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고대 중동에 흥미로운 두개 종족이 있는데, 힉소스와 페니키아 아닐까 싶다.

힉소스는 지금의 중동, 혹은 아시아 방면에서 이집트로 들어온 사람들로 이집트인들은 이들을 이민족 지배자라고 불렀고 실제 이집트 남부를 100년간 통치했고 중왕조 아흐모스 파라오에 의해 완전히 축출되었는데 아직도 이 힉소스에 대한것은 설만 가득할 뿐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페니키아는 처음엔 이집트의 속주로 역사에 등장하는데, 지금의 레바논 지역, 넓게는 이스라엘 북부까지에 존재했던 해양세력으로 이들은 주로 상업이나 무역에 종사하였고, 지금 알파펫의 기원이 된 표음문자를 사용한 최초의 민족이기도 하다.

이들 페니키아는 처음엔 이집트 속주였으나 이집트가 약해지자 독립적으로 활동에 나서 지중해 전역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림에 보듯, 이들은 마치 고대 그리스가 했던것 같은 방식의 식민지 건설. 즉 페니키아인들은 영토에도 관심이 없고 주요 거점, 특히 항구 위주로 식민도시를 건설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무역과 상업을 통해 이익을 얻는 철저한 상업민족이었다. 마치 장보고가 서해와 남해안 한중일간 동북아 무역루트를 장악해 이익을 챙긴것처럼 페니키아인은 지중해의 중요 무역거점을 확보해 상업과 무역으로 이익을 확대한 민족이었던것.

페니키아인들은 농업이나 영토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들은 농업이야 노예들에게 시키면 되고 필요하면 돈 주고 사면 된다고 생각한 애들이었고 심지어는 군인조차 용병을 돈 주고 사서 부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애들이었지.

이 페니키아 인들이 장악한 중요 식민지가 카르타고, 그리고 스페인 남부였는데 지중해 무역의 핵심 거점으로 본국인 레바논 지역이 아시리아인에게 점령당한 후엔 카르타고가 페니키아인의 중심지가 됩니다.

다만 페니키아가 시칠리 북부의 고대 그리스 식민지 메시나를 점령하자 로마가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로마는 애초엔 농업국가로 바다나 무역루트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베리아 반도 통일 후 페니키아의 시칠리 진출을 막고 지중해 해양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페니키아와 전쟁을 시작하는데 이게 그 유명한 포에니 전쟁 입니다.(1~3차 120년간에 걸친 한니발과 스키피오 가문의 대를 이은 전쟁) 

1차 포에니 전쟁은 시칠리아에서 로마가 대승을 거둔 후 본거점인 카르타고까지 쳐 들어 갔으나 카르타고에서 로마군이 패하면서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어진 전투에서 로마는 시칠리아 섬을 확보하고 페니키아는 패배에 따른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10년간 지불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패배한게 한니발 아버지 입니다. (근데 워낙 돈이 많은 상업민족 페니키아는 불과 5년만에 전쟁 배상금을 다 갚아 버립니다. 그것도 주민에 대한 증세 같은거 하나도 안하고;;)

2차 포에니 전쟁은 한니발 가문의 복수전인데, 카르타고 원로원에게 스페인남부의 전권을 위임받은 한니발은 힘을 키운 후 바다가 아닌 프랑스 남부를 거쳐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진격하는 전격적인 전술을 사용 합니다. 이때 한니발을 막으라고 보내진게 스키피오 아버지인데 한니발의 포위전술에 말려 전군이 전멸을 하다시피 하고 거기서 스키피오가 이끌던 부대만 살아남아 아버지 스키피오를 구해 도망치게 됩니다.

이에 한니발 참모 하나가 바로 로마로 진격하자고 했으나 이상하게 한니발은 로마로 진격하지 않고 15년동안이나 로마 주변을 돌면서 주변을 평정하기만 합니다. 전문가들 예상으론 이렇게 로마를 압박하고 자신들 힘을 보여주면 이태리 남부등 로마의 동맹이 와해되서 저절로 로마가 항복하리라 예상했던건데 한니발 생각과 달리 로마의 동맹이 거의 와해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때 로마는 아주 기발한 작전을 폅니다. 마치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직접 공격해 온 것처럼, 한니발을 그냥 놔두고 스키피오에게 바로 카르타고 본진을 공격하러 보내죠.(빈 본진털기) 이에 카르타고 본국에서 회군을 요구해 오자 한니발은 카르타고로 회군하고 카르타고에서 일전을 준비 합니다.

한니발은 15년간 로마 포위전으로 병력이 별로 남지 않아서 원정군인 로마군의 약점을 이용해 도시에서 성벽을 방어삼아 지연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려고 하지만 카르타고 원로원은 나가서 로마군을 섬멸하라고 요구 합니다. 마지못해 평원에서 로마의 대군과 맞서게 된 한니발은 자신의 특유의 전술, 포위 섬멸전을 구사하지만

스키피오는 자기 아버지가 한니발에게 당한 포위섬멸전에 대해 대응할 준비를 이미 해뒀던거죠. 한니발은 로마군을 쌈싸먹으며 포위하고 기마대로 후방마저 막아 버린 후 가운데 갇힌 적을 몰아가며 전멸시키는 작전인데 스키피오는 오히려 한니발군 보다 더 넓게 펼치는 작전으로 오히려 한니발을 포위해 버려 전멸 시켜 버립니다. 한니발은 간신히 목숨만 건져 지금의 그리스 북부 지역으로 도망가 은신합니다.

이 전쟁의 패전으로 카르타고는 1차보다 더 엄청난 전쟁 배상금을 50년에 걸쳐 물게 되지만, 역시 부자나라, 상업국가 카르타고는 불과 30년만에 모든 배상금을 다 갚아 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2차 포에니 전쟁 패배 후 카르타고는 로마의 허락이 없이는 전쟁을 할 수 없는 굴욕적인 조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카르타고의 용병 역할을 하던 옆나라 누미디아가 호시탐탐 카르타고를 침략해 오자 로마와의 협정을 어기고 카르타고는 누미디아와 전쟁을 하게 됩니다.

이에 발끈한 로마가 카르타고를 공격해 오고 3년간 버티던 카르타고는 결국 함락되고 도시인구 3분의2 이상이 로마군의 대학살로 죽고 나머지는 노예로 끌려가게 됩니다. 로마군은 카르타고 도시에 소금을 뿌려 앞으로 아무도 살수 없게 만들어 이후 페니키아는 지도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이게 3차 포에니 전쟁이죠.

카르타고는 상업민족으로 엄청난 부를 이루었지만, 영토에 대해서도 그닥 무관심했고, 군인조차 용병, 즉 돈으로 해결하려던 민족성으로 인해 결국은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멸망하게 된거죠. 카르타고가 주는 교훈은 평화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타인에게 의지해서도 안된다.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