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영국이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지 2년 5개월 만에 EU 탈퇴협정 초안이 완성됐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14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80쪽이 넘는 탈퇴협정 합의문 초안과 함께 양측 간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적 선언문을 발표했다. 영국은 2019년 3월 29일 EU를 탈퇴하지만 2020년 말까지 전환기간을 설정해 EU 단일시장에 잔류한다. 이 기간 EU 규제 역시 따라야 한다. 전환기간 동안 양측은 새로운 미래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만약 시간이 좀 더 필요하면 2020년 7월 1일 이전에 공동 합의에 따라 전환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연장기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브렉시트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해 양측은 '하드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때 통행과 통관절차를 엄격히 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backstop)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영구적인 새 무역협정이 대체할 때까지 EU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됐다. '안전장치'가 가동되는 동안 영국은 경쟁 및 국가보조, 고용, 환경 기준, 조세 등의 분야에서 EU와 동등한 규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영국이 감세 등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경우 EU 산업 및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협정문에 포함된 '퇴행금지조항'(non-regression clauses)에 따라 영국은 각종 사회·환경·노동 기준을 낮출 수 없다.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의 EU 분담금 정산, 이른바 '이혼합의금' 역시 협정문에 포함됐다. 영국은 EU 직원들의 연금을 부담하며, EU 회원국 시절 약속에 따라 2020년까지 EU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 기여를 해야 한다. 이같은 이혼합의금은 이전에 390억 파운드(한화 약 57조3천억원)로 추산된 바 있다. 일단 영국은 전환기간 동안 EU 내에 있기 때문에 2019년, 2020년 EU 예산 분담금을 내야 한다. 만약 전환기간이 연장되면 추가적으로 EU 예산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협상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 금융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 수준만 허용된다. 이는 미국과 일본 기업이 현재 갖고 있는 접근권과 비슷하다. 이는 EU의 '동등성 원칙'(equivalence system)에 기반을 둘 예정이다. '동등성 원칙'은 한 국가의 규제가 EU와 동등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부문의 영업과 관련해 인허가 및 보고 절차를 면제해주는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