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일어나 보니 낯선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에 들어와 살고 있었다. 종은 러시안 블루.

기묘하게도 내 고양이는 원래 다른 고양이를 싫어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녀석만은 웬일인지 좋아하더라.

그러다가 내 가족들에게 잠결에 들었더니 내 결혼날짜가 정해졌다더라. 그런데 누구랑?

아니 그 이전에 연애를 했는지 아닌지도 모를 일인데?

듣자하니 나처럼 고양이를 키우는 여자고, 인터넷에서 개인방송으로 유명한(다행이 별창은 아니었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득달같이 그 여자가 누군지를 찾기 위해 검색했다. 실은 이름을 들은 적도 없는데 마치 기억보다는 몸이 더 먼저 알아챈 듯 순식간에 그 닉네임을 찾아 헤맸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진마다, 그 여자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오려낸 듯한 검은 실루엣만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검색을 멈추자, 분명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 그 여자와의 기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는데 나는 그 기억을 내 것인양 계속해서 떠올렸다.

만남의 계기, 사귀기로 한 때, 혼전 섹스 유무, 양가 부모님의 만남, 결혼 날짜는 10일 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그저 내가 결혼한다는 사실에 흡족해하고 있었고, 누나는 신부에게 주라며 다이아 반지를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여자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 이미 집안의 모든 것이 그 여자의 흔적을 대변했고, 집안에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려 들지 않았다.

...그리고 깼다.

시발 개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