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1시경 여성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는 ‘얘 공연음란 남자 모델(‘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피해자를 지칭) 아니냐?’라는 글이 게시됐다. ‘몰카 피해자의 에이전시 대표와 같은 대학을 다닌 사람 중 A 씨가 있는데, 누드모델이랑 똑같이 생겼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A 씨의 사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 글의 조회수는 17일 현재 3000회를 넘었다. ‘일단 이놈으로 하자. 아니면 마는 거지’, ‘진짜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냐. 누드모델을 닮은 게 죄’라는 식의 댓글 30여 개도 달렸다.

○ 정보 공개된 가족까지 공격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A 씨는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피해자가 아니었다. A 씨는 서울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한 사람의 개인 신상이 워마드 게시판에 무단 유포된 것이다. A 씨는 본보 인터뷰에서 “평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일상과 아이의 사진을 올리곤 했다. 이제는 무서워서 SNS를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워마드 사이트에는 12일 밤부터 13일 새벽까지 A 씨 신상 관련 글이 10여 개 올라왔다. 12일 오후 11시 반경에는 A 씨의 SNS에 게시됐던 사진과 홍익대 누드모델의 사진을 함께 올려 비교하며 ‘A 씨=홍익대 누드모델’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워마드에는 A 씨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주소와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 등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A 씨의 신상정보가 모두 공개됐다. 심지어 A 씨의 사진을 편집해 영정사진 모양으로 만들어 올리거나 ‘A 씨와 통화를 했다’고 주장하며 A 씨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욕설을 한 글도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A 씨 7세 아들의 사진 등 가족의 정보까지 공개됐다는 점이다. A 씨 SNS에 올라와 있던 A 씨 아들의 사진과 함께 ‘자기 아빠 닮아서 역겹게 생겼다. 성폭행하고 싶다’는 등의 글을 적었다. A 씨는 “아내가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며 우려했다.

○ 아이 추가 피해 우려에 피해자 가족 냉가슴

A 씨 가족은 모르는 번호에서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에 예민한 상태다. A 씨는 “13일 새벽부터 전화와 문자가 여러 개 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회원들 같다”고 했다. A 씨는 “당시 받았던 전화에서 상대방이 ‘채팅방 올라온 번호 맞죠’라고 했다”고 말했다. 워마드에 게시된 A 씨 신상 관련 글에는 ‘이 번호를 채팅 사이트에 올리자’는 내용도 있었다.

A 씨 가족은 피해를 공론화하기 두렵다고 했다. A 씨는 “아이가 추가로 피해를 입을까 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가 없다”며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이 상황이 억울하고 분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