의 팔을 붙잡고 창고로 끌고 가는 카리나.

"역시 전통적인 신혼부부라면 이런 원앙 조각품 하나쯤은 있어야죠.  원앙이 백년해로 하는 동물인 건 아시죠?  아, 혹시 좀 더 가벼운 선물을 하고 싶으시다면 이런 캐주얼룩으로 커플티를 맞추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새신부에게 반짝이는 보석 하나 정도는 있어야겠죠?  이건 제가 어지간해서는 보여주지 않는 것들인데......"

잠시 후, 정신 나간 표정을 한 채 온갖 물건들을 끌어안고 나오는 지휘관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뒤편에서 카리나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속삭인다.

"또 오세요~"



<Chapter 3. 신뢰를 회복해야 해.>

한편 AR팀 생활관.  접근금지령이 떨어진 AR팀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궁리하고 있다.

"이것도 안 먹힐 것 같은데?"

"그럼 어떡하지?  이러다가 진짜 영원히 기회가 안 올수도 있어."

"하아아......"

한숨을 푹 쉬던 AR15가 문득 고개를 든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그녀와 머리를 맞대고 있던 M16A1과 M4 SOPMOD Ⅱ가 균형을 잃고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쿠당탕-]

"아야야야......"

"AR15,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갑자기 고개를 들면......"

투덜거리는 M16A1과 SOP2를 제지하는 AR15.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  다들 모여 봐."

AR15의 계획인즉 지휘관에게 호소해봤자 뭘 해도 안 될 것 같으니 M4A1을 통해 부탁해서 지휘관의 화를 풀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M4A1이 우리 말을 들어줄까?"

"요즘 M4A1이 우릴 보는 눈빛이 좀 무섭던데."

"그것도 방법이 있어."

선물공세, 그것이 AR15의 진정한 계획이었다.  그녀의 계획을 들은 AR팀원들은 자신들의 지갑을 전부 털어서 M4A1에게 선물을 보내고 그녀를 만날 때마자 치마를 붙잡고 눈물로 호소함으로써 간신히 그녀의 OK 사인을 받아낼 수 있었다.  M4A1의 표정이 누가 봐도 마지못해서 들어준다는 표정이었지만 뭐 어때.



<Chapter 4. 심기 불편한 헬리안투스 씨.>

저녁식사 시간, 드물게 직접 만든 요리로 식사중인 M4A1과 지휘관에게 전화가 온다.

"수신."

"G36C입니다.  지금 헬리안투스 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지휘관실로 모셔와."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헬리안투스가 들어온다.  그녀에게 경례하는 지휘관과 M4A1.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M4A1과 정식으로 서약했다고요."

"네, 뭐......"

헬리안투스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챘는지 말을 하면서도 헬리안투스의 눈을 피하는 지휘관.

"헬리안투스 님, 이번 서약은 제가 먼저 지휘관에게 요청한 것입니다.  지휘관은 단지......"

손을 들어 M4A1을 제지하는 헬리안투스.

"지휘관을 문책하려는 것이 아니야.  그리폰에 연애금지 규정 같은 건 없으니까.  그건 그렇고 지휘관."

"네."

"크루거 대표님께서 당신에게 6박 7일의 특별휴가를 주셨습니다.  무슨 의도인지 듣지 않아도 아시겠죠?"

무심결에 그 의도를 물어보려던 지휘관은 다음 순간 헬리안투스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비틀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고개만 끄덕인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 헬리안 씨.  식사 중이었는데 괜찮으시다면 같이......"

"신혼부부 사이게 끼어드는 악취미는 없습니다.  그럼 이만."

[달칵-]

밖으로 나와서는 휴게실로 향하는 헬리안.  마침 휴게실에는 아무도 없다.

[딸칵- 덜커덩-]

[치이익-]

자판기에서 탄산수 한 병을 뽑아든 뒤 조용히 의자에 앉는 헬리안.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숙이며 깊은 한숨을 쉰다.

"인형도 결혼을 하는데......"



<Chapter 5. 반지 두 개는 범죄, 그럼 반지 네 개는?>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둘에게 AR팀원들이 찾아온다.  일렬 횡대로 지휘관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세 인형들.

"저번의 '그 사건' 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우리 정말 반성 많이 했으니까 이제 봐 주면 안 될까...?"

"면목없습니다만 부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셋을 잠시 지켜보던 지휘관이 천천히 입을 연다.

"좋아, 특별히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주겠어."

세 인형은 지휘관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이걸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어가는 M16A1.

"용서받자 마자 바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염치없습니다만......"

"??"

"저희 AR팀은 같은 날 그리폰으로 배속받았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언제나 4명이 함께였습니다.  이번에 M4A1이 서약을 하게 되어 지휘관과 함께 살게 되고 부관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녀는 AR팀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야, 서론이 너무 길잖아.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지휘관이 말을 끊자 잠시 망설이더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지휘관에게 건네는 M16A1.  그 물건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복잡해지는 M4A1과 지휘관.

"잠깐, 너 지금......"

"M16A1, 당신 설마?"

"저와도 서약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휘관."

"......"

예상치 못한 상황에 벙 찌는 지휘관.

"야, 너 말이야.  반지 두개는 범죄라고,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지?"

"...이러려고 그렇게 선물을 보내 가면서 제게 부탁한 건가요...?"

"훗."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하는 둘을 보고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내밷는 M16A1.

"그렇게 말씀하실 둘 알고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AR15와 SOP2가 씨익 웃으며 주머니 속에서 비슷한 반지를 꺼낸다.

"그럼 두 개만 아니면 되는 거지?"

"이걸로 반지가 네 개가 되었으니 아무 문제 없습니다."

[휘청-]

"정신 차리세요 지휘관 아니, 당신!!"

비틀거리는 지휘관을 부축해주는 M4A1.  다음 순간 그녀들과 눈이 마주친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풉-"

M4A1이 피식 하고 웃는다.

"아 정말, 다들 그대로네요.  좋아요, 이번에는 내가 졌어요.  허락할게요."

"야, 너까지 왜 그러냐......"

M4A1의 말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지휘관.  그녀들을 둘러보고는 양손을 들어 항복하는 시늉을 한다.

"정말이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렇게 말하는 지휘관의 표정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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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저녁에 망상 폭발해서 끄적인 단편이 졸지에 3부작이 되어버렸네요.

소전 공식 스토리라인이나 팬픽같은 걸 보면 대부분 어두운 내용들인 것 같아서 읽고 나면 조금 우울했는데 가끔은 이런 하렘 수라장 스토리도 괜찮겠죠...?

저에게는 모든 AR팀 멤버들이 최애캐라서 보답은 못 받고 마음고생 몸고생 하는 게 항상 안타까웠는데 이 팬픽에서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