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명량 나왔을때 다들 보러간다고 하는데 왠지 극장에 그걸 보러가는건 낭비라고 생각해서 안갔지. 지금 생각하면 탁월한 선택.

나중에 tv에서 나오는걸 보게 됐는데 아이돌 배우의 엄청난 발연기와 거기서 오는 오글거림의 압박과 이해할 수 없는 연출과 밀려오는 국뽕 때문에 채널을 돌리고 싶었으나 채널 선택권이 없었던 관계로 결국 끝까지 보고 말았다.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어.




그리고 얼마전에 마스터 앤드 커맨더를 보게 됐는데, 아주 만족스러웠지.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국 해군의 모습을 그린 소설인 오브리-머투린 시리즈를 영화화한것인데, 요즘 오브리-머투린이나 혼블로워, 샤프 시리즈 같은 나폴레옹 시대 소설에 관심이 있었지만 원서의 압박 때문에 번역된 짜투리나 찔끔 보던 와중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일단 러셀 크로 주연이고, 프랑스 함선을 나포하라는 명령을 받은 HMS 서프라이즈의 함장 잭 오브리의 모험을 그리고 있어.

액션 영화라기 보다는 다큐에 가깝기도 하고, 고증도 여러면에서 디테일하고, 영상미와 음악이 뛰어나다. HMS 서프라이즈가 갈라파고스에 도착하여 그곳의 동식물을 관찰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NGC 다큐를 보는듯한 느낌이었고, 오브리가 때때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나오는 클래식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지.

다만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함포로 빵빵 때려부수며 커틀라스와 나팔총을 들고 적선의 갑판으로 뛰어드는 캐러비안 해적같은 액션영화를 원한다면 이 영화는 무척 지루할것이다.

잠수함 액션을 원했다가 특전유보트를 보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