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미국 중간선거를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플로리다 주가 지난 2000년 대선 논란을 재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지사와 상원의원, 주 농무장관 등 3개 선거를 동시 재검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주 전체가 공화·민주 양당으로 갈라져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해 논란을 더욱 키우는 분위기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재검표와 이를 둘러싼 후보들 간 소송전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귀결된 2000년 대선 '재검표 전쟁'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3개 선거 중 릭 스콧 공화당 후보와 빌 넬슨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0.15%포인트(1만2천500여 표차)에 불과한 상원의원 선거가 대표적이다. 두 후보는 이미 서로를 겨냥해 법원에 각각 다수의 소송을 제기했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 론 드샌티스 후보가 49.6%의 득표로 49.2%를 기록한 민주당 앤드루 길럼 후보를 0.41%포인트 앞지르는 등 초박빙의 결과를 나타냄에 따라 재검표에 들어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법집행 당국이 브로워드와 팜비치에서 '선거 사기'(Election Fraud)와 관련된 또다른 거대 부패 스캔들을 조사할 것"이라며 아예 '선거 부정'으로 몰고갔다.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12일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로운 트윗을 올려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는 많은 수의 새 투표가 나타났고 많은 표들이 사라지거나 위조됐다. 진실한 개표는 더이상 불가능하다"라며 플로리다 선거당국이 스콧 후보와 론 드샌티스 공화당 주지사 후보의 승리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도 맞불을 놨다. 넬슨 후보 캠프는 우편 투표에 기재된 서명이 유권자 명부에 공식 등록된 서명과 일치해야만 유효표로 인정하는 플로리다 주 법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넬슨 후보는 현직 주지사인 스콧 후보의 영향력 행사를 경계하면서 "스콧은 모든 표가 개표되면 자신이 선거에서 질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당 후보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을 지켜본 수전 맥매너스 사우스플로리다대 정치학 교수는 더힐에 "지금 일어나는 일은 두 정당과 후보 사이의 복싱 경기와 마찬가지"라면서 "법원을 통해 모든 길을 열어놓기 위해 모두가 소송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2000년(대선)의 재연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그러나 재검표로 주 단위 선거의 결과가 뒤바뀐 역사는 거의 없다고 더힐은 지적했다. 선거 전문가들도 민주당의 넬슨 상원의원 후보와 길럼 주지사 후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만 재검표 사태가 수개표까지 이어질 경우 무효표 분류를 놓고 추가로 소송전이 벌어져 최종 당선인 확정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