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가 외산명작의 정식한글화를 막았다 라고 한다면
동의할 수 있으나 패키지시장을 망하게 했다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1세대 게이머이자 1세대 PC통신유저인 낼모래 40살의
아재게이머가 그당시 시대적 상황을 썰을 풀어 보자면..

80년대후반~90년대초 부터 교육용이란 미명하에 가정에
PC가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팩 꼽아 쓰는 8비트 컴퓨터
알랑가 모르것네요. 그당시 번들로 구니스를 제공했고
많은 1세대 게이머가 이걸로 입문했을겁니다.

당시 보통 직장인 월급이 40~60만원선이었고 PC한대의
가격은 100만원전후였습니다. 요즘물가로 치면 5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지요.

이런상황에 아이들은 게임(!)을 목적으로 PC를 사달라고
했으나 부모는 그럴 수 없었고 결국 교육용으로 포장해야
판매가 가능했으며 실수요자(!)의 요구에 맞추어서
불법복제게임을 대리점 설치기사가 제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죠. PC사면 불법복제게임 수십개를 끼워주는건
그당시의 PC판매시장 관행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 다시한번 90년대초 보통 직장인 월급이 40~60만원이었습니다.
PC의 가격은 100만원전후였고요. 게임패키지의 가격은?
PC는 3~5만원, 콘솔용은 7~10만원대였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15~25만원, 35~50만원의 가치였다는 말입니다.
자.. 이게 정식판매가 가능한 가격입니까? 덧붙여 말하자면
당시 7천원짜리 양념통닭은 한달에 한번 먹을까 말까한
호사였던 시절입니다. 라면한개 100~150원 했어요.

이미 80년대에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겨버린 선진국에서
한카피 29달러에 팔던걸 그대로 국민소득 3천? 4천?달러 남짓한
나라에 판겁니다. 이게 시장형성이 가능한 가격입니까?

자.. 이렇게 시장형성이 불가능한 가격체계로 시작한 한국의
패키지게임시장은 급격히 변질되어 갑니다. 아재게이머들은
다들 기억하실만한 PC파워진 같은 게임잡지들이 대거 출시되고
주얼판 번들판이란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이게 뭐냐 하면 보통 게임을 첫출시를 하면 커다란 박스에
정성스런 메뉴얼 책자가 동봉된 정식패키지를 3~5만원에
6개월~1년간 팔고 그이후에 요즘 콘솔게임CD패키지같은
씨디케이스에 씨디만 달랑 들어간 게임을 1만원 전후의 가격에
주얼판이란 이름으로 시장에 뿌립니다.

이때부터 사실상 정판사는 사람은 부잣집 아들이거나
해당게임에 어마어마한 애정이 있는 사람뿐이고 대부분의
게이머는 불법복제CD가 5천~만원선에 전자상가등지에서
팔리던걸 기다렸다가 주얼판으로 구매하게 된거죠.
즉 이게 시장형성이 가능한 가격이었단거고 PC통신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PC게임시장의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또하나 번들시장도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게임잡지들은
(요즘도 그러하지만) 게임회사 광고지나 다를바 없었습니다.
경쟁력을 끼워주는 게임(번들)에서 찾을 수 밖에 없었고
어느잡지가 이번달엔 어떤게임을 끼워주느냐에 그 잡지의
판매량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이때부터는 패키지게임 제조사들은 아에 기획단계에서 부터
정판은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고 주얼판을 언제 뿌릴것이냐
아니면 잡지사에 괜찮게 받고 번들용으로 빠르게 갈것이냐
그걸 고민하고 개발했습니다.

당시에 외아들에 사업하시는 부모님덕에 나름 중산층수준의
소비가 가능했던 저는 상당한 숫자의 정판게임과 주얼판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중 70%가 쓰레기입니다. 어떻게 이딴걸
돈받고 팔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수준의 게임이 전체시장의
70%이상을 차지했고 그런게임의 정판은 호구낚기용 밖에
안됐고 주얼 내지 번들직행으로 기획되어 개발된거죠.

오죽하면 당시 게임잡지 게임개발사 탐방기획기사에서
기억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게임들은 개발인력 4명이서
6개월간 개발해서 정판 3천카피판매(호구낚기용) 후
카피당 천원에 번들시장에 던져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것을
목표로 한다는 기획기사까지 난적이 있습니다.
그당시 상황이 그랬습니다.

(수정추가분)---
그렇게 주얼판, 번들판으로 연명하던 국산PC게임시장이
(어차피 외산게임은 개발할때 한국시장따위는 염두에 전혀
두지않고 개발합니다. 미국 일본시장은 탄탄하니까요.)
결정적으로 싹 망하게 된 계기가 초고속인터넷입니다.

