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질서의 주요 축을 이루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이 심각한 알력을 노출하고 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의 긴장이 가라앉기도 전에 국제유가를 둘러싼 긴장이 터질 듯 팽팽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는 대이란제재의 실질적 효과 때문에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 이달 5일부터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세력확장을 저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제재복원을 고대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제재의 가장 묵직한 부분인 원유수출 차단을 집행하되 중국, 인도, 한국 등 8개국에는 거래를 당분간 허용하기로 면제조항을 두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애초 예상보다 많은 석유가 풀릴 것으로 예상돼 국제유가가 폭락했고 사우디 경제가 타격받을 위험에 몰렸기 때문이다. 




원유 벤치마크인 북해 브렌트유 가격은 달포 만에 20% 넘게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지난달 3일 배럴당 85.83달러이던 것이 이날 67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석유 수출을 기간산업으로 삼는 사우디 관리들은 자국 경제를 위해 유가를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떠받치려고 감산을 타진하고 있다. 사우디는 오는 12월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하루 140만 배럴씩 감산하는 방안을 지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은 사우디의 이 같은 계획에 적극적으로 훼방을 놓는 모양새다. 일단 미국이 대이란제재의 면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공개하고 있지 않아 OPEC은 생산량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면제 규모를 공개하면 관련국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기 때문에 함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도 면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입을 다물고 있어 사우디의 고충은 커지고 있다.