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세상이 각박해진것도 있지만 정체성 정치가 정치의 뉴메타가 되어가고 있는 탓이 큰데,

사람들이 어떤 이슈가 됐든간에 무조건 가해자-피해자, 강자-약자 구도로 이해하려 드는 경향이 있음.

그리고 사안 인지가 저런식이다보니 해결책도 권선징악! 센놈 때려잡아 약한놈한테 주자!

이렇게 지극히 일차원적인 결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


하지만 한꺼풀 벗겨놓고 보면 결국 어느쪽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에 불과하고,

사실 가해자-피해자 구도로 엮이는 집단들일수록 양쪽 모두 피해자요 약자인 경우가 태반임.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페미이슈. 페미측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억압해왔다고 줄기차게 주장하지만,

사실 철저히 여성의 1인칭 관점만을 취한 결과일 뿐 성에 대한 편견은 양 성에 고루 작용함.

성에 관한 편견을 완화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이들이 오히려 니가 가해자입네 하며 싸우고 있는 셈.

되려 힘없는 젊은 남성을 핍박하는 제도권 페미야말로 거대 정치세력을 등에 업고있는 명백한 강자임. 


요 며칠째 불타고 있는 최저임금 이슈도 사실 비슷한 성질의 문제임.

당장에 오이갤만 해도 본인이 알바하는 사람, 부모님이 장사하는 사람 여럿 있을건데 둘다 갑과는 거리가 멈.

식당이나 편의점 하나 굴린다고 포르쉐 타고 타워팰리스 살 수 있는거 아님.

반대로 알바한다고 해서 누덕누덕 기운 옷 입고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신데렐라들도 아니고.

다 그저 대한민국 특유의 왜곡된 경제구조 하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 하는 사람들임.

그 와중에 한쪽에 이득, 한쪽에 손해가 되는 정책이 떨어지니 서로 물어뜯고 난리가 났는데,

사실 양측 모두 이 사회의 기저를 이루는, 까놓고 말해 서로 돕고살아야 할 사람들임.

그리고 페미이슈와 마찬가지로 저놈이 죽일놈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애들이 오히려 권력이 있는 애들임.

당장에 민주노총만 해도 내부적으로 얼마나 부패해있는지 관심있는 사람들은 잘 알거임.


어떤 사안에서 이해관계가 갈릴 때 상대를 그저 악으로 매도하면 분명 속은 시원할 수 있음.

내가 절대적인 피해자라 생각하면 죄책감 없이 증오와 악의를 분출할 수 있으니 그 쾌감은 이루 말로 다 못함.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대도 마찬가지로 절박하기에 당연히 맞서고 이게 반복되면 결국 파국임.

무슨 만화에 나오는 정의의 사도마냥 한쪽을 때려잡아 다른쪽에게 나눠준다? 현실은 동화속 세상이 아님.

어느쪽도 생존을 위협받지 않도록, 어느쪽도 큰 데미지를 받지 않도록 하는게 현실정치가 추구할 바임.

당장에 자본가 때려잡으면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호언장담했던 공산권의 몰락이 바로 역사가 주는 교훈임.


그리고 끝으로 집단과 집단의 이해가 엇갈리면 항상 저새끼가 나쁜새끼라고 손가락질하는 놈들을 경계하길.

남자가 문제라고 떠드는 페미도, 자영업자가 문제라고 떠드는 조합들도,

그저 자신들의 뒤틀린 이념에 심취해 분란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싸움꾼에 불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