당시에 국산게임은 손에꼽을만한 우수개발사 몇몇곳만
사실상 구매가치가 있는 게임을 생산했었고 (물론 이들
개발사도 열심히 일본 미국의 최신트렌드를 열심히 배껴서
게임을 만든것도 사실이고요.)

외산메이져게임사는 사실상 주얼 번들판매를 안하거나
거의 게임의 수명이 끝나갈때 뿌렸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긴하는데 자체날조(!)가 된 기억인지는 모르겠는데..
KKND라고 인기게임이 있었는데 이게 정판출시 후 2년인가?
지나서 후속작이 나오기직전인가 모잡지 번들로 뿌려졌던것
같은데 (시기가 다르거나 다른게임일수도 있음) 그게 번들로
나온다고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그당시에 게이머들이
특별히 도덕성이 떨어졌다고 볼 순 없습니다.

당시의 경제상황에 모든게임을 정판구매를 한다는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비록 주얼판이나 번들판이라도 불법이
아닌것을 사고자 하는 욕구와 수요는 대단했으니까요.
그걸로 최소 4개(로 기억함) 게임잡지사들이 먹고 살았고요.

그렇게 연명하던 국내게임시장은 초고속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머드게임으로 내공을 쌓아왔던 개발자들이 바람의나라,
리니지를 필두로 대거 온라인게임시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월과금이 가능한(물론 게임접을때 아이템 판매로 본전회수가
어느정도 가능하다는 미끼가 월과금을 가능하게 했지만)
수익모델이 가능한데 패키지게임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었죠.

또한 우수한 외산게임이 주얼 번들판으로 뿌려지기 전에
초고속인터넷으로 손쉽게 크랙에 한글화된 게임을 구할 수 있었으니
더이상 저질 국산 주얼, 번들게임을 구매할 필요가 사라진거죠.
국내게임사들은 이렇게 모바일로 성공적 이사를 하거나
소리없이 싹 사라졌습니다. 

불법복제때문에 망했다?
외산게임의 불법복제한글화물의 접근이 쉬워져서 저질국산게임 
수요가 사라져서 망할 수 밖에 없었다면 모를까요. 초고속인터넷의
발달로 게임커뮤니티가 활발해지며 양질의 외산게임의
사설한글화도 엄청 이루어져서 대중게이머들의 양질의 게임에
대한 접근성도 상당히 좋아졌거든요. 더이상 국산저질게임을
할 필요가 없어질 정도로..

아 물론 이맘때 번들판매로 연명하던 게임잡지사(를 가장한
광고지)도 하나둘씩 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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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콘솔시장은 어떻게 되었는가.. 교육용이란 가면을
쓰고 겨우 보급에 성공한 PC에 비해서 당시 20~30만원의
가격에 게임만(!)가능한 기계.. (다시한번 말하지만 당시의
직장인 월급이 40~60만원선) 보급된다는게 어불성설이죠.

결국 이건 부유층자제의 상징이 됩니다.
그러나 7~10만원에 육박하는 게임의 가격은 부유층이라도
구매하기 대단히 힘든 가격이죠.

결국 콘솔시장은 팩교환샵으로 가게 됩니다. 이거.. 아직도
있죠? 대구에 88게임랜드처럼 (20년 단골입니다..;;)
기본교환비 5천원~만원 + 팩간의 시세차이로 게임팩이나 CD를
교환해주는 곳이죠. 이건 불법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결국 당시의 경제수준이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라는것이고

자.. 결론은..
불법복제 때문에 패키지 게임 시장이 망했다에 당대를
살아온 어쩌면 누구보다 정품게임을 많이 구매했던 (물론
불법판, 불법인지 모를 팩교환도 열심히 한) 1세대 게이머로써
동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패키지 가격은 결코 국민소득수준에 비추어 절대로
시장이 형성될 수 없었던 가격이며, 한탕주의에 찌든 저질개발사의
범람으로 게임시장 자체가 주얼판, 번들판으로 형성될 수 밖에
없었으며 당시의 주력구매층인 미성년자들은 이 가격을 절대로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법복제 때문에 망할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불법복제때문에 망한게 아니라 나라의 경제수준이 게임산업까지
포용할 수 없었다고 봐야 맞겠지요.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지금
그럴싸한 게임이 나오지 않는걸 봐서는 말이죠.

불법을 옹호하는건 아니지만 그나마 불법판이 원활이 유통되었기
때문에 1세대 게이머집단이 게임이란 취미를 유지하면서 성인이
될 수 있었고 요즘 게임의 과금전사 아재들이 된겁니다.

불법이 아니면 절대 게임을 할 수 없었다? 게임회사는 어쩌면
약간의 돈을 더 벌었을지는 모르겠으나 게임이란건 극소수만이
향유하는 매니아한 취미생활이 되었을것이며 오늘날의 과금전사
아재게이머 집단도 존재하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