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와 헌정파괴를 보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평화롭게, 축제처럼, 하지만 뜨겁게 분노하며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승리하였죠. 평화롭고 합법적인 정권교체를 이루어 내었습니다. 민중의 힘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민주주의’라는 말에 어울리는 모습이었지요.

우리는, 촛불을 든 이들은, 부패한 이들에 대해 분노한 이들은 이 시대, 이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우리는 해내었습니다. 이루어내었죠. 그리고 새 시대를 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서는 결코 안 됩니다. 우리의 의무가 남아있으니까요. 바로 우리의 뒤를 걸어올 후배들에게, 후손들에게 선례를 남기었고, 그것을 올곧게 물려줄 의무를 짊어지게 된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충분히 제2의 박근혜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요. 그리고 제2의 최순실도 생겨날 것이라고요. 저희의 후배들과 후손들은 그것을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그곳에 우리의 의무가 있습니다.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그것을 가르치는 것, 스스로 일어날 방법을 알려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세를 가르쳐야 합니다. 스스로 주인 됨을 가르쳐야 합니다. 합리적인 토론과 이성적인 분쟁의 해결을 교육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가르침-교육은 우리의 후배들이 민주주의의 깃발을 들고 지켜내는 칼날이 될 것입니다.

필수교육 9년에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목을 넣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식으로 그런 과목을 가르쳐서는 효과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교육은 그저 지식의 주입에 가까우니까요.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뜻을 세우며, 타인과 그 뜻을 교환하며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기본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뼈대를 세우고, 친구들과 토론을 하며 스스로 깨우치게 해야 합니다.

또한, 그러한 교육의 효율성을 더욱 높이는 방법이 바로 토론에 대한 교육입니다. 무릇 토론이란 자신의 주장을 근거와 함께 제시하며, 상대방과 함께 주장을 교환하는 행위입니다. 상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논리와 근거를 갖추어 반박할 수 있어야 하지요. 적어도 지난 대선 기간 중 TV토론과 같은 모습은 아니란 겁니다.

뭐, 여담이지만 - 저는 지난 대선의 토론을 보며 모든 후보에게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차라리 초등학생들의 유치한 말다툼이 더욱 보기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생각하였습니다. 토론, 논쟁에 대한 교육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체화된다면 적어도 나중에 저런 모습은 보지 않겠구나- 라고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토론과 논쟁을 영양분 삼아 쌓아 올린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은, 자신들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의식은 차후에 그 어떤 부패한 정치인이 나와도 다시 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아니, 그런 부패한 정치인이 나올 틈을 주지 않는 창과 방패가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다시 요구합니다. 교육과정에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세를 함양하는 과목이, 합리적인 토론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과목을 넣으십시오. 수많은 시민이, 수많은 국민이 모여 문을 열었습니다. 그 문이 절대 닫히지 않게 하십시오.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우리가 짊어져야 할 의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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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편지 써서 보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