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대통령이란 행정부의 수반이자 선거를 통해 가장 큰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임.

따라서 그 권력을 주시하고 필요에 따라 비판하는건 주권자인 국민이 지니는 당연한 권리이자 역할이고.

원래대로라면 대통령이 비판받는다 한들 그 사유에 일리가 있으면 예민하게 반응할 이유 자체가 없음.


그럼에도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보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용납치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

논쟁을 하려 드는 사람들은 차라리 나은데 그냥 '너 일베충!' '너 작전세력!'

이런 식의 낙인찍기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원천봉쇄하려는 작자들이 은근히 꽤 됨.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마인드 하나 있는데,

바로 문재인을 대한민국을 구할 유일무이할 구세주이자 구원의 방주로 여긴다는 점임.


사안이 무엇이 됐든간에 대통령이 비판받을 때 이들의 반응은 정해져 있음.

'너 자한당 (지지자) 이냐?'

처음에는 도대체 왜 자한당이 튀어나오는지 참 의문스러웠는데 반복적으로 보다 보니 이해하게 된 부분이 있음.

이들은 천하에 악마(자한당)가 득시글거리고 메시아(문재인)가 그들을 홀로 막아내는 세상에 살고 있음.

국민이 촛불혁명을 통해 최고 권력자를 몰아낸게 불과 작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구세주가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우며 양떼를 지켜내는 환상 속에서 살아감.

그렇기에 구세주(문재인)을 비판하는 자가 양(국민)일 리 없다. 필연 사악한 악마(자한당)일 것이다.

이런 사고회로가 돌아가는거임.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관점은 그들이 증오해 마지않는 박정희 시절의 구도와 상당히 흡사함.

사악한 악마(북한)와 홀로 맞서싸우는 위대한 구원자(박정희).

이 구도야말로 민주화에 대한 요구를 악마의 속삭임으로 몰아가 무자비하게 숙청할 수 있게 했던 근원임.


약 1년하고도 반 전, 수백만에 해당하는 인파가 광화문 광장에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고

그 중에는 분명 지금 여기서 활동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을거임. 당장 나부터가 그랬으니까.

대한민국 국민은 구원의 방주를 필요로 하는 양떼가 아니고,

지금 정부에 대한 불만의 소리 역시 사악한 악마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임.

악마가 들끓는 세상에서 싸우는 세계관은 나름의 비장미가 있긴 하지만,

그로 인해 촉발되는 절박함은 나와 내 진영이 아닌 다른 모든 것을 적으로 간주하고 달려들게 만듬.

그 태도가 불필요한 분쟁과 소위 '빠가 까를 낳는' 현상을 만드는거임.


사람들이 조금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았으면 좋겠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진정 악마의 속삭임인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한탄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