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성능 향상의 발목을 잡는 주범은 저장장치(스토리지)였다. CPU와 메모리, 그래픽 카드 등 다른 주요 부품들은 성능이 꾸준히 올라갔지만, 스토리지는 모터로 플래터를 돌리는 HDD에서 낸드 플래시를 사용하는 SSD로 바뀐 다음에도 최대 속도 600MB/s의 SATA 인터페이스에 발이 묶여 있었다.

하지만 PCI Express를 기반으로 하는 M.2 규격이 도입되면서 M.2 SSD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고 PCIe 3.0 x4 NVMe 인터페이스에 맞춰 최대 속도가 3,000MB/s를 넘어서는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HDD 시장을 주름잡는 웨스턴 디지털(Western Digital, 이하 WD)은 그들의 HDD 브랜드처럼 SSD 시장에도 WD 블랙(Black)/블루(Blue)/그린(Green)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블루와 그린은 2.5인치와 M.2 모두 SATA 6Gbps 인터페이스로 동작하고 블랙 모델만 PCIe NVMe 전용 M.2 모델이다. 

작년에 나온 1세대 WD 블랙 NVMe SSD는 2D 낸드를 사용해 성능이나 발열이 경쟁사보다 크게 뛰어나지 않았는데, 
올해 출시한 2세대 WD 블랙 3D NVMe SSD는 자체 개발한 컨트롤러와 최신 64단 3D TLC 낸드를 적용하면서 성능이
크게 향상되어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세대 WD 블랙 3D NVMe SSD는 PCIe 3.0 x4 Lanes 인터페이스에 NVMe 1.3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M.2 2280 규격으로 만들어졌으며, 제품 이름은 블랙이었으나 파란색 PCB를 썼던 1세대 제품과 달리 SSD 기판까지 완전한 블랙 컬러로
만들었다.

WD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1세대 제품을 'WD Black PCIe SSD (2017)', 2세대 제품은 'WD Black NVMe SSD(2018)'로
표시하는데, 국내에서는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3D 낸드를 강조해 'WD Black 3D NVMe SSD'로 부르고 있다. 


같은 M.2 2280 폼 팩터라도 2.5인치 SSD와 함께 출시되는 WD 블루와 그린 모델은 SATA 인터페이스로 동작하기 때문에 최대 속도가 560MB/s를 넘지 못한다. 2.5인치 SSD 폼 팩터보다 크기가 작고 SATA 데이터 및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으므로 PC 조립시 공간 절약에 도움이 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PCIe NVMe를 지원하는 WD 블랙 3D NVMe SSD는 연속 읽기 최대 3,400MB/s, 연속 쓰기 최대 2,800MB/s로 SATA 방식 WD 블루/그린 M.2 SSD는 물론 1세대 WD 블랙 PCIe SSD과 비교해도 성능이 대폭 증가했다.

성능 뿐만 아니라 2D 낸드에서 3D 낸드로 바꾸면서 SSD 수명과 관련있는 쓰기 내구성도 크게 향상됐다. 250GB 모델은 1세대 대비 쓰기 내구성이 2.5배, 500GB 모델은 1,9배 가까이 늘어났고, 1TB 모델은 그런 2세대 500GB 쓰기 내구성의 2배인 600 TBW를 지원한다.


1세대 WD 블랙 PCIe SSD는 Marvell사의 컨트롤러와 2D 낸드 플래시를 사용해 성능이나 발열에서 블랙 기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번에 나온 2세대 WD 블랙 3D NVMe SSD는 WD 자체적으로 개발한 컨트롤러와 최신 64단 3D 낸드 플래시를 장착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됐다. 

WD 블랙 3D NVMe SSD 1TB 제품의 스티커를 뜯어보면 핵심 부품인 SSD 컨트롤러와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샌디스크(SanDisk) 부품을 사용한다. 샌디스크가 개발한 SSD 컨트롤러에 샌디스크-도시바 합작으로 만든 BiCS 64단 3D TLC
낸드 플래시 512GB 칩 2개를 달았으며, D램 캐시로는 SK하이닉스 DDR4 1GB 메모리가 사용됐다.

