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인사가 투쟁위원장이 되고, ㅇㅅㅇ을 데려다가 언론 플레이를 하는 꼴을 보면서, 저걸 그냥 두다니, 다른 의사들도 다 똑같다며 혀를 차는 이들이 많다.

그들의 투쟁방식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냥 두는 것 말고 의협을 바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말로만 반대한다면서 무관심한 것은 동조나 다름없단 소리를 듣더라도 할 수 없다. 다수의 의사가 의협이 개짓해도 그걸 바꾸는 것에 소극적인 데는 이유가 있다.

기업의 노조에는 노조 전임자가 있다. 이들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정시간 내에서 정규근로가 면제된다.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를 위해 회사에서 임금을 지불하고 근로를 면제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취지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것이지. 조합원들 관리도 해야하고, 사용자를 대표하는 이들과 협상도 해야되고, 다른 노조랑 접촉도 해야하고, 할일이 많은데 이걸 정규근로 다 하면서 (아니면 무급으로) 한다는 건 가능하지 않으니까.

만약 전임자에 대한 근로 면제나 임금 지급이 강제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전임자를 안 하려 할테고, 껍데기 노조가 되거나 사용자에 충성하는 어용 노조가 되겠지.

의협은 어떠한가? 일단 의협한다고 나라에서 주는 것은 없다. 물론 회비로 월급 마련해서 주니 봉급은 받지만, 의협 상근직이 되면 자기 일 정리하고 오직 의협 일만 해야하는데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구조적으로 의협이 의사 권익을 위해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노조의 집단 파업은 욕을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있지만 일단 합법이고 투쟁을 통해서 자기들 권익이 향상됨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건전하고 힘있는 노조를 만들기 위해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는다.

반면 의료인의 집단 휴업은 당연히 욕을 먹고, 법적으로 불법이다. 응급실같은 필수적인 곳은 자체적으로 자체적으로 휴업에서 제외해왔지만, 진료 공백 초래하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돌팔매를 맞았다. 현 지도부보다 훨씬 교양있는 사람들이 지도부로 있을 때도 그랬다.

의협이 건강해진다고 해서 권익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의사들이 의협에 관심을 가질 수 없고 의협이 건강해질 수가 없다. 물론 뜻이 있어서, 의협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소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