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간몰 지역 일대의 북한 미사일 기지는 이미 외부에 알려져 있다. 북한은 2016년 3월 10일 삭간몰 기지에서 원산 동북방 동해 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약 500km를 비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에도 2006년 6월 한국 정부 당국자가 이 기지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내용이 인용돼 있다. 이 보고서는 이 기지가 활발히 운용중이란 걸 위성사진을 통해 분석했는데, 위성사진의 촬영일자는 3월 29일이다.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만난 6월 12일보다는 한참 전이고, 북한이 핵·경제 병진을 포기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4월 20일보다 훨씬 앞선 시점이다. 북한이 미사일과 관련한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은 시점의 위성사진이다.





"신고되지 않은 미사일 기지 20개 중 13곳을 확인했다"는 표현에 등장하는 '신고되지 않은'(undeclared)이란 말도 왜 등장했는지 알 수 없다. 우선 '북한에 있는 미사일 기지를 신고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 미사일 기지를 만들고 다른 나라에 신고하는 경우는 없고,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누군가에게 신고하기로 한 적도 없다. 따라서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를 계속 운용하고 있다고 해서 합의를 깼다거나 협상에 기만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북한과 미국은 협상을 통해 핵과 핵물질, 미사일을 폐기하고 검증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검증의 절차로 '신고'의 범위도 논의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폐기 대상 미사일의 범위로는 우선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보고서와 이를 인용한 주요 보도들은 사정거리 500km정도의 단거리 미사일 기지를 주요한 핵 위협으로 부각시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