2016년 WD 그룹의 자회사 웨스턴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샌디스크를 인수했기 때문에 샌디스크 기술을 WD '인하우스(in-house) 개발'이라고 말해도 문제가 없다. 오히려 사용자 입장에서는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 28년의 역사를 가진 샌디스크 기술력이 들어간 WD 블랙 3D NVMe SSD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WD 블랙 3D NVMe SSD와 동일한 스펙을 가진 제품을 샌디스크에서는 SanDisk Extreme Pro M.2 NVMe 3D SSD로 판매하고 있다.



1세대 WD 블랙 M.2 SSD는 Marvell 88SS1093 컨트롤러를 사용했는데, 쓰기 속도가 SATA 제품보다 약간 빠른 수준이라 고성능 NVMe SSD로 부르기 어려웠다. 하지만 2세대 제품은 WD(샌디스크) 기술로 만든 28nm Tri-core 디자인 SSD
컨트롤러와 지능형 캐시 기술로 TLC 낸드의 단점을 보완하고 성능을 개선했다.

WD 블랙 3D NVMe SSD 1TB 제품에는 1GB D램 캐시 외에 TLC 낸드 플래시 영역 일부를 SLC 3D 낸드로 사용하는 SLC 캐시(nCache 3.0) 기술이 들어갔는데, SLC 캐시 영역이 다 찰 때까지 기다리다가 이를 비우고 다시 채우느라 전송 속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SLC 블록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TLC 영역으로 이동시키고 장시간 대용량 파일을 지속적으로 쓰기 
작업을 할 경우 아예 캐시를 우회해서 직접 TLC에 쓸 수 있다.

다만 TLC에 직접 쓰기 작업을 하면 TLC 낸드 플래시 수명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으므로 WD 컨트롤러가 균형을 
맞춰준다.


HDD는 윈도우에서 정기적으로 디스크 조각 모음을 수행해 성능 하락을 방지할 수 있는데, SSD는 제조사가 만든 전용 관리 도구를 사용해 상태를 모니터링 하고 최적화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WD 블랙 3D NVMe SSD는 WD 홈페이지에서 SSD 관리 도구(Western Digital SSD Dashboard)를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면 된다. 상태 화면에서 SSD 사용량과 잔여 수명, 온도, 인터페이스 속도 등 주요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윈도우의 디스크 관리, 시스템 속성, 장치 관리자 기능의 바로 가기도 지원한다.


또한 성능 차트를 통해 SSD의 읽기/쓰기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성능 차트 표시는 
전송 속도(MB/s) 또는 IOPS 전송으로 선택해서 볼 수 있다.


가장 많은 기능을 지원하는 도구 항목에는 펌웨어 업데이트와 안전한 데이터 삭제(Erase Drive) 같은 드라이브 관리 기능, S.M.A.R.T 진단 기능, 드라이브 및 시스템 정보를 표시하는 고급 정보 기능을 제공한다.


설정 항목에는 대시 보드 애플리케이션의 업데이트 확인, 윈도우 시작시 대시 보드 실행이나 언어 선택이 가능한
옵션 메뉴가 있다.


마지막 도움말 항목에서는 제품 페이지와 사용자 포럼, 사용자 설명서로 바로 액세스 할 수 있는 온라인 지원 자료, 
그리고 사용 중 문제 발생시 전달할 수 있는 보고서 작성 메뉴가 제공된다.


WD 블랙 3D NVMe SSD 1TB 제품의 성능을 살펴보기 위해 AMD 라이젠 2700X로 테스트 시스템을 구성했다.
인텔 시스템에서 CPU 멜트다운 및 스펙터 버그 패치 때문에 스토리지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으로는 윈도우 운영체제가 설치된 인텔 SSD 330 시리즈 240GB SATA SSD와 함께 WD 블랙 3D NVMe 1TB
보다 한 단계 아래인 500GB 모델, 그리고 같은 1TB 용량을 제공하면서 S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ADATA Ultimate SU800 SSD를 사용했다. 모두 지난 번 보드나라 199 달러 해외 직구 SSD 벤치마크에 사용한 제품이다.


CrystalDiskMark를 돌려보면 WD 블랙 3D NVMe SSD 1TB 연속 읽기 속도는 3,400MB/s 이상, 연속 쓰기 속도는 2,800MB/s 이상으로 제품 스펙 이상의 성능을 기록한 것으로 나온다.

WD 블랙 3D NVMe SSD 500GB 모델은 연속 읽기 속도는 똑같지만 연속 쓰기 속도가 1TB 모델보다 낮은 2,500MB/s
대를 기록한다. 또한 4K 임의 읽기/쓰기 성능도 1TB 모델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다.

물론 PCIe 3.0 x4 NVMe 1.3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두 제품 모두 최대 6Gbps 속도의 S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SSD와 비교해 연속 읽기/쓰기 및 4K 임의 읽기/쓰기 성능이 월등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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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O Disk Benchmark 결과도 비슷하게 측정됐는데, WD 블랙 3D NVMe SSD 500GB와 1TB 모델의 연속 읽기 최대 
성능은 3,400MB/s대 후반으로 거의 동일하지만 연속 쓰기 최대 성능에서 1TB 모델이 2,800MB/s를 기록했고 500GB 
모델은 2,500MB/ 수준까지만 올라간다.

S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다른 두 SSD 비교 제품들은 용량 차이는 크지만 읽기/쓰기 최대 성능은 SATA 대역폭 
한계로 600MB/s를 넘지 못한다.




Anvil 스토리지 유틸리티 측정 결과는 NVMe M.2 SSD 쪽 연속 읽기 성능이 떨어지게 나왔지만 쓰기 성능은 스펙에서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양쪽 모두 최대 성능이 S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SSD보다 높기 때문에 전체 점수에서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WD 블랙 3D NVMe SSD 제품끼리 비교해보면 쓰기 속도가 더 빠른 1TB 모델이 500GB보다 쓰기 점수가 더 높게 나온다.


PCIe NVMe M.2 SSD는 속도가 빠르지만 D램 및 SLC 캐시 영역을 넘어가면 TLC 자체 쓰기 성능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 때 물리적인 낸드 플래시 용량이 크다면 캐시 구간을 더 길게 유지하고 TLC 쓰기 성능 자체도 높일 수 있다.

WD 블랙 3D NVMe 1TB와 500GB 모델의 차이가 드러나는 곳이 바로 이 부분이다.



HD Tune에서 파일 벤치마크를 돌려보면 500GB 모델은 연속 쓰기 최대 속도를 유지하는 캐시 구간이 6GB 정도에서
끝나고 이후 쓰기 성능은 계속 800MB/s대를 유지한다.

그러나 낸드 플래시 용량이 2배 많은 WD 블랙 3D NVMe 1TB 모델은 연속 쓰기 최대 속도를 500GB의 약 2배에 해당하는 거의 12GB까지 유지하며, 이후 TLC 낸드의 쓰기 속도로 전환된 상태에서도 1,400MB/s대의 빠른 쓰기 성능을 보여준다.


같은 1TB 용량에 SATA 6Gbps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ADATA Ultimate SU800 1TB SSD의 경우 테스트 끝까지 쓰기 성능 차이 없이 일정한 성능을 유지한다. 그러나 속도 자체는 WD 블랙 3D NVMe SSD에서 TLC 쓰기를 사용할 때보다 느린 500MB/s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래온 더티 테스트의 경우 전체 용량 비율로 표시되기 때문에 WD 블랙 3D NVMe 1TB와 500GB 모두 비슷한 구간에서 캐시 사용이 끝나고 TLC 쓰기로 전환되지만 속도 차이는 분명하다. 최대/최소 속도 모두 WD 블랙 3D NVMe 1TB 모델이 빠르며 평균 속도는 거의 500MB/s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온다.

같은 64단 3D TLC 낸드 플래시와 지능형 캐시 기술을 사용하는 삼성전자 970 EVO 시리즈의 실제 TLC 쓰기 성능이 500GB 모델은 600MB/s, 1TB 모델은 1,200MB/s임을 감안하면 WD 블랙 3D NVMe SSD가 970 EVO보다 더 빠른 성능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3D 낸드를 사용했지만 64단이 아닌 32단 TLC를 쓰고 SATA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ADATA Ultimate SU800 1TB는 65% 영역까지는 무난한 성능을 보였으나 이후 쓰기 속도 하락폭이 커지고 평균 쓰기 속도도 내려갔다.


순수한 SSD 최대 쓰기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4GB의 램디스크를 만들어 3.4GB 정도 용량의 단일 파일을 SSD로 복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이 정도 용량이면 SSD 캐시 영역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텐데, 연속 쓰기 최대 성능이 2,800MB/s로 더 빠른 WD 블랙 3D NVMe 1TB 모델이 500GB 모델보다 1초 이상 빠른 시간을 기록했다.

SATA SSD인 ADATA Ultimate SU800 1TB도 D램 캐시와 쓰기 성능에 유리한 대용량을 바탕으로 OS가 설치된 인텔 SSD 330 240GB SATA 모델보다 2배 정도 빠른 속도를 보지만 PCIe NVMe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WD Black 3D NVMe SSD 제품과는 차이가 있다


스토리지 내부에서 파일을 복사하는 경우 읽기와 쓰기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인터페이스 대역폭 및 SSD 성능이 높을수록 복사 시간이 짧아진다.

32GT/s 대역폭을 지원하는 PCIe 3.0 x4 NVMe 인터페이스 기반 WD 블랙 3D NVMe SSD들은 6Gbps 대역폭을 나눠 
써야 하는 SATA SSD보다 모든 테스트에서 월등히 빠른 성능을 보여준다.

WD 블랙 3D NVMe SSD끼리 비교하면 캐시 영역은 물론 TLC 쓰기 속도가 더 빠른 1TB 모델이 대용량 단일 파일 복사 
시간에서 500GB 모델보다 짧은 시간에 작업을 끝냈다.


SSD 캐시 영역을 넘어가는 28GB 대용량 단일 파일로 내부 복사 테스트를 해보면 WD 블랙 3D NVMe 1TB는 파일 복사가 끝날 때까지 전송 속도가 1,000MB/s 이상을 유지하며, WD 블랙 3D NVMe 500GB 모델은 600MB/s대 후반으로 나온다.

같은 1TB 용량이지만 S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ADATA Ultimate SU800 SSD보다는 5배, OS가 설치된 인텔 SSD 330 시리즈 240GB 모델과는 8배 이상 전송 속도 차이가 난다.


WD 블랙 3D NVMe SSD 성능은 확실히 증명됐지만 고성능 NVMe M.2 SSD들은 빨라진 속도 만큼 발열에 대한 염려가 
많다. Marvell 컨트롤러와 2D 낸드를 썼던 1세대 모델은 속도도 별로 빠르지 않은데 발열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자체 컨트롤러와 64단 3D TLC 낸드를 사용한 2세대 모델도 히트싱크가 부착되지 않았지만 1세대보다 발열이 많이 
줄었으며, WD에서도 독보적인 발열 및 전력 관리 기술로 일관된 성능을 유지할 뿐 아니라 과열 방지와 효과적인 제어를 통해 손실 없이 데이터를 더 오랫동안 보존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참고로 보드나라에서 리뷰했던 JEYI Cooling Warship 같은 별도의 M.2 방열판을 장착하거나 쿨링 팬을 더해준다면 
온도를 추가로 낮출 수 있다.


물론 테스트에 사용한 기가바이트 X470 어로스 게이밍 Wi-Fi 제이씨현처럼 WD 블랙 3D NVMe 1TB SSD를 
사용할 만한 하이엔드 메인보드 대부분은 M.2 SSD 쿨링을 위한 방열판을 기본 제공하므로 발열문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WD가 처음 HDD에 컬러 브랜드 마케팅을 도입했을 때 하드를 용량 말고 색깔로 구분해야할 이유가 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지금 WD HDD는 색상 만으로 그 특징과 사용 목적을 구분할 수 있게 확실한 자리를 잡았다.

SSD 시장에서 WD는 후발주자에 속하는 입장이지만 120GB/240GB 용량과 3년 A/S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는 WD그린(Green), 3D 낸드와 5년 A/S에 최대 2TB 대용량을 제공하는 WD 블루(Blue), 그리고 PCIe NVMe 인터페이스로 어떤 
게임이나 작업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WD 블랙(Black)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1세대 블랙 모델은 이런 브랜드 컨셉을 충족시키기에 성능이 많이 부족했지만 샌디스크 최신 SSD 기술이 도입된 2세대 WD 블랙 3D NVMe SSD는 단번에 하이엔드 제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삼성 970 시리즈와 견줄 만한 위치에 올라섰다.

현재 국내외에서 소비자들에게 가격대비 성능으로 각광받는 제품은 500GB 모델이지만 캐시 영역을 넘어 실제 TLC 쓰기 성능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1TB 모